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후 첫 영업익 '1조원 클럽' 노리는 HMM, 규모 확대·홀로서기는 관건
증권사 추정 올해 영업익 2조원, 작년 잠정치의 두 배
국책은행 등 지원없이 자생력 갖췄는지 시험대 오를듯
HMM(011200)이 지난해 10년만에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컨테이너선 운임 강세에 힘입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조(兆)단위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규모 확대나 민영화 등 풀어야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올해 HMM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원이다. HMM의 지난해 잠정 영업이익 9808억원의 2배가 넘는다. 유래 없이 높은 컨테이너선 운임이 근거다.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지난 10일 기준 2825.75포인트다. 전주보다 58.87포인트 하락했지만, 물동량이 줄어드는 중국 춘절 연휴인 점을 고려하면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같은날 HMM의 주력 노선인 아시아~북미 서안 노선 운임은 FEU(12m 컨테이너 1개)당 3969달러, 아시아~북유럽 노선 운임은 TEU(6m 컨테이너 1개)당 410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각각 3배, 5배수준이다.
올해 상반기에 운임 조정이 있겠지만, 컨테이너선 수급 문제로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영국 해운전문지 로이즈리스트의 조사 결과 지난해 말 전세계 컨테이너선 선복량은 연초보다 2.5% 늘었다.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선복량 증가율이 3%대를 밑돌았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부터 환경 규제를 앞두고 노후 선박 폐선이 이어지면, 지난해처럼 물동량대비 선복 부족으로 고운임 구조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간 운임 강세가 이어지면 HMM은 오는 4월 예정된 장기 운임계약(SC)에서 화주(貨主)를 상대로 유리한 협상을 끌어낼 수 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001200)연구원은 "중국 춘절 이후 운임의 조정이 예상되지만 기본적으로 컨테이너선 시장의 수급이 전년만큼 타이트해 평균 운임 수준은 견조할 것"이라며 "장기 운임계약이 높은 수준으로 체결되면 이익에 대해 높아진 눈높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HMM도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HMM은 올해 상반기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인도받으면 원가 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100억원을 투자해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컨테이너 1만7000개도 오는 7월까지 구매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컨테이너 2290억원어치를 사기로 한데 이어 추가 확보에 나섰다. HMM 관계자는 "우량화주 확보와 운영효율 증대 등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적과 별개로 HMM 안팎에서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갈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HMM의 선복량은 올해 인도받는 컨테이너선 8척을 추가해도 86만TEU다. 한진해운이 파산하기 전인 2016년 105만TEU에 못 미친다.
특히 HMM이 소속된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의 선사들이 규모를 키우고 있어, HMM의 목소리가 더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독일의 선사 하팍로이드는 지난해 말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발주했고, 일본 컨테이너 3사 통합법인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는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장기 용선 방식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홀로서기 문제도 남았다. HMM에 정책 자금을 투입하면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보유한 전환사채 규모만 3조원에 육박한다. HMM 매각설이 불거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HMM간 ‘경영정상화계획 및 경쟁력 제고방안 이행 약정서’ 효력은 한차례 연장돼 올해 연말까지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코로나 사태 이후 글로벌 선사들이 영업 실력으로 겨뤄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HMM이 정부 지원 없이 자생력을 갖췄는지 평가해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배재훈 HMM 사장 역시 신년사를 통해 "2020년이 영업이익 흑자전환의 해였다면 새해에는 체질 개선을 통해 안정적 수익창출의 기반을 마련하고 새로운 도전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외형 성장에 걸맞은 경쟁력 있는 영업 능력과 관리 역량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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