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모욕을 인정했지만 선고유예..그 이유가? [최영기 변호사의 알쓸신軍]
[스포츠경향]
최근 모 부대에서 병사로 근무하며 소속 부대 여성 중대장과 여성 소대장을 대상으로 “큰 XX가 가니, 작은 XX가 깝칩니다”라고 모욕한 혐의를 받은 A가 전역 후에 선고유예 처분을 받아 화제다.
선고유예 처분이란, 일정한 기간 형(刑)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 기간을 사고 없이 지내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로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면소(免訴)된 것으로 본다. 곧 유죄 판결의 선고가 없었던 것과 똑같은 효력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큰 XX가 가니, 작은 XX가 깝칩니다”라는 표현이 모욕에 해당하지 않은 것이라고 본 것은 아니다. 법원은 “이 사건 범행은 군의 명령 복종 관계와 같은 지휘체계에 손상을 가함으로써 국방력 감소를 가져올 위험을 초래하므로 피고인의 책임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여 A에게 모욕죄가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책임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음에도 사실상 죄를 묻지 않는 판결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 사건 상관모욕죄가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와중에 일어난 일이고 또 전역 이후에는 사실상 재범의 위험이 없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결과일 것이다. 또한 상관모욕죄가 군형법에만 규정된 특수한 죄라는 점 역시 중요하게 고려되었을 것이다. 상관모욕죄는 군형법 제64조에 규정된 범죄이다. 일반 형법상의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와 달리, 벌금형이 없는 것이 특징이어서 그 위반 사실이 인정될 경우 징역형의 높은 처벌을 받게 된다. 이 사건의 경우, 만약 일반 형법이 적용되는 상황이었다면 모욕죄가 인정되었다고 하더라도 A는 50~200만원 정도의 비교적 경미한 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군형법이 적용되는 상황하에서는 그러한 벌금형이 애초에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집행유예 등 징역형을 판결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사건 법원은 징역형은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가혹한 처벌이라고 본 것이다.
또한 모욕죄는 친고죄(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하는 범죄)이고,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범죄)이나, 상관모욕죄는 그러한 제한이 없다. 이 사건의 경우 여성 중대장과 여성 소대장은 처벌 불원의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일반 형법이 적용되는 경우였다면 애초에 기소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어야 하고 설혹 기소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공소기각의 판결이 내려졌어야 되는 것이다. 그런데 군형법의 적용을 받는 상황이라면 면소의 규정이 없기에 역시 징역형이 내려질 수밖에 없다. 법원은 이러한 결과는 지나치다고 본 것이다.
이 사건과 유사한 판결은 과거에도 있었다. 부대 내 병사 중 최고참이었던 B가 C중위가 견장 수여식을 진행한다고 하자 후임병들에게 화를 내며 ‘왜 귀찮게 하나. 존X 답답한 새X다’라고 한 사안에서 법원은 비속어를 써가며 ‘새끼’리고 한 부분은 경멸적 표현에 해당한다며 상관모욕죄를 인정했지만, 역시 선고유예의 판결을 했다.
최영기 변호사(법무법인 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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