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더 자유로운 나라가 더 강하다 / 라몬 파체코 파르도

한겨레 2021. 2. 16.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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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외신 속 '대한민국'

라몬 파체코 파르도

킹스칼리지런던 국제관계학과 부교수·브뤼셀자유대 KF-VUB 한국학 석좌교수

최근 한국은 해외에서 두 가지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먼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을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했다. 2014년 이후 추락했다 이제 다시 올랐다. 또 <블룸버그>는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나라로 선정했다. 지난해 잃었던 지위를 다시 탈환한 것이다.

민주주의 전환 이후 과거의 경직된 사회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차없는 추진을 가능케 한 동력이 한국을 규정해왔다. 1980년대 후반까지는 정부와 국민 혹은 가족 간의 관계에서 유교적 관념이 지배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유교적 관념이 한국의 지난 ‘따라잡기식 개발’을 가능케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반대로 놓고 보면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한 억압의 시기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은 그들만의 평행세계를 이루었고 그 세상의 상위에 그들이 존재했으며, 나머지가 그 하위에 자리했다. 그러므로 1970년대까지 많은 한국인들이 당시 이미 드러내기 시작했던 자유와 창조성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나갈 공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늘날 한국은 지도자들의 책무를 제대로 지우는 나라가 되었다. 예컨대 미국에서 4년 동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여준 족벌주의에 기반한 학연과 지연의 백악관 구조, 신경질적 행동, 대통령에 대한 일반적 대중들의 무시를 보자. 한국인이었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시위할 것이고, 당연히 그것이 옳다. 한국인들은 권력에 대항하여 진실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중 탄핵 표결에서 살아남아 4년간의 권한을 마쳤다. 그의 재임 기간에 정부에 반하는 시위는 거의 전무했다. 이런 면에서 볼 때도 민주주의의 질적 측면에서 미국이 한국보다 낮은 순위에 있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는 가히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회피하고 무마할 수 있었다.

한국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들의 질과 그들의 민주주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향상되고 있다. 물론 국회에서의 논의는 때로 소란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의견을 열렬하게 나누는 것이 반대에 대한 침묵을 지키는 것보다 훨씬 건강한 사회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은 때로 검찰·법원의 관대한 법 집행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세계정의프로젝트는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법치국가 중 하나로 꼽는다.

더 많은 외국 언론이 서울지부를 키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외국 언론에서는 일부 한국인들이 믿지 않는 것보다 더 한국 민주주의의 질과 자질을 믿고 있다.

좀 더 민주적인 한국이 한국 경제에도 좋다. 한국은 지금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혁신해야 한다. 직원들이 새로운 제품을 구상하고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은 한국 경제의 핵심이 되어야 하며, 이는 삼성이든 엘지(LG)든, 서울 테헤란로에서든 대전의 대덕 이노폴리스에서든, 심지어 창업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시민들이 현상에 도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꿈꿀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도 다름 아닌 강력한 민주주의이다. 이것이 한국 경제가 번창하기 위해서라도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한국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이다.

비평가들은 한국 민주주의 기관의 질이 완벽하지 않다고 주장할 것이다. 혹은 아직 한국 경제가 독일, 일본, 혹은 미국과 같이 현대적이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설령 이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한국 정치경제의 근본이 어제보다 오늘 더 좋은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훼손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정치 및 기업 엘리트들도 한국이 계속해서 번영할 여건을 조성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 외에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한국인들은 이를 예상하고, 만약 필요할 경우 변화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더 민주적이고 혁신적인 한국은 희망과 낙관적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서 있다. 더 자유로운 나라는 정치와 기업 모두에 긍정적이다.

(번역: 강나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협력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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