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①"10년 강한 달러 시대 끝났다"
"美쌍둥이 적자폭 확대. 실질 채권 수익률도 낮을 것"
"인플레이션 우려 기우, 중앙은행들 여전히 경기회복에 초점"
"미국에서 신흥국으로 자본 이동하는 한해 될 것"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10년간 이어진 달러 강세는 사실상 끝났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금융그룹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의 제프 켄드릭 신흥시장 FX 리서치 헤드 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10일 이메일을 통해 이뤄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켄드릭은 스탠다드차타드그룹 내에서 신흥시장과 관련한 최고의 외환시장 및 거시경제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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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유동성에 따른 자산 거품 우려에 대해서는 켄드릭 이코노미스트는 “당분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며 “각국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자체보다 경기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국은행이 금융권의 대출 확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한은이 갓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상황에 찬물을 끼얹으려고 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라면서도 “(한은이) 과도한 유동성을 서서히 축소하고자 하는 서막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전망하나.
△지난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3.8%를 기록했다. 올해는 4.8%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 성장률 둔화가 시작됐던 2019년 성장률 2.9%와 비교해본다면 괄목할만한 회복이다.
4.8% 성장률은 지난 10년간 글로벌 평균성장률(3.7%)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해도 잠재성장률 대비 실질 GDP 성장률은 계속 낮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로존, 일본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충격이 사라지려면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의 경제 회복 시점은 내년 정도로 본다.
올해 글로벌 경기 회복은 아시아 시장이 중심이다. 아시아 전체 성장률은 7.5%를 기록할 것이다. 중국과 인도는 각각 8%와 10%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다.
-최근 백신 접종이 각국별로 시작되고 있다. 언제쯤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까.
△백신에 대한 영향이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나긴 하겠지만, 올 하반기에도 충분히 반영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백신 물량이 전 세계적으로 부족하고, 실제 접종지까지 운반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국가별로도 접종률 차이가 클 것으로 본다. 코로나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미국과 영국의 상당수 인구가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하는데, 그 시점은 빨라도 올해 3분기께다.
올해는 3분기 정도는 돼야 대부분의 인구가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경제 전망을 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주요 중앙은행들은 경기 회복 지원을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돈 풀기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있다. 지나친 유동성 공급에 따란 거품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당분간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나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물론 국제 원자재나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있다. 그러나 각국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자체보다 경기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것으로 예상한다. 식량과 에너지 가격 등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을 배제한 근원(core)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농산물이나 원자재 등의 단기적인 가격 움직임이 각국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는 있겠지만 우려할 만큼 지대한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차치하더라도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의 자산 거품 우려는 계속 커지고 있지 않나.
△(자산거품에 대한) 일부 우려는 있지만 지난해 각국 중앙은행들은 옳은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본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금융 시스템 충격을 이겨내기 위한 유동성 공급 정책은 잘 한 일이다. 물론 시장에 남는 유동성이 자산 시장에 흘러 들어갔고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를 높인 부분도 있다. 이 같은 투자심리는 최근 수년내 최고 수준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은행도 대출 투자에 대해 우려하는 것 같다. 한은이 갓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상황에 찬물을 끼얹으려고 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한은 총재의 발안을 보면 대출 관행을 검토하려는 것 같은데, 이는 과도한 유동성을 서서히 축소하고자 하는 서막이 될 수도 있다.
이 문제는 미국 연준을 포함한 중앙은행들이 앞으로 리파이낸싱을 해야하는 기업들의 건정성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금융시스템의 과앙 유동성을 줄여나갈 수 있을가 하는 문제다. 올해 내내 중앙은행들이 이를 어떻게 시장 참여자들과 소통해 나갈 것인지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중앙은행들은 언제까지 저금리를 용인할 것으로 보는지. 출구전략은 아직도 먼 이슈인가.
△올해 2분기까지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25%까지 높아졌다. 2021년말까지 1.5%로 상승할 것으로 본다. 이는 인플레이션 공포보다는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와 이와 관련한 공급 증가로 인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금융 비용을 낮게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당분간 지속할 것이다. 이에 따른 자산매입도 지속할 것이다. 여전히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실질 경제성장률은 기대치보다 낮을 것이고, 낮은 인플레이션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연준이 달러 약세를 언제까지 용인할 것으로 보는지.
△10년 가까이 이어왔던 달러 강세가 지난해 중반 사실상 끝났다. 미국에서부터 자본 이탈도 많아지면서 달러 약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쌍둥이 적자(무역적자, 재정적자) 폭이 확대되고 채권 실질 수익률이 낮게 유지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달러 약세 현상은 더 강해질 것으로 본다. 게다가 미국 대선 후 리스크 프리미엄의 감소, 아시아 시장의 경기 회복세 등으로 미국에서 전세계로 자본이 이동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입장에서도 달러 강세보다는 약세를 선택할 것으로 본다. 기업들의 글로벌 가격 경쟁력과 서비스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우선시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옐런이 중장기적으로 지금의 약달러 상황을 용인할 것이라고 본다. 달러 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지지 않는 이상 달러화 가치를 올리는 정책을 펼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유럽과 영국이 마이너스 금리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보나.
△백신 접종 등으로 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강해졌다. 지금보다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낙관론에 따라 영란은행(BOE) 등은 지금의 금융완화정책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마이너스 금리를 결정하는 건 피할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마이너스금리가 경기 회복에 효과가 클 것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백신 접종이 효험이 없는 등 최악의 경기 상황이 되면 고려해볼 수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아니라고 본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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