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효율 높이는 '재택근무' 꿀팁은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첫걸음
재택근무의 단점 긍정요소로 전환
자기시간 지키며 업무효율 높여야
식탁 등 활용 나만의 근무지 만들고
향·음악 통한 자극 집중에 큰 도움
베란다 활용 휴식공간 조성도 좋아
근무시간 작성 등 시간제약은 필수
#2. 또 다른 직장인 김모(37)씨는 “재택근무가 시작된 뒤로 더 오래 일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집에서 일하면 출근준비를 하는 시간이 줄고 이동시간도 없으니 내 시간이 더 많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책상에서 일을 마치고 의자에서 일어나는 시간은 더 늦어졌다. 일의 완성도에는 끝이 없는데, 일과 쉼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으니,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계속 일을 손에서 놓지 않게 된다. 어느새 퇴근 후 했던 운동도 시간이 없어서 못하고 있다. 내 시간이 모두 증발해버린 기분이 든다.”
“딱 하루 좋았다.”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일하는 강모(36)씨는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종종 재택근무를 해왔다. 그는 “처음으로 집에서 9시에 눈뜰 때, 딱 하루 좋더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는 곳곳에서 확산돼 왔다. 갑작스레 일의 방식이 바뀐 직장인들은 지난 수개월간 집과 일터를 오가며 혼란 속에 일했다. 화상회의나 비대면 소통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는 하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여전하다. 어떻게 하면 내 시간을 침식당하지 않으면서도 이전과 같은 업무효율을 유지하고, 유연화된 시간관리로 자기계발이나 휴식 등 ‘플러스 알파’까지 누릴 수 있을까.
◆진화하는 재택근무
재택근무는 ‘대세’를 넘어 ‘진화’하는 단계다. 발빠른 기업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클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은 다른 기업들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재택근무와 오프라인 근무를 오가는 동안, 아예 ‘전면적인 재택근무’를 실시했다.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의 업무용 컴퓨터를 아예 집으로 회사가 배달해 주기도 했다. 직원들은 전면 재택근무 후기를 홈페이지에 올리며 텀블벅 이용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일본의 비즈니스 컨설턴트 고야마 류스케는 최근 펴낸 ‘재택 핵스(Hacks)’에서 “이제 문제는 재택근무를 하게 될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실현할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제 적응은 필수다. 재택근무의 단점도 긍정요소로 전환하고 자기 시간을 지키며 업무 효율도 높이는 고야마 류스케의 재택기술을 소개한다.
그는 “본래 휴식을 취하기 위한 곳인 집에서 일하려면 일할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집중해서 일하기 힘든 경우 상당수는 집의 환경 때문이라고 한다. 산만한 상태가 계속 눈에 들어오면 뇌의 인지자원이 고갈돼 집중력이 떨어진다. 특히 시각적 인지는 뇌의 자원을 대량으로 소비해 집중력을 저해하는 요소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물건을 모두 치워버리면, 삭막한 공간에서 안정감보다 불안감이 생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업무와 관련 없는 물건들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것들이 정리돼 있는가다.
가로 1m, 세로 70㎝가 표준인 사무실 책상과 크기가 비슷한 가구인 식탁 활용하기, 게임용 의자를 갖추고 골반을 펴고 앉기 등은 허리 부담을 줄여준다. 사무실처럼 넓은 공간에서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던 공기질은 좁은 집에서 필수 관리 대상. 이산화탄소 농도가 1000ppm을 넘어가면 뇌의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
집보다 카페가 더 잘 집중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적당한 자극이 있어서다. 사무실에서 타인의 존재와 같은 적당한 자극 효과를 줄 수 있는 것은 물 흐르는 소리, 난로 불꽃의 흔들림, 바람에 흔들리는 식물, 창밖의 외부 풍경 변화 등인데, 모두 규칙적이지도, 완전히 불규칙적이지도 않은 ‘적당한 동요’다. 수조를 설치해 작은 물고기들이 공간에 동요를 주게 하는 것도 팁이다.
집이기에 오히려 업무 효율에 도움이 되는 요소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향과 음악을 통한 자극이다. 간섭받을 일이 없는 만큼, 좋아하는 음악, 스트리밍서비스의 일할 때 도움이 되는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거나, 취향에 맞는 아로마 디퓨저를 써도 도움이 된다.
밀폐된 공간에서 오래 일할 때 기분이 가라앉는 것도 방지해야 한다. 베란다를 카페로 꾸며 작업실과 오가는 등 기분을 전환할 장치를 만들자. 집에 일할 곳을 몇 군데 정해놓고 어울리는 작업을 미리 설정해놓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기에 좋은 장소, 인풋을 하기에 좋은 장소, 아웃풋을 하기에 좋은 장소 등이 있을 수 있다. 작업을 하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베란다 카페에 가서 아이디어를 얻는 식으로 말이다.
◆행동을 통제하는 팁
환경을 정비하고 나면 내 행동을 통제할 차례다. 재택근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일하는 상태인 ‘온(on)’과 끝난 상태인 ‘오프(off)’ 스위치 전환이다. 제대로 전환하지 못하면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해 오랜 시간 노동하게 될 수 있다. 고야마 류스케의 첫째 팁은 옷이다. 재택근무를 할 때는 복장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니 지나치게 편한 복장이나 잠옷을 입은 채로 일하기도 하지만, 이는 온오프 전환을 어렵게 만든다. 외출할 때 입는 옷 정도로 갈아입어 기분을 바꾸고, 아침에 근처 편의점이나 카페로 가 커피를 사는 것을 일과로 삼아도 좋다. 외출을 계기로 기분을 ‘온’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또 일을 시작하는 루틴을 만들면, 그날 해야 할 일의 전체 모습을 이미지로 떠올리고, 무의식적으로 도움을 받는다.
마감시간을 정하고 근무시간표를 정해 스스로 시간제약을 주는 것도 필수다. 재택근무는 정해진 점심시간도 없고, 회의도 줄어 시간제약이 없어지다 보니 업무 마감시간이 애매해진다. 오전까지 간단한 일 하나를 끝내기, 나른한 오후 3시에 반드시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그 시간까지 일을 끝내겠다고 생각하고 작업에 집중하기, 간헐적 마감시간을 정하고 잠시 외출한 뒤 돌아오기 등의 방법으로 시간 구분을 하고 마감효과를 얻어야 한다.
하루 종일 아웃풋에 매달리면 엄청난 피로감으로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머리가 맑고 피로감이 없는 상태인 오전에 속도를 내서 아웃풋을 하고, 저녁에 책과 인터넷, 동양상 시청 등 수동적인 인풋을 하자.
완성도 조절도 개인 시간을 지키며 일하는 꿀팁이다. 너무 완벽을 지향하면 개인 시간이 점차 사라진다. 완벽주의자일수록 일단 70%를 완성으로 보고 마무리한 뒤에, 자주 업데이트해나갈 것을 권한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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