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하 열풍③]'물' 관리 들어간 클럽하우스..'디테일의 힘'

송화연 기자 2021. 2. 1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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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자 프로필 기록 통해 이용자 간 1차 자정작용 거치도록 설계
차별 발언 원천 차단, 장애인 위한 보조수단 부재는 '과제'
클럽하우스 이용화면 © 뉴스1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소위 '인싸들의 소셜미디어'로 불리는 클럽하우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 떴다. 클럽하우스는 1년이 채 되지 않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기업) 평가를 받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클럽하우스는 양질의 정보를 영상이나 글이 아닌 '음성'으로 교류할 수 있다는 점과 애플 iOS 이용자 간의 '초대'만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폐쇄적 특징을 내세워 흥행에 성공했다.

이밖에 클럽하우스가 인기를 끌게 된 배경에는 서비스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디테일'(세부사항)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소셜미디어 홍수 속에서 급부상중인 클럽하우스의 '디테일'

클럽하우스는 구글 출신의 폴 데이비슨과 로언 세스가 개발한 소셜미디어로 고품질의 음성 대화를 업계 관계자와 나눌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난해 3월 출시된 서비스로 북미 지역에서 인기를 끌다 최근 한국,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이용자는 자신의 얼굴을 내비치지 않고 관심사에 따라 방을 개설하고, 다른 이용자가 만든 대화방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이용자는 기본적으로 청취자(리스너)로 방에 입장하는데 대화는 방장인 모더레이터와 발언자인 스피커에 의해 이뤄진다. 리스너로 입장한 이용자가 발언하고 싶다면 손을 들고 스피커로 나설 수 있다.

클럽하우스에서 이용자는 가수, 정치인, 창업가 등 업계 유명인사의 연락처를 알지 못해도 그들과 통화하듯 대화할 수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클럽하우스 이용자가 미국에 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에게 실시간으로 질문할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클럽하우스에서 일어나는 실시간 대화는 녹음할 수 없고, 복제·공유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업계 선구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하기도 한다. 지난 1일 일론 머스크가 "8년 전 비트코인에 투자해야 했다"며 너스레를 떤 곳도 언론 인터뷰가 아닌 클럽하우스에서다.

모더레이터는 동일한 타이틀로 3주간 '방'을 운영하면 '클럽'으로 격상할 기회를 얻는다. 방이 일종의 온라인 사교모임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친구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 소셜미디어와 달리 클럽하우스가 IT, 디자인 등 특정 업계 관계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탄 배경이다.

그렇기에 프로필은 클럽하우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용자는 자신이 어떤 인물인지 잘 설명할수록 동종 업계 관계자를 쉽게 만날 기회가 열린다. 이에 대다수 클럽하우스 이용자들은 프로필에 직업과 경력사항, 관심사 등을 세세하게 기록하는 양상을 띤다.

나아가 클럽하우스 초대자는 기록으로 남는다. A라는 이용자가 B의 초대를 받아 서비스에 가입하면 A의 프로필에 'B에 의해 초대가 된 인물'(nominated by B)이라는 글자가 새겨진다. 여기엔 대다수 이용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흥미로운 기능이 있는데, B가 클럽하우스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어겨 계정이 중지되면 그의 추천을 받은 A의 계정도 정지된다는 점이다. 클럽하우스의 '물'을 관리하는 '책임있는 초대'를 위한 설계다.

이에 초대자 기능은 유명인사의 초대를 받은 인물이 유명해지는 요소가 되면서도, 이용자가 초대할 이용자를 신중하게 고르게 하는 역할을 해낸다. 이용자에 의해 1차적으로 자정작용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클럽하우스가 폐쇄적인 성향에도 자정요소 등 디테일을 갖춘 덕에 소셜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았다고 분석한다.

클럽하우스 이용화면 (애플 앱스토어 갈무리) © 뉴스1

◇시스템으로 혐오 차단하지만 '과제' 여전…장애인 보조 수단도 필요

클럽하우스에서 나눈 대화가 녹음되지 않고 기록으로 남지 않는 성격 탓에 일각에선 은밀한 차별행위가 발생하지 않겠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클럽하우스는 차별 행위를 '신고하기'(Report an incident) 기능을 통해 차단하고 있다.

클럽하우스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차별이나 증오, 폭력적인 행위는 모두 금지된다. 성, 종교, 인종, 결혼여부 등 차별에 속하는 범주도 다양하다. 클럽하우스 이용자는 차별·혐오 행위를 가한 이용자를 실시간으로 신고할 수 있다.

만약 이용자 C가 혐오 발언을 한 D를 신고하고자 하면 D의 프로필을 통해 간단하게 그를 신고할 수 있다. 이때 D의 혐오 발언은 녹음돼 클럽하우스 측으로 전달된다. 회사는 C의 익명성을 보장하며 해당 사안을 파악하고 진상조사에 들어간다. 만약 D가 계정이 규칙을 위반한 것이 확인되면 클럽하우스는 단순 경고부터 계정 삭제까지 차등적인 제한을 가한다.

이런 시스템이 차별 행위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는 없다. 실제 지난해 미국에서는 특정 이용자들이 유대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클럽하우스는 이러한 논란을 시스템 설계를 통해 해결하고 있지만 논란거리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나아가 클럽하우스가 시청각 장애인의 서비스 이용을 보조할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과제다. 화상회의 서비스 '줌'은 대화창으로, 유튜브는 '자막'으로 장애인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와 달리 '음성'만으로 서비스되는 클럽하우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국내 IT업계 관계자는 "클럽하우스가 다양성을 주요 가치로 밀고 있는데 아직 클럽하우스에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보조 수단이 없다. 아직 베타 서비스 중이라 추후 서비스는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며 "텍스트음성변환(TTS) 기술이 어느 정도 발달한 상황이라지만 회사가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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