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1차 대유행 1년] ① 250만 도시에 하루 수백명씩 확진
드라이브스루 검사 도입 등 'K-방역' 토대 마련
[※ 편집자 주 = 대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해 1차 유행이 시작한 지 18일로 1년을 맞습니다. 인구 250만명인 도시에 신천지 신도를 중심으로 매일 수백명씩 확진자가 쏟아지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확진자 수가 '0명'을 기록할 때까지 꼬박 53일이 걸렸습니다. 연합뉴스는 당시 코로나19 극복 사례와 지역 의료체계 현주소를 돌아보는 기사 2편을 송고합니다.]
(대구=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 "위기를 극복한 힘은 시민정신에서 나온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대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8일로 1년을 맞는다.
신천지 신도를 중심으로 하루 최고 741명까지 확진자가 쏟아지는 절망적인 상황에 '대구 봉쇄론'이 나오는 등 시민들은 어느 해보다 힘든 겨울을 보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간 대구에 상주하며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시민들이 방역에 적극 동참해 당시 위기를 극복했으나 코로나19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16일 대구시에 따르면 화요일인 2020년 2월 18일 오전 10시께 대구지역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소식이 전해졌다.
교통사고로 수성구 한 한방병원에 입원한 60대 여성이 전날 오후 38도 이상 고열과 폐렴 증상 등으로 격리된 뒤 확진됐다는 질병관리본부 발표가 나왔다.
국내 31번 확진자로 분류된 이 여성 확진 소식에 시민들은 화들짝 놀랐으나 이후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 신도인 그가 입원 중 수차례 예배에 참석하고 호텔 예식장 등에서 불특정 다수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방역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튿날 관련 신규 확진자 수는 10명으로 불어났다.
코로나19 감염자인 줄 모르고 이들을 진료한 대학병원 응급실 5곳 중 4곳이 한꺼번에 폐쇄되면서 지역 응급 의료체계에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신규 확진자 수는 사흘 후 23명, 나흘 후 50명, 엿새 후 148명으로 급증했다.
열흘 후 340명에 이어 12일 후(2월 29일)에는 741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3차 대유행으로 2천600만명이 사는 수도권에서 나온 일일 최다 확진자 수 776명(12월 19일)에 맞먹는 수치다.
누적 확진자 수는 열흘 만에 1천명을 넘었고, 다시 이틀 후 2천명을 돌파한 뒤 3월 15일에 6천명을 훌쩍 넘었다.
인구가 250만명이 채 되지 않는 도시에 매일 수백명씩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자 대구는 사실상 멈춰 선 도시가 됐다.
확진자 폭증으로 병실을 구하지 못한 고령 환자가 자택에서 대기하다가 숨지는 사례도 잇따랐다.
가족이 쓸 마스크 몇 장을 구하려고 비바람 속에서 약국과 대형마트 앞에 장사진을 치는 일이 일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쯤이나 끝날까 싶던 절망감도 시간의 흐름 속에 무뎌져 갔고,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3월 중순 들어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 아래로 내려오고, 4월 초순부터 한 자릿수에 머물자 시민들은 코로나19 극복에 자신감을 얻었다.
8월 중순 이후 광복절 집회 관련 확진자가 속출해 비상이 걸렸지만 1차 대유행을 겪으면서 쌓인 방역 수칙 준수 의식 덕분에 우려한 만큼 확산은 없었다.
3차 대유행 속에서도 산발적 집단 감염사례가 이어지지만 방역당국은 통제 범위에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대구가 1차 대유행을 이겨내고 안정적인 방역망을 유지하는 것은 높은 시민 의식과 초기에 거둔 다양한 성과 때문으로 시 방역당국은 평가한다.
확진자가 급증하던 지난해 2월 23일 칠곡경북대병원에 처음 도입한 승차(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는 방역에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사례다.
차에 탑승한 상태로 접수·진료·검체 채취를 원스톱으로 하는 진단 방식은 전국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벤치마킹해 지금도 코로나19 극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신천지 교인 1만여명에 이어 요양병원, 정신병원 환자·종사자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선제적 전수 진단검사 실시, 생활치료센터 도입, 대중교통 이용자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전자출입명부(QR코드) 도입 등 'K-방역'의 토대가 이때 마련됐다.
시 방역당국이 'D-방역'이라고 부르는 성공 사례는 해외에 널리 알려져 방역 노하우를 공유해 달라는 요청이 잇따랐다.
시 방역당국은 코로나19 극복 경험을 담은 51쪽 분량 영문 자료집을 만들어 세계대도시협회 등 국제기구와 주한 외교공관에 제공해 호평을 받았다고 했다.
확진자가 수용 한도를 넘어설 때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흔쾌히 병상을 내놓은 것은 1차 대유행 극복에 힘이 됐을 뿐 아니라 좋은 선례로 남았다.
전국에서 성금과 방역 물품 기부도 잇따라 힘겨워 하는 시민을 위로했다.
지역 인디 뮤지션들은 국민을 응원하고 위로하는 음악으로 힘을 보탰다.
'희망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힘내라 대구! Fly up Korea!', '지켜줄게'라는 2곡을 만들어 부르고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 소방관 등 모습을 담아 영상을 공개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 1년은 대구시민에게 시련의 시간이었지만 외출을 자제하고 외지 방문을 중단하는 등 스스로 봉쇄를 택해 최초 발생 이후 53일만에 '신규 확진자 0명'이라는 기적을 달성하는 높은 시민 정신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d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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