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백기완 선생은 떠났지만..학림다방에 남은 '그의 예약석'

홍순빈 기자 2021. 2.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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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로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인 학림다방엔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남긴 글이 있다.

백 선생의 학림다방의 무료 손님이 된 것은 강연이 인연이 됐다.

이 대표는 "한 강연에서 백 선생이 나를 지목하며 학림다방을 추켜세워줬고, 그날 '학림다방 커피는 무료'라고 백 선생에게 선언했다"고 말했다.

학림다방에 있는 글귀는 생전 백 선생이 히딩크 감독에게 선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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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로의 가장 오래된 다방, 백기완 선생 생선 매일 출근하듯 찾아와.."유일무이한 무료손님"
지난해 초 냉면 모임 사람들과 만나 환하게 웃는 故 백기완 선생, 우측부터 이충열 학림다방 대표,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故 백기완 선생, 신학철 화가/사진제공=이충열 대표

‘사람은 만났다 헤어지기를 하지만 뜻과 뜻은 갈라지는 게 아니다’

서울 대학로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인 학림다방엔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남긴 글이 있다. 유명인사들이 즐겨 찾은 학림다방이지만 무료 커피 손님은 백 소장이 유일했다. 학림다방의 한쪽엔 여전의 그의 빈자리가 ‘예약석’으로 남아있다.

백 선생(이하 선생으로 표기)의 30년지기이자 학림다방의 대표인 이충열 대표를 백 선생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15일 오전 만났다.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이 대표의 표정에서 이미 오랜 지기를 떠나보낸 허전함이 느껴졌다.

매일 아침 학림다방에서 운명교향곡을…백 선생의 빈자리엔 예약석 푯말만
15일 찾아간 서울 종로구 학림다방. 백선생이 항상 앉던 자리는 비어 있었다/사진=홍순빈 기자

백 선생은 우리나라 민중운동의 '큰 어른'이다. 1932년 황해도 은율군에서 태어난 그는 1950년대부터 농민·빈민·통일·민주화운동에 투신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랫말의 원조 격인 '묏비나리'의 원작자이다.

이 대표는 "백 선생을 알고 지낸 지 30년"이라며 "매일 아침 카페에 오면 직접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트셨다"고 했다. 지난해 1월 폐렴 증상으로 입원해 투병 생활을 하기 며칠 전까지 학림다방을 찾았다.

백 선생의 학림다방의 무료 손님이 된 것은 강연이 인연이 됐다. 이 대표는 "한 강연에서 백 선생이 나를 지목하며 학림다방을 추켜세워줬고, 그날 ‘학림다방 커피는 무료’라고 백 선생에게 선언했다”고 말했다. 이후 백 선생은 출근하다시피 학림다방을 찾았다.

이 대표는 “항상 은행나무가 보이는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연한 커피를 시켜 책을 집필하시거나 강연 준비를 하셨다”고 말했다. 백 선생이 투병에 들어간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백 선생이 즐겨 앉던 자리엔 ‘예약석’ 푯말이 놓여 있었다.
평소 냉면 좋아해 '냉면 모임' 가져...히딩크 감독에겐 글귀 선물
故 백기완 선생이 남긴 글귀. '사람은 만났다 헤어지기를 하지만 뜻과 뜻은 갈라지는 게 아니다 역사와 함께 나아가나니'/사진=홍순빈 기자
이 대표는 “백 선생에게 커피를 주고 그는 나에게 이야기를 선물해줬다”라며 “이북에서 넘어와 고초를 겪은 이야기, 김구 선생님이 자신을 유학 보내려고 하다가 아버지가 말렸다는 사소한 이야기까지 들려주시곤 했다”며 그를 회상했다.

백 선생은 평소 냉면을 좋아했다. 이 대표는 “백 선생이 냉면을 좋아해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라며 “나를 포함해 5명이 한 달에 한 번 점심때 냉면을 먹고 사람 사는 얘기들을 나눴다”고 말했다.

학림다방에 있는 글귀는 생전 백 선생이 히딩크 감독에게 선물한 것이다. 그는 “백 선생이 축구를 좋아해 축구선수, 감독들 대상으로 강연을 참 많이 나갔다”며 “히딩크 감독과 각별해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그에게 전한 말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창밖을 보며 “창가에 앉아 건너편 은행나무 잎을 보면 잎이 떨어지고 새로 돋는 모습을 몇십 년 동안 같이 봐 왔다”라며 “나이 든 오랜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니 안타깝다”고 전했다.

한편 백 선생의 유족으로는 부인 김정숙씨와 딸 백원담(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백미담·백현담, 아들 백일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차려졌다. 발인 19일 오전 7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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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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