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반전세' 증가..새 임대차법 '후폭풍' 어쩌나
저금리·세금에 월세 선호..임차인 주거비 부담 증가
정부, 서울에 32만호 공급.."당장 입주 아니라 한계"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반전세(보증부 월세) 매물은 나오면 바로 계약돼요."
지난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대장주로 불리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매물이 없고, 전셋값이 너무 많이 오르다 보니 임차인들이 반전세라도 계약을 맺고 싶어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저금리에 세금 부담은 갈수록 늘면서 집주인 대부분이 전세 물건을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했다"며 "전세 매물 품귀 현상에 전셋값마저 급등하면서 반전세 매물이 나오면 보지도 않고 계약할 정도로 치열하다"고 전했다.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는 등 좀처럼 안정세를 찾지 못하면서 주거비 부담이 큰 반전세 거래가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7월 임대료 인상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을 때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등 새로운 임대차보호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이른바 '전세 소멸'이 현실화하고 있다.
새 임대차보호법으로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값이 급등하는 등 주택 임대차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중 전세 거래 비중이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불안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신규 전세 매물 자체가 씨가 마른 데다, 다주택자가 급증한 보유세 부담으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면서 주거 불안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사상 최악의 전세난으로 반전세나 월세 등의 임대 거래가 증가하면서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후 반전세 거래가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한 새 임대차법 시행된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7만5684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반전세 거래는 전체 임대차 거래의 총 2만4909건(32.9%)을 나타났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해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간 반전세 비중은 28.2%에 달했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반전세 거래가 4.7% 증가한 것이다.
반전세에는 임대차계약 중 순수 보증금만 있는 전세를 제외하고, 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 치 이하)와 준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 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 초과)가 포함된다.
지역별로 고가 전세가 몰려 있는 강남을 비롯해 외곽 지역 모두에서 반전세 비중이 늘었다. 강남권에서는 서초구에서는 반전세 비중이 지난해 상반기 35% 안팎을 기록하다,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7월 28.5%로 낮아졌다. 이후 8월에 33.8%로 상승하더니, 11월에는 50.5%로 절반을 넘겼고, 12월에도 43.2%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송파구도 반전세 비율이 지난해 5∼7월에 25∼27% 수준에 머물렀으나 8월들어 45.7%로 급등했다. 이후 35% 안팎을 오가다 11월에 44.3%로 상승했다.
은평구는 지난해 1~8월까지 19∼25% 사이를 오르내리다가, 9월 27.1%로 상승했고, 12월에는 30.5%를 기록했다. 또 올해 1월 38.8%까지 오르며 상승세다. 구로구 역시 지난해 30% 안팎을 오르내리더니 11월 51.5%로 급등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42.8%를 기록했다.
반전세가 늘면서 주거비 부담도 커졌다. 지난해 3분기 가구의 월평균 월세지출이 전년보다 1.6% 늘어나며 처음 증가세로 전화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3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실제 주거비 지출은 월평균 8만4200원으로, 1년 전보다 1.6% 늘었다. 가구당 실제 주거비 지출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8% 줄어든 7만3700원, 2분기에는 1.8% 감소한 7만8100원이었으나 3분기 들어 8만4000원대로 상승했다.
실제 주거비 지출은 전세는 포함하지 않고 대부분 월세 지출이 차지한다. 자가나 전세로 거주하는 가구까지 포함해 평균을 내기 때문에 실제 월세로 사는 가구의 지출은 이보다 훨씬 크다.
서울의 급등한 전셋값이 좀처럼 내리지 않고, 매물도 줄어든 상황에서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기존 세입자들은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신혼부부나 집을 새로 임대해야 하는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주택시장에서는 전세가 줄어드는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저금리와 세금 부담 강화 등으로 인해 집주인이 반전세나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을 부추겨 전세 물량이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오는 2025년까지 서울 도심에 32만 가구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공급되기까지 최소 4~5년 이상 걸리고, 민간 참여보다 공공 위주의 공급이라 물량이 제한적인 것이라는 예상도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전셋값을 결정짓는 또 하나의 변수인 신규 공급 물량도 갈수록 줄어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은 2만5520가구로, 올해(5만289가구)의 절반으로 떨어진다. 내후년에는 1만7000가구로, 최근 10년 사이 입주 물량이 가장 적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반전세 계약이 늘면서 임차인의 주거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새 임대차법 영향으로 주택 임대시장에서 반전세 계약이 늘고 있다"며 "그동안 축적된 수급불균형에 따른 주택 임대시장의 부작용이 커지면서 집주인이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거나 임대료를 올려 세금 부담을 전가하더라도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정부가 수십만 채를 공급하겠다고 하더라도 당장 입주 물량이 아니기 때문에 주택 공급에 대한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어렵다"며 "전세에 익숙한 임차인 입장에서 월세나 반전세는 주거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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