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 호시탐탐 노리는 중국.. 4년간 기술유출 시도만 17조원
[편집자주]우리에게 친숙한 사각형 세계 지도는 메르카토르 도법으로 그려졌다. 지구를 평면에 옮기는 과정에서 극지방으로 갈수록 실제보다 더 넓게 표현하는 왜곡이 발생한다. 이 지도상으로 비슷해 보이는 아프리카 대륙과 그린란드의 크기는 실제로 14배가량 차이가 난다. 이런 지도에 익숙하다 보니 바로 옆에 있음에도 얼마나 큰지 종종 감이 안 오는 곳이 있다. 바로 중국이다. 영토 넓이에서 약 9억6000만헥타르(ha)의 면적으로 세계 4위다. 3위인 미국보다 2300만ha 정도 작고 평면 지도에 나타나는 차이는 그보다 적다. 통계에 잡힌 수만으로 이 땅에 약 14억4422만명의 인구가 산다. 인구수로는 물론 세계 1위다. 중국은 생각보다 크다. 하지만 이 사실이 잘 와닿지 않는 구석도 있다. 전세계에서 기후변화를 경고하며 탄소를 줄이자고 하는 데도 독보적인 탄소배출 1위를 달린다. 미세먼지는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서해에서는 내일이 없는 것처럼 어장의 씨를 말린다.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기술유출 사건 셋 중 둘이 중국과 엮여있다. 요즘은 반도체 기술뿐 아니라 사람까지 빼간다. 자국 게임은 한국에 수출하면서 우리 게임은 자국 시장에 발을 못 붙이게 한다. 지도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이런 대국답지 않은 행보가 이어지면서 우리의 뇌리에도 각인된 것 아닐까. 혹자는 말한다. 덩치는 ‘대국’이지만 그릇이 ‘소국’이라 합쳐서 ‘중국’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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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디스플레이의 에지 패널 기술을 중국에 팔아넘긴 혐의로 기소됐던 B사와 C사가 지난달 무죄를 선고받았다. 화면 모서리를 곡면 형태로 구현하는 이 기술은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 특징 중 하나였다. B사 전 대표는 2018년 삼성에서 받은 설비 사양과 도면 등 자료를 자신들이 설립한 C사로 가져가면서 일부를 중국 업체 두 곳에 넘겼고 C사에서 설비를 제작해 중국에 수출한 혐의도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당 자료가 특허로 공개됐거나 업계에 알려진 상태이고 B사가 설비 개발 과정에도 상당 부분 관여했다는 점을 들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취임하면서 세계 주요국의 국제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내내 이어졌던 미·중 무역분쟁의 향방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하지만 분쟁의 강도와는 별개로 두 강대국 간 기술 패권 다툼은 계속될 전망이다. 기술력이 곧 경쟁력인 시대. 두 고래의 암투 속에 새우등이 터질까 전전긍긍이다. 유독 한쪽 고래가 덩치 값을 못하고 우리 것을 뺏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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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한·중 간 기술 격차는 ▲D램 5년 ▲낸드플래시 2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파운드리도 삼성전자보다 공정기술이 두 세대(4~6년) 뒤처지며 반도체 장비의 기술격차는 1.2년이다.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 분야만 세계 시장에서 미국과 대만에 이은 3위(15%)로 한국(1%)을 압도한다.
이렇다 보니 중국이 계속 꼼수를 쓴다. 국정원에 따르면 2020년 10월 기준으로 최근 5년간 국가핵심기술 유출 31건을 포함해 총 123건의 해외 기술유출이 적발됐다. 이 중 전기·전자 분야가 61건으로 가장 많았고 정보통신 분야도 9건을 기록했다. 특히 국가별 분류에서는 중국이 83건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보였다. 유출된 기술 셋 중 둘이 중국으로 간 것이다.
국정원 측은 이에 대해 “중국을 포함해 제조업 고도화를 추진 중인 기술 후발국이 우리의 반도체와 정보통신 등 선진 기술을 탐내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의 소극적 보안 투자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 ▲적발 시 ‘솜방망이 처벌’ 등도 기술유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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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부터 이렇다 보니 중국 업계에도 전문인력을 빼돌려 기술을 훔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반도체 굴기가 진행 중인 반도체 업계는 특히 심하다. 중국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고 미국 제재가 심해질수록 인재와 기술 빼내기에 열심이다. 대만에서는 이미 3000명 이상의 반도체 업계 종사자가 중국으로 넘어간 것으로 파악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도 ‘40년 삼성맨’ 장원기 전 사장이 중국 업체로 이직하면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그가 이직을 번복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최근 인재 유출 시도가 어느 정도로 이뤄지는지 가늠할 수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CXMT와 YMTC 등 중국 메모리반도체 업체는 이미 많은 한국 엔지니어를 확보했으나 여전히 여러모로 부족한 형편”이라며 “국내 기업은 방어 차원에서 관리자와 임원의 정리해고를 거의 시행하지 않고 있다. 정년에 가까운 부장도 정리하지 않고 임원이 회사를 떠날 때도 3년가량 급여를 보전해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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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산업스파이는 추적 회피를 위해 다크웹을 통해 기술 자료를 거래한다. 다크웹은 토르 등 특수한 웹브라우저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또 다른 인터넷’이다. 통상 익명성이 보장되고 IP주소 추적이 불가능하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서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첨단 조사기업을 도입하고 산업분야별 가이드라인을 제작하는 등 예방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업과 임직원 스스로 기술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개발에 10년이 걸린 기술도 1초 만에 유출될 수 있다.
국정원 측은 “기술유출 방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CEO(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보안시스템 구축을 비용이 아니라 더 큰 손실을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투자로 인식하고 평소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보안의 생활화’ 유도가 필요하다”며 “일부 임직원은 ‘자신이 개발한 기술은 자기 소유’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진 경우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은 중요 기술자료를 비밀로 분류하고 세밀한 보안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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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동현 기자 dh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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