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수수료 너무 높다" 논란..시장 참여자들 '부동산 직거래' 동상이몽

허지윤 기자 2021. 2. 1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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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면서 중개 수수료가 비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인중개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해 받아 가는 중개료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개선안을 마련해 국토교통부에 제시했지만, 논란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일부에선 이렇게 갈등을 빚을 바엔 부동산도 전자거래시스템을 도입해 직거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온라인 직거래 도입이 합리적인 해법은 아니다"라는 반론도 나온다. 11만명을 넘어선 공인중개사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인 데다 온라인 직거래 시스템 역시 구축과 운영에 따른 비용과 위험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작년 9월 2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원들이 ‘중개인 없는 부동산거래시스템 구축’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6~7월쯤 부동산 중개 수수료 요율 개편안을 내놓는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수료 요율 개선안을 마련해 국토부에 전달했고, 국토부는 자체 연구용역을 거쳐 수수료율 개편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 제도상 부동산 매매 시 중개 수수료는 거래금액 기준으로 ▲5000만원 미만 0.6%(최대 25만원) ▲5000만∼2억원 미만 0.5%(최대 80만원) ▲2억∼6억원 미만 0.4% ▲ 6억∼9억원 미만 0.5% ▲9억원 이상 0.9% 등을 적용한다. 임대차 계약에는 ▲5000만원 미만 0.5%(최대 20만원) ▲5000만∼1억원 미만 0.4%(최대 30만원) ▲1억∼3억원 미만 0.3% ▲ 3억∼6억원 미만 0.4% ▲ 6억원 이상 0.8% 등이다.

권익위 권고안 중 가장 유력시된 안은 매매의 경우 6억원 미만은 0.5%로 통합하고 6억~9억원은 0.6%, 9억원 초과는 세부적으로 5단계로 나누되 금액이 커질수록 요율이 작아지도록 적용한다. 이 경우 10억원 아파트를 매매할 때 현재 최대 900만원인 중개 수수료가 550만원으로 39% 내려간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마저도 과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몇 년 사이 집값이 급등하면서 복비를 비롯한 거래비용도 커졌다는 것이다. 1월 서울 아파트 중위권 가격은 8억759만원, 경기는 4억611만원으로 산정됐다. 직장인 양성준(39)씨는 "딱 한 번 집을 보여주고는 수백만원을 가져가는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권고안에서 5단계로 요율을 나누면서 오히려 복비가 오르게 생겼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금까지는 최대요율만 제시돼 있었기 때문에 최대요율의 절반 수준에서 합의를 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8억원짜리 집을 매매할 경우 복비요율 상한선은 0.8%지만 0.4% 수준에서 합의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중개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부동산도 직거래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온라인 플랫폼에 등기부등본 열람 시스템을 연결하고, 신분증 인증과 보증서 등을 통해 안전 거래할 수 있는 전자 계약 시스템을 구축하면 집도 충분히 직거래할 수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직장인 진모씨(40)는 "대단히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부동산 사기나 부정 거래도 방지할 수 있는 이점이 있을 것"이라면서 "공인중개사 집단적 반발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아무도 시스템을 바꿀 생각을 못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내 프롭테크 업체와 부동산 시장 관련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매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방은 "중개인 없는 직거래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직방 관계자는 "중개 과정에서 법리적 판단이 필요한 데다 중개 사고 발생에 대한 우려도 있다"라면서 "중개역할을 대신하거나 직거래 시스템을 도입하는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했다. 이 회사는 실거래가와 시세를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갱노노’, 국내 최대 셰어하우스 운영사 ‘우주’, 최대 상업용 부동산 플랫폼 네모를 서비스하는 ‘슈가힐’ 등 다양한 부동산 관련 스타트업을 잇달아 인수해온 국내 부동산 관련 대표 스타트업이다.

또 다른 프롭테크 업계 한 종사자는 "정부가 동사무소 등 공공 행정력을 동원해 중개인 없이 부동산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도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큰돈이 오간다는 점에서 위험이 클 뿐 아니라 도입·관리 측면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고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 더 많은 투입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비효율적"이라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직거래 등 기존 산업을 파괴적으로 혁신하기보다는 중개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하는 게 현실적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1년에 2만명 안팎의 공인중개사가 새로 쏟아져 나오고 11만명 가까이가 중개업에 종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인중개사들의 역할을 인정해 가면서 개선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대표적으로 공인중개사 1인당 공제액 한도를 높이거나 건축물 매매 과정에 있어서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하는 지표를 더 세세하게 표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은 중개 과정에서 사고가 나도 공제 한도가 최대 1억원으로 정해져 있어 주택 거래 대금을 생각해보면 높지 않은 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개 수수료 개선 목소리가 큰 데는 국민이 체감하고 있는 중개 서비스의 질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며 "중개 서비스를 현실적으로 내실화하는 게 더 필요한 대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거래는 법리적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데다 공인중개사들에겐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중개인들의 중개 서비스 행위를 확대해주면서 거래자와의 분쟁 리스크를 줄이고 중개 비용에 대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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