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중대범죄수사청.."국민 상대로 사법실험" "수사공백"

윤수희 기자,이세현 기자 2021. 2. 1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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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노하우, 조직력 중요한 부패·선거범죄 등 역량 저하
견제 복안 마련해야..檢내부 "사적보복..총장이 나서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중대범죄수사청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2.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이세현 기자 = 여권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을 올 상반기 안에 처리한다고 밝히면서 법조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에 검찰이 갖고 있던 부패·선거범죄에 대한 수사 노하우를 무시한 채 새로운 조직을 만들 경우, 조직이 자리잡는 동안 발생한 부패·선거 등 권력형 범죄에 대한 수사 공백 및 수사 역량 저하의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이 받게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국민들을 상대로 한 사법실험이다" "권력자들은 새로운 조직의 수사역량이 쌓일 때까지 당분간 안전할 것"이란 비아냥과 지적이 나온다.

◇검찰 직접 수사하는 부패·선거범죄,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산하 수사기소권완전분리TF 팀장인 박주민 의원은 15일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몇 가지 쟁점이 남아있는 부분을 해결한 후 최대한 2월 내에 발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찰 출신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검찰이 담당하던 수사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을 별도로 설립하는 법안(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검찰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주요 범죄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관하고 기소와 공소 유지만 하게 된다. 중대범죄수사청은 차관급인 수사청장(수사총감)과 차장(수사정감) 및 1~7급 수사관(사법경찰관)으로 구성되는데, 검사 출신은 각 직급별 수사관 정원의 절반을 넘지 못한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수처·검찰청·중대범죄수사청·경찰청 분립체제가 수립되길 기원한다"며 문재인 정부 초기 당·정·청의 구상은 '공수처 신설-수사권 조정' 성취 후 검찰개혁의 최종 목표인 '수사-기소 분리'로 나아간다는 단계론이었다"고 했다.

◇검찰 안팎 "수사역량 저하…수사 공백·경쟁구도 형성 우려"

검찰 안팎에서 가장 큰 우려하는 지점은 수사역량의 저하다. 기존 범죄와 달리 부패·선거범죄는 수사 노하우가 중요하고 거대 권력을 상대로 한다는 점에서 조직의 규모와 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과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감찰했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결국 감찰 진행 상황 누설 의혹으로 사퇴했던 사례처럼, 권력을 상대로 한 수사역량에 있어서 수사 주체가 제대로 된 힘과 노하우를 갖지 못하면 권력 수사를 밀고 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방의 한 검사는 "부패나 선거사범은 막상 수사해보면 검찰 개인의 능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검찰 기구가 갖고 있는 힘이 중요하다"면서 "권력형 비리의 경우 다른 검사로 바뀔 때까지 버틴다해도 비슷한 검사를 배치하면 수사 진도가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장의 수사공백도 문제다. 중대범죄수사청이 자리잡고 제대로 된 수사를 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데, 그 동안의 부패·선거범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복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범죄기법이 진화하고 발달하는 속도를 지금의 수사기관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사기관이 따라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핵심은 제대로 된 인적구성과 수사청 견제를 어떻게 할지"라며 "인적 구성을 검찰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하더라도 중대범죄수사청에 대한 견제 복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권력의 시녀'가 되거나 '무소불위의 권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4개 기관으로 수사권한이 나뉘고 경쟁구도가 형성됐을 때, 과잉수사로 인한 인권침해 가능성도 제기된다. 성과를 내려는 심리 자체를 막기 위해 검찰 내부에서도 특정 부서에 특정 업무만 맡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에 대한 사적 보복…윤석열 총장이 직 걸고 막아야" 의견도

검찰에 대한 사적인 보복이 검찰개혁이란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검찰개혁을 추진 중인 인사들이 검찰 수사를 받았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등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과거 민주당이 검찰로부터 핍박을 받았다는 판단 아래 앞으로의 상황을 미리 대비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사적인 감정으로 국민들을 상대로 사법실험을 하겠다는 것으로, 그 책임과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게 될 것이라 말한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법률적, 이론적 당부를 떠나 이건 검찰개혁이 아닌 일종의 보복이다. 장악이 안 되면 파괴하겠다는 것"이라며 "검찰의 기능을 쪼개 해체를 해서 수사를 하는 게 장악이 안되니까 아예 새로운 청을 만들어 처음부터 장악해나가겠다는 복수극"이라 날을 세웠다.

그는 "검찰총장이 직을 걸고 막아야 한다"고 했다. 검사들이 총장 징계 청구에 반대해서 들고 일어난 이유는 총장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닌 검찰 파괴, 장악을 막아달라는 이유에서 신임과 지지를 보냈다는 취지다.

한 간부급 검사는 일련의 검찰개혁을 "국민들을 상대로 사법실험"이라 규정하며 "필요하면 할 수 있지만 그 결과에 대해선 법적·정치적 책임을 꼭 져야할 것"이라 말했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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