[코로나19 1차 대유행 1년] ② 일상이 된 감염병..진료의 일부

김선형 2021. 2. 16.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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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열 검사·신원 확인에 익숙한 환자·보호자..불평 없어
끝나지 않은 코로나19..희망을 좇는 의료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영남대병원 출입구 발열 확인 기기 [영남대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코로나19는 토네이도처럼 우리 병원에 휘몰아쳤습니다."

영남대병원 인공신장실에 근무하는 이귀자 간호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휩쓴 지난 1년을 이렇게 떠올렸다.

이 병원 91병동 이진주 간호사는 "의료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와 책임감은 희생과 고통을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명제를 끊임없이 던져준다"고 표현했다.

지난해 2월 18일 예고 없이 들이닥친 코로나19에 지역 의료계는 속수무책이었다.

파티마 병원 도착하는 '코로나19' 의심 환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상이 된 발열 확인 절차…누구도 불평 없어

15일 오전 경북대병원 본원 정문에 설치된 출입자 등록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코로나19가 지속한 1년간 시민들은 신원 확인 절차에 익숙해졌다. 응급상황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정규 진료 시간이 아닌 전날 밤 정문 반대편 응급실 앞 선별진료소에서도 발열 환자들이 코로나19 문진 단계별로 진료 절차를 밟고 있었다.

밤늦은 선별진료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옆구리가 아파서 경북 청송에서 왔다는 여성에게도,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노인에게도 발열 체크, 동거인 자가격리 여부, 14일 이내 국외여행 등 문진 단계에 따른 확인 절차가 진행됐다.

발열 환자를 위해 마련한 격리 선별진료소 앞에 있는 일부 보호자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발만 동동 굴렸다.

문진을 마친 응급실 간호사가 "환자분 열이 나네요. 응급실부터는 격리공간입니다"라며 한 명만 따라 들어갈 수 있다고 하자 다른 보호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돌아섰다.

누구도 항의하거나 불평하지 않았다.

경북대병원 선별진료소 내부 모습 sunhyung@yna.co.kr

진료 전 코로나19 방역은 기본

1년 전 준비 없이 코로나19 감염 환자를 맞이한 탓에 대구지역 3차 병원 응급실은 줄줄이 폐쇄됐다.

이에 각 병원은 응급실 구조와 운영방식을 개편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발열 환자는 코로나19 진단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응급실 안 격리치료실에 분리해 치료받게 했다. 검진을 위해 소변을 받는 것도 화장실이 아닌 격리치료실에서 커튼을 친 채 해야 한다.

복부 CT를 찍기 위해 CT실로 이동하고, CT실에서 조영제를 투여할 때 발열 환자 몸에는 코로나19 감염 방지용 흰 비닐이 씌운다.

이런 불편함에도 모두 묵묵히 의료진 지시를 따른다고 한다.

경북대병원 응급실에서 발열 환자가 누운 병상을 밀던 한 간호사는 "너무 철저히 격리해 가끔 환자들이 확진자처럼 대한다고 느낄 수도 있을 거 같다"며 "그래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환자 병상 미는 의료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17년 차 간호사도 처음 겪는 팬데믹…"당혹스러웠다"

감염병 대유행은 17년 차 간호사에게도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영남대병원 호흡기중환자실 김은정 간호사는 지난해 봄 방호복을 어디서 입고 어떻게 벗는지,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 밤새 뜬눈으로 지새우다 출근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 병원 112병동 조선주 간호사는 레벨 D 방호복 착·탈의법을 배우며 "매일 환자 수백 명이 쏟아지는 최전선으로 나간다는 책임감과 긴장감이 느껴졌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1차 대유행 초기에는 확진자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순서대로 음압병실에 입원시켰다가 부작용이 뒤따랐다.

자택 대기 환자가 하루 최고 2천270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음압병실에 들어가지 못한 고령의 기저질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다가 구급차에서 사망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방역 당국은 병상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대구의료원, 대구동산병원 등 10곳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했다.

무증상·경증 환자 치료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도 도입했다. 동구 중앙교육연수원을 제1호로 생활치료센터 14곳에 2천887실을 확보하면서 경증환자 격리치료 체계를 마련해 사태를 안정화할 수 있었다.

칠곡경북대병원은 세계 최초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운영했다.

이동식 X-ray 촬영을 마친 후 방호복으로 인한 땀을 식히는 모습 [영남대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의료진과 시민 노력으로 7월 4일 마침내 대구지역 확진자 수가 '0명'을 기록했다. 이후 43일간 대구에서는 지역 감염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굳이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되는 경증 환자가 줄어들었다 말이 병원 주변에서 나온다. 소아·청소년과에는 '마스크 덕에 어린이 감기 환자가 급감했다'는 이야기도 퍼졌다.

시민들의 거리두기 노력은 이번 설 명절에도 확인됐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119 의료상담 건수는 1천857건(하루 평균 464건)으로 지난해보다 37%가 줄었다.

소방당국은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이동량과 외부활동이 줄어든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설 119상황실 내부 모습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코로나19는 현재진행형…이제는 진료의 일부"

코로나19 1차 유행 당시 대구지역 의료체계는 온전히 코로나19에만 집중됐다.

1년이 흐른 지금 전반적인 인식 변화로 코로나19는 병원 진료에 일부가 됐다.

김성호 영남대병원장은 "작년 2∼3월에는 전부처럼 느껴지고, 그렇게 대처해야 했지만, 이제는 전체 진료의 작은 한 부분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의료진 감염 관리, 시설 방역, 감염 인식, 보호자 및 방문객 관리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영남대병원 진단검사의학팀 김시현 임상병리사는 "한 평 남짓한 코로나19 검사실에서 위험한 검체를 다루는 부서원들이 충혈된 눈으로 밤낮 구별 없이 결과를 분석하는 모습을 보며 소명과 책임감을 다시금 느낀다"고 전했다.

교대 근무 들어가는 코로나19 대응 의료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권배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장은 "병원 구석에서 쪽잠을 자며 두려움에 맞선 직원들과 전국에서 달려온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덕분에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1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코로나19 전선에 나서는 의료진은 그때 그랬듯이 희생과 고통을 감당하며 희망을 좇는다

영남대병원 112병동 예춘희 간호사는 "가장 힘든 시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대구의료원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대구의료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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