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수 수사받고 총장엔 경고.. 경희대 무슨 일이
문재인 대통령 모교인 경희대가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일부 교수의 횡령 혐의 등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수 비리 등과 관련해 정치권 연루설까지 학교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희대는 교육부가 지난해부터 벌여온 종합감사에서 경영대학원과 글로벌미래교육원(옛 사회교육원)이 학생 모집 홍보비 등 명목으로 총 30억원 규모의 용역(60여 건)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사실이 드러났다. 2000만원 초과하는 용역은 대학 총무처를 통해 경쟁입찰을 해야 하는데 특정 업체들에 몰아준 것이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달 감사 결과 처분을 경희대에 통보하고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검찰은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된 경희대의 수의계약 등에 교수들이 5명 이상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최근 수년 동안 신입생 모집 대행 업체들과 수의계약을 맺은 뒤 해당 업체들이 실제로 학생들을 모집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고 용역 대금 약 30억원을 지급해 업무상 횡령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 경희대 교수가 대표를 맡고 있는 모집 대행 업체와 맺은 수의계약도 상당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행 업체들이 지정한 개인들에게 학교가 세금계산서도 교부하지 않고 7억여원을 지급한 점도 검찰 수사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대상에 오른 교수가 경희대와 맺은 수의계약 중에는 홍보가 사실상 필요 없는 학위과정도 있었다. 공군이 경희대와 합동으로 석사과정을 개설하고 2015년부터 위탁교육생을 파견하고 있는데, 이 석사과정의 홍보 계약(5000만원)도 경희대 교수가 대표인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공군 간부만 지원하기 때문에 별도의 홍보가 사실상 필요 없는데도 홍보 대금을 이 업체에 지급했다는 것이다. 공군 간부 20여명에게 1인당 한 학기에 280만원가량씩 연간 1억원 안팎의 국비가 지원됐다. 수사 대상에 오른 경희대 교수는 본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횡령 혐의를 받는 30억원 가운데 상당액이 학교와 정치권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 정경희 의원실(국민의 힘) 측은 “경희대의 묵인 아래 교수 업체와 학교 간 사실상 내부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 대상에 오른 교수들이 여권 인사들과 가깝다는 제보도 입수한 상태”라고 했다. 이에 대해 경희대 측은 “정치권 관련설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며 “해당 업체들이 학생 모집과 관련해 전문성이 있다고 판단해 수의계약으로 업무를 진행해왔는데, 교육부 감사에서 공개 입찰 규정을 어겼다는 지적을 받아 개선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는 30억원 흐름이 어디까지 확인되느냐에 따라 사태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희대 안팎에선 “수의계약 대금이 업체를 통해 학교 쪽으로 다시 들어갔을 경우에는 사실상 내부자 거래를 통한 비자금 마련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정경희 의원은 “교수들의 일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조직적인 횡령 범죄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며 “이권 보장 경위와 자금 흐름을 낱낱이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수의계약 문제가 드러난 경희대가 기업 등과 계약을 맺고 개설한 학과에서 학생 모집 등에서 부당한 점이 드러났다는 이유로 전 총장인 조인원 경희대 학교법인(경희학원) 이사장과 경희대 한균태 총장 등에 대해서도 경고 통보를 했다. 이에 대해 경희대는 “교육부의 감사 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재심의 신청을 한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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