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폭군 아마존과 반란군 쇼피파이, 그리고 쿠팡
지난해 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1위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캐나다 전자상거래 솔루션 업체 쇼피파이의 D2C(Direct to Consumer·DTC) 모델을 복제하기 위해 '프로젝트 산토스'라는 태스크포스(TF)팀을 극비리에 꾸렸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막대한 점유율(38.7%)을 지닌 거상(巨商) 아마존은 왜 쇼피파이를 연구하는 걸까.
2004년 설립된 쇼피파이는 기업과 개인이 온라인 쇼핑몰을 직접 만들고 운영하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매달 일정 금액(최저 29달러)을 내면 사이트 개설부터 마케팅, 주문처리, 결제 등 전자상거래에 필요한 업무를 지원한다. 운영비가 싸고 편리하다는 점이 판매자들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2019년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6%로 이베이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쇼피파이의 입지는 더 커졌다. 장 미셸 르뮤 쇼피파이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작년 4월 "매일이 블랙프라이데이(미국 최대 쇼핑 기간)"라고 트윗을 올렸다. 실제로 그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쇼피파이의 거래액(51억달러)은 아마존의 거래액(48억달러)을 넘어섰다.
아마존과 쇼피파이는 체급부터 차이가 크다. 지난해 3분기(7~9월) 아마존의 매출은 961억5000만달러(약 108조9000억원)로 전년 대비 37% 늘었고, 같은 기간 쇼피파이 매출은 7억6700만달러(약 8448억원)로 2배가량 성장했다. 외형만 놓고 보면 비교 대상일까 싶지만, 현지에서는 아마존을 위협할 라이벌로 쇼피파이를 꼽는다. 이유는 판매자에게 다른 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고객은 소비자지만, 쇼피파이의 고객은 판매자다. 아마존은 판매자에게 장터(마켓 플레이스)와 물류 대행 서비스(풀필먼트 서비스·FBA)를 제공하고 서비스 요금을 받는다. FBA의 입점 수수료는 30%에 달한다.
또 가맹점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판매가격을 낮추고, 인기 상품의 복제품을 만들어 싼 값에 팔아 시장지배력을 남용한다. 다이퍼스 기저귀, 양모 신발 올버즈 등이 이런 식으로 피해를 봤다. 복제품 판매가 논란이 될 때면 아마존은 "트렌드에서 영감을 얻어 제품을 파는 것은 소매업계의 관행"이라고 맞섰다. 그리고 이를 고객에 집착(customer-obsessed)한 전략이라 설명했다. 결국 나이키, 이케아, 버켄스탁 등은 아마존을 떠났다.
반면, 쇼피파이는 판매자 중심 플랫폼을 지향한다. 판매자에게 온라인 판매 플랫폼만 제공하고, 사업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존중한다. 그래서 ‘이커머스계의 유튜브’라는 별명도 얻었다. 아마존보다 트래픽은 적지만, 브랜드 가치를 지키면서 안정적으로 상점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 판매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식품회사 헤인즈, 화장품 카일리 코스메틱 등이 이곳에 상점을 열었고 페이스북, 구글, 월마트 등도 쇼피파이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상인이 몰리면 고객도 따르기 마련이다. 쇼피파이 판매자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도 상품을 연동해 팔 수 있는데, 페이스북 가입자가 31억명인 걸 고려하면 아마존에서보다 더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다. 아마존의 유료회원제인 아마존 프라임 회원 수는 지난해 1억50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12일(현지시각) '한국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쿠팡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공식화했다. 현지 언론들은 쿠팡의 기업가치를 30조~60조원으로 추정했다.
쿠팡은 판매자의 상품을 직매입해 빠르게 전달하는 로켓배송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하지만 아마존처럼 소비자 중심 서비스가 지나쳐 종종 판매자들의 원성을 산다. 복제품이 판매되거나, 무료반품 정책이 '묻지마 환불'로 악용돼 판매자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또 일부 제조업체와는 과도한 납품 가격 인하로 갈등을 빚었다.
쇼피파이 창업자 토비아스 뤼르케는 2019년 한 팟캐스트에서 "아마존은 제국을 건설하려 하고, 쇼피파이는 이에 저항하려는 사람에게 무기고를 제공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폭군’에 불만을 가진 ‘반군’들이 무기고를 이용하고 있으며, 무기고 판매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제국의 세금을 초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쿠팡은 제국을 건설할 것인가, 무기고를 제공할 것인가. 뉴욕 증시 상장 후 쿠팡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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