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만성적 재정난 서울교통공사 "빚 못 갚을 수 있다" 공식 언급

한대광 기자 2021. 2. 1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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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운임 수입 올해 5000억대 감소 예상…적자 1조6000억대
노사 모두 “누적된 요금 동결·무임승차에 재정난” 지적
서울시 “운영 손실 국비 보전·요금 인상 등 협의 방침”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만성적 재정난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입 급감까지 겹쳐 올해 적자가 1조6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파악된다. 요금 동결과 만 65세 이상 무임승차 제도 등에 따른 손실로 매년 수천억원대 적자를 내온 공사는 채무불이행 사태까지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는 요금 인상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도 공사의 방만한 운영 등에 대한 자구책 마련 등을 통해 시민 동의를 얻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1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운임 수입이 4515억원 줄어든 데다 올해도 5000억원 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동성 위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며 “공사채 발행이나 요금 인상 등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임금 체불과 공사대금 미지급 등은 물론이고 연초에 빌린 9000억원의 기업어음(CP)을 갚지 못하는 채무불이행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공사가 공식적으로 부도 우려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최근 작성한 ‘부족자금 전망 및 대책’ 자료를 보면 지난해 공사가 운행하는 1~8호선의 승객은 19억3400만명으로 2019년 26억7100만명보다 7억3700만명이 줄었다. 운임 수입도 2019년 1조6714억원보다 4493억원(26.8%) 감소한 1조2221억원에 그쳤다. 공사는 올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등의 여파로 수입이 더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공사는 부족자금이 2019년 3369억원에서 2020년 9872억원으로 3배가량 급증했고, 올해는 1조5991억원이 부족한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공사가 용산국제빌딩(2.5층) 매각 등 자구노력을 통해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은 1000억원에 불과해 나머지 1조5000억원은 3차에 걸친 공사채 발행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는 연초부터 CP 발행으로 9000억원을 조달 중이다. 공사는 2차 공사채(5000억원) 발행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공사가 전동차를 구매하면서 매입한 2022~2026년도 도시철도공채(1조5556억원)를 서울시가 미리 떠안을 것과 공사의 자구 노력 등을 공사채 발행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서울시는 시기가 도래하지도 않은 막대한 공채를 책임질 경우 시 재정구조까지 악화되기 때문에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시는 또 출자금은 자금 용도가 안전 시설 투자 등이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공사의 유동성 위기는 심화될 수도 있다.

공사는 자산재평가로 부채 비율을 낮춰 하반기에 3차 공사채를 발행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공사채 발행 조건 등에 대한 행안부 등과의 협의가 남아 있어 재원 조달을 속단할 수 없는 처지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서정협 시장권한대행이 주재하는 ‘서울교통공사 재정 정상화 TF’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이날 공사채 발행과 함께 운영 손실을 국비로 보전하는 방안과 지하철 요금 인상 등의 과제를 관계기관과 협의하겠다는 기본 방침만 확인했다. 유동성 위기의 원인으로 공사 노사는 한목소리로 누적된 요금 동결과 무임승차에 따른 재정악화를 꼽는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요금 인상과 무임승차 제도 비용을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요금 인상·무임승차 국가 부담 등을 시민들에게 설득하기 위해서는 2017년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가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된 이후 성과에 대한 평가부터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고홍석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는 “요금 인상 등 제도 개선책은 불가피하지만 두 공사 통합 후 일부 직종의 경우 근무형태 변경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등 불합리하게 운영된 측면도 있다”면서 “통합 효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자구책 마련 등을 통해 시민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이어 “시와 시의회 차원에서 판단해야 할 요금 인상 논의를 정치권에서 선거를 의식해 가로막는 등 과도한 정치적 개입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대광 기자 chooh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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