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상장' 쿠팡, 납품업체 줄 외상값 쥐고 몸값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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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영업현금흐름'이 지난해 '플러스'(유입)로 전환된 배경에는 물건을 매입한 비용을 최장 두달 뒤 지불하는 '외상값 지각 정산'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쿠팡 모기업 쿠팡엘엘시(LL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지난해 쿠팡의 영업현금흐름은 3억155만달러(약 3515억원)로, 2019년의 '마이너스' 3억1184만달러(약 3584억원)보다 6억1339만달러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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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6억1339만달러 늘었다고
사업 지속 가능성 긍정적 신호?
두 달 지각 정산+매출 증가 겹쳐
현금흐름 개선된 것처럼 보일 뿐
"최대한 당겨쓰는 미국식 기업 형태"
쿠팡의 ‘영업현금흐름’이 지난해 ‘플러스’(유입)로 전환된 배경에는 물건을 매입한 비용을 최장 두달 뒤 지불하는 ‘외상값 지각 정산’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각 정산은 쿠팡에 물건을 파는 소상공인들의 주된 불만 사항 중 하나였다. 쿠팡 쪽과 업계 일부에선 현금흐름 개선을 두고 적자 행진 속에서도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라 해석해왔다.
15일 쿠팡 모기업 쿠팡엘엘시(LL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지난해 쿠팡의 영업현금흐름은 3억155만달러(약 3515억원)로, 2019년의 ‘마이너스’ 3억1184만달러(약 3584억원)보다 6억1339만달러 늘었다. 이 회사의 영업현금흐름이 유출에서 유입으로 전환된 건 로켓배송을 시작한 2014년 이후 6년 만이다. 영업현금흐름은 투자·재무 활동은 빼고 순수히 영업 활동을 통해서만 나타나는 현금의 유출입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런 터라 이 지표의 유입 전환은 대출이나 증자와 같은 외부 자금 수혈이 없이도 쿠팡의 사업이 안정적으로 굴러갈 수 있다는 징표로 해석됐다.
그 내역을 뜯어보면 이런 해석은 일러 보인다. 영업현금흐름을 1년 새 가장 크게 늘린 항목은 ‘매입채무’인 까닭이다. 매입채무는 납품업체에 지불해야 할 ‘외상값’을 말한다. 갚아야 할 돈이나 당장 빠져나간 현금이 아니기 때문에 영업현금흐름에선 ‘유출’이 아닌 ‘유입’으로 처리된다. 지난해 매입채무 규모는 10억6585만달러로, 한해 전(4억1651만달러)보다 155%나 늘었다.
매입채무가 크게 는 이유는 두가지 요소가 버무려져서다. 우선 매출의 가파른 성장이다. 매출이 불어나는 만큼 외상값도 늘어나는 셈이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한해 전보다 두배 가까이 불어났다. 두번째 이유는 ‘지각 정산’이다. 고객에게 물건을 팔아 들어온 현금을 쿠팡이 납품업자에게 바로 지급하면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작다. 하지만 쿠팡은 외상값 정산을 통상 물건을 납품받은 후 최장 두달 뒤에 한다. 이런 지각 정산은 매출 증가와 결합하며 현금흐름이 부쩍 개선된 것처럼 보이게 한 셈이다.
그간 쿠팡이 이익률을 크게 낮춰서라도 공격적 외형 확대 전략을 추구하는 배경에는 시장 지배력을 키우려는 목적 외에도 이런 기형적 재무 구조 탓이라는 분석이 종종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학자는 “쿠팡이 (매입채무로) 딱히 돈을 버는 건 아니지만, 최대한 당겨서 쓰는 미국식 유통기업의 형태와 닮았다”고 말했다.
이런 지각 정산은 현금흐름에는 도움을 주지만 납품업체엔 고통을 준다. 쿠팡에 납품하는 한 중소 의류업체 대표는 “업체가 돈을 장기간 묶어둬 대금으로 돈놀이한다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들지만, (시장 지배력이 있는) 쿠팡에 입점해야 매출이 나오기 때문에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한 온라인몰 관계자는 “정산 주기를 1~2일 수준으로 짧게 조정했다면, 현금흐름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쿠팡·위메프·티몬 등 일부 온라인몰은 정산 완료까지 길게는 60일 걸린다고 나타난 바 있다. 이에 지난 1월 국회에서 전자상거래업체가 30일 이내에 정산해야 한다는 이른바 ‘로켓정산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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