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다음 목표 전국 '당일배송'..대격전 예고에 e커머스업계 초긴장

박지연 2021. 2.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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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열된 쿠팡發 '물류전쟁'..물류센터 7곳 추가
서울·수도권→모든 지역 로켓배송 가능하게
경쟁사들 "우리도 점포 기반 배송 가능"
일부 업체들 "땅덩이 비해 속도전 과해"
쿠팡 배송차량이 서울 서초구 양재물류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공식화하자 유통업계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국내 전자상거래(e커머스) 시장에선 향후 3년 내 도래할 것으로 내다본 ‘물류전쟁’이 예상보다 일찍 가시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된 쿠팡의 상장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로켓배송으로 국내 전자상거래 판을 바꾼 쿠팡은 이제 ‘당일배송(Same-Day Delivery)’을 폭넓게 실현해 기존 물류 체계를 재편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쿠팡은 증권신고서에서 "현재 신선식품 등 매일 수백만개 품목이 새벽배송 또는 다음 날 배송된다”며 “거의 모든 주문에 대해 전국에서 당일배송이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과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로켓배송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대규모 풀필먼트(Fulfillment) 센터 10여 곳을 둔 쿠팡은 이를 위해 앞으로 거점센터를 7곳 가량 더 마련할 계획이다. 로켓와우 회원이 거주지역에 따라 당일배송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지역 간 배송격차를 줄이겠다는 의미다.

시각물_쿠팡 증권신고서 핵심 내용

경쟁업체들 “쿠팡, 어디까지 가나 보자"

e커머스 업계는 이런 쿠팡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겉으론 “우리도 자체 물류센터를 갖췄고 자동화시설도 확대할 것”이라며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지만 ‘과연 어디까지 가나 보자’ 하는 속내도 조심스레 드러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은 이미 충분히 위협적인 존재”라며 “로켓배송으로 성장한 회사라 (상장 시도라는) 칼을 뽑은 이상 공격적인 투자를 밀고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물류거점 기능을 하는 풀필먼트는 e커머스 사업을 하는 기업에게 필수요소이고 대부분 사정에 맞게 갖췄다. 다만 자동화시설을 얼마나 구축했느냐의 문제”라며 “쿠팡이 조단위 자금 수혈을 받으면 우선적으로 물류에 투자할 것인데 어디까지 가나 보자 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어디까지 벌릴 것인지가 물류전쟁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유통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15일 서울 송파구의 쿠팡 본사. 뉴스1

오프라인 매장을 갖춘 유통업체들은 ‘점포 기반 단기배송’으로 배송 격차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온·오프라인 융합’ 실험을 하고 있는 이마트는 점포 리뉴얼을 통해 여유 공간을 마련하고 점포를 활용한 물류거점 기능을 확대할 방침이다. 약 2만5,000개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와 온라인주문을 처리하는 PP센터(Picking&Packing)를 통해 빠른 배송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롯데 통합몰 롯데온도 전국 90여 개 이상의 롯데마트 점포를 활용해 온라인 단기 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단기 배송은 구매 시 배송 가능 시간 범위를 2시간 단위로 표시할 수 있다. 롯데온 관계자는 “다음날 받아볼 수 있기에 단기배송 니즈가 높은 신선식품이나 생필품 위주로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도 마트 점포와 전국 300여개 슈퍼마켓체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채널을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수도권과 일부 지역에선 배달앱 요기요와 제휴해 ‘슈퍼마켓 주문’ 카테고리에서 단기 배송도 제공한다. 조만간 익스프레스채널을 활용한 자체 초단기 배송도 확대할 계획이다.


e커머스 업체들 “점포활용 격차 줄이기” or “품질에 집중”

자체 오프라인 거점센터가 없는 네이버나 11번가 등은 끊임없이 다른 곳과의 제휴를 통해 서비스 속도를 높이고 있다. 11번가는 이마트몰과 SSG닷컴, 홈플러스, GS프레시몰, 우체국과 제휴해 ‘당일장보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G마켓은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자체 풀필먼트센터를 두고 CJ대한통운과 협업해 익일합배송인 ‘스마일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모든 업체가 ‘더 빠른 배송’에 집착하는 건 아니다. 속도 대신 ‘품질’에 초점을 맞추자는 분위기도 일부 감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송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빨라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받을 수 있는데 땅덩이에 비해 물류센터의 수가 과한 측면이 있다”며 “고객의 필요성에 비해 새벽배송이나 초단기배송 등 강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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