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10곳 중 9곳이 입실 거부.. 코로나 완치 후 돌아갈 곳 잃은 노인들
‘코로나 낙인’ 탓에 요양병원 입소 어려워
가족 맡긴 보호자들 "완치자와 방 따로 썼으면 좋겠다"
"죄송합니다. 저희 시설은 입원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서울에 사는 김모(39)씨는 할머니가 입원할 요양병원을 알아봤지만, 코로나 완치자라는 점 때문에 입원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고 전했다. 여러 요양병원들은 처음에 빈 자리가 있다고 안내했지만, 코로나에서 완치됐다고 이야기하면 갑자기 자리가 부족하다고 말을 바꿨다고 했다.
김씨는 "완치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아직도 곱지 않다"며 "환자들과 요양시설 직원들이 같은 공간에 있기를 꺼려하기 때문에 완치자를 받아주는 곳을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가 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렸다가 완치 후 격리해제 판정을 받은 노인들이 ‘코로나 낙인’ 탓에 요양병원 입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요양병원들이 "환자들과 간병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무시할 수 없다"며 완치 환자 받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비즈가 15일 서울 시내 10곳의 요양병원에 고령의 코로나 완치자 입원이 가능한지 확인한 결과 9곳이 "당장은 어렵다"고 답했다. 즉시 입원이 가능하다고 답변한 요양병원은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로하스효요양병원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입원을 거부한 요양병원들의 설명은 한결 같았다. 병실 하나를 따로 빼서 격리를 시키기에는 병상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코로나 완치자 입실을 거부한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음성판정을 받은 완치 노인을 받았다가 나중에 혹시라도 양성판정을 받는 경우 같은 병실을 쓰는 환자들에게 옮겨 집단감염이 일어날 위험이 있어 완치자를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도 "코로나 완치자의 경우 2주간 1인실에 입실해 격리생활을 하고, 두 번의 코로나 검사를 통과해야 입원이 가능하다"며 "현재 1인실이 하나 뿐이고, 격리자가 있어 입실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그는 "일반인은 입원 수속 시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 즉시 입원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요양병원에 가족을 맡긴 보호자들이 불안감 때문에 완치자들과 같은 병실을 쓰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90대 노모를 요양병원에 맡긴 심모(64)씨는 "요양병원에 어머니를 맡긴 자식 입장에선 코로나 완치자와 같은 방을 쓰게 하면 불안해서 잠을 못 이룰 것 같다"며 "고령이라 면역력도 약한데 완치자와는 방을 따로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의 코로나 완치자들의 요양병원 입원이 막히면서 치료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정 내에서 가족들의 돌봄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요양병원 입원이 꼭 필요하지만, 정부가 이를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행법규상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게 돼 있지만, 이를 요양병원에 적용해 코로나 완치자를 받으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진료와 입원은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서울시가 100개 이상 병상을 지닌 요양병원에 전체 병상 중 1%를 코로나 격리 해제자를 위한 입원 병상으로 의무 확보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일선에서는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1%의 병상을 의무적으로 비워두라고만 했지, 코로나 완치자를 받지 않으면 행정제재를 한다고 경고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병실이 부족한 요양병원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코로나 완치자의 경우 환자들이 꺼려해 격리 수용을 해야 하는데 5~6명이 생활하는 병실 하나를 1명을 위해 내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격리 해제 후에도 100% 안전을 확신할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많은 요양병원들이 코로나 완치 노인들의 입실을 꺼리고 있다고 말한다.
김봉영 한양대 감염내과 교수는 "요양병원에서 자주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에 많은 병원들은 확진 판정을 받은 적이 있는 노인들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혹여 격리 해제 통보를 받은 경우라도 다른 환자나 보호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만일의 사태에 대한 보증을 해준다거나 완치자를 받는 요양병원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정책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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