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학대' 인천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 2명 구속..피해 학부모 "진정한 사과조차 없어"

장애아 등 원생 10명 50~100차례 학대한 혐의

원생을 지속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구속된 인천 서구 소재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인 20대 B씨(왼쪽)와 30대 A씨가 지난 15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미추홀구 소재 인천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인천=뉴스1

 
장애아를 포함한 원생 10명을 상습 학대한 혐의를 받는 인천 소재 국·공립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2명이 구속됐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지난 15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30대 여성 A씨와 20대 여성 B씨를 구속했다.

A씨 등은 이날 오후 2시쯤 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인천지법에 출석해 “혐의를 인정하느냐”, “피해 학부모들에게 할 말은 없느냐”, “아이들한테 미안하진 않으냐”는 취재진의 잇따른 물음에 침묵했다.

앞서 A씨 등 2명은 지난해 11∼12월 인천 서구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자폐증 진단을 받거나 장애 소견이 있는 C(5)군과 D(1)군을 포함한 5명 등 1∼6세 원생 10명을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어린이집의 원생은 모두 19명으로 이 가운데 6명은 장애아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 원생을 학대한 20∼30대 보육교사 6명 전원과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40대 원장을 입건해 수사를 벌인 결과 A씨 등 2명은 심한 학대를 했고 상습적이며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었다.

실제로 경찰이 2개월치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에서 확인한 결과 A씨 등 2명의 학대 의심 행위는 각각 50, 100차례였으며, 다른 보육교사들도 모두 더해 50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 서구 소재 국·공립 보육교사들의 학대로 피해를 본 어린이집 학부모들이 지난 15일 오후 가해 보육교사 2명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심사)이 열린 마추홀구 소재 인천지법 정문 앞에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피해 학부모들은 이날 인천지법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가해 보육교사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가해 보육교사가 출석하자 서로 껴안고 통곡하기도 했다.

이들 부모는 가해 보육교사가 원생의 머리채를 잡고 끌거나 걸레로 얼굴을 때렸다고 주장했다. CCTV를 통해 쿠션을 공중에 한 바퀴 돌려 장애아에게 휘두르거나 짓누르는 모습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들 보육교사는 교실에서 둘러앉아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원생들을 방치하기도 했다는 게 이들 부모의 주장이다.

이들 부모는 “판사님 도와주세요.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원장과 교사 꼭 구속수사 해주세요”, “강력한 처벌 구속수사 하라”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영장 실질심사가 끝날 때까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담임교사로부터 100여 차례의 폭행을 당했다는 한 아이의 부모는 이 자리에서 “피해아동 학부모들은 원장을 포함한 모든 교사를 구속한 상태에서 수사를 하기 바란다”며 ”특히 그 중에서도 교사 2명에 대해서는 구속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 구속 촉구를 위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제 아이는 학대 트라우마로 실내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람들을 무서워하는 상태”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울다 지쳐 잠들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다른 학부모는 “가해교사들은 1월20일쯤 휴대전화 메시지로 피해아동 엄마들에게 사과문을 보냈는데, 어떤 사과문에는 피해 당사자의 이름도 제대로 적혀 있지 않았다”며 ”대부분의 사과문 내용은 ‘훈육 차원’이었다는 변명뿐, 제대로 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교사는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지금까지 사과할 기회는 많았지만, 1월20일 사과문을 제외하면 한마디도 받지 못했다”며 “전날에는 밸런타인데이였는데, 가장 많은 학대 피해를 입은 아동의 가정에 가해교사 중 1명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나아가 “만나주지 않자 사과문이 담긴 과자 바구니를 문 앞에 두고 갔다”며 “그것을 보고 피해 부모는 치가 떨리고, 함께 그 사진을 본 부모들은 분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가해 교사가 작성한 사과문에는 “사랑하는 조카로, 때로는 제 막내 동생과 같은 마음으로 보육을 하다 보니 교사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잊은 채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며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해 부모님의 신뢰를 저버리고 큰 아픔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조금이라도 부모님의 마음의 짐을 덜어드리기 위해 조사에 잘 응하고 깊이 반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 역시 지난해 12월 A씨 등 3명의 교사가 분무기를 이용해 C군의 머리에 물을 뿌리거나 D군의 몸을 손으로 폭행한 사실을  CCTV로 확인했다.

또 한 교사는 원생을 사물함에 넣고 문을 닫기도 했다.

경찰은 나머지 4명의 보육교사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