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가 경찰이 됐네요"..세상에 회의감 토로한 피해자

김자아 기자 2021. 2. 1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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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소속 이재영, 이다영 선수가 과거 학교폭력 가해 논란에 휩싸여 징계를 받은 가운데, 한 누리꾼이 자신을 괴롭히던 학교 폭력 가해자가 경찰이 된 사연을 털어놔 화제다.

작성자는 "3년 동안 학교폭력 가해의 중심에 있던 소위 말하던 우리학교 짱이라는 녀석이 경찰이 된 세상정의가 살아있다면 이건 아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답답한 마음에 글을 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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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디자이너 /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최근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소속 이재영, 이다영 선수가 과거 학교폭력 가해 논란에 휩싸여 징계를 받은 가운데, 한 누리꾼이 자신을 괴롭히던 학교 폭력 가해자가 경찰이 된 사연을 털어놔 화제다.

지난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폭 가해자가 경찰하고 있네요…'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35살 남성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무려 20여년 전 이야기지만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학교폭력, 그리고 학교폭력 가해의 중심에 있던 학생이 서울의 경찰서에서 경찰로 근무 중이라는 사실에 제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회의감이 들어서 글을 남긴다"고 밝혔다.

이어 "중학교 3년간 저는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마다 반에 있을 수가 없었다"며 "교복에 실내화 자국이 난 줄도 모르고 집에 갔다가 누나와 엄마에게 추궁을 받으면 부끄러운 사춘기 시절이라 오히려 화를 내기도 했었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함께 하던 게임의 공유 아이디의 비밀번호를 폭력으로 빼앗아 아이템을 모두 털어가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하기도 하고, 저를 친 주먹이 아프니까 입으로 '호~' 해달라고도 하고, 태권도장에서 배운 기술을 저에게 연습하기도 하는 등 3년 동안 지속적이고 의도적으로 집단이 금품 강탈과 협박과 폭력을 가해왔다"며 "정말 정신적으로 미치지 않은게 제 멘탈이 저도 신기하다"고 털어놨다.

작성자는 "3년 동안 학교폭력 가해의 중심에 있던 소위 말하던 우리학교 짱이라는 녀석이 경찰이 된 세상…정의가 살아있다면 이건 아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답답한 마음에 글을 썼다고 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해당 경찰이 근무하는 경찰서 게시판에 글을 올려 가해 사실을 알리라고 조언했다. 그러자 작성자는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 같아 두렵다"며 20여년 전 학교폭력에 대한 증거를 모으기 어려운 점을 토로했다.

이후로도 누리꾼들은 200여개의 댓글을 남기며 작성자의 피해 사실에 공감하고, 학교폭력 가해자가 경찰이 된 사실에 분노감을 드러냈다.

해당 글이 화제가 되자 작성자는 이날 "많은 분들이 댓글로 위로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참 힘이 됐다"며 추가로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작성자는 "사실 저는 교직에 있다. 그리고 트라우마를 바탕으로 학교폭력담당과 담임 일을 하면서 절대로 폭력만은 안 된다는 생각, 그리고 누구도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칠 권리는 없다고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서에 민원 넣으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으셨다. 저도 처음엔 그러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며 "하지만 그래서 뭐가 달라질까요. 그 녀석이 임용이 취소될 리도 없고, 저한테 진심으로 사과할리도 없다. 괜히 더 인생에서 엮이기만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벌 받는다고 하면 민원 넣고 싶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지난 밤에 그때의 악몽을 꾸다보니 하루종일 싱숭생숭하다"며 "결혼하고 자식생기면 당신의 남편이, 아빠가 중학교 시절에 일진들의 샌드백이었고 셔틀이었다는 게 들킬까봐 너무 수치스럽고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흥국생명은 이날 과거 학교폭력 가해 사실로 논란에 휩싸인 이재영, 이다영에 대해 '무기한 출전정지'라는 자체 징계를 내렸고, 대한민국배구협회는 두 사람에 대해 '국가대표 자격 무기한 박탈'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최근 배구계에서는 이재영, 이다영 선수를 시작으로 남자프로배구 OK금융그룹 소속 송명근·심경섭 선수가 학교폭력 가해 논란을 인정하고 사과한 가운데, 또 다른 여자배구 선수가 학교폭력 가해 논란에 휩싸이는 등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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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아 기자 kimself@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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