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합작사'까지 거론..배터리 소송 합의금은 얼마?

우경희 기자 2021. 2. 16.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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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제1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이제 세간의 관심은 합의금 규모에 쏠린다. 세기의 배터리 소송전이 LG에너지솔루션(LG화학배터리부문)의 승소로 일단락되면서 양측이 본격적인 합의안 도출에 나설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이 지급할 구체적인 합의금 액수는 ITC(국제무역위원회)가 영업비밀 침해 판정에 대한 상세한 보고서를 공개한 후 책정될 전망이다. 예단은 이르지만 현금 분할지급 방안이 유력한 가운데 양사 간 지분 공유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열사 지분 양수도 방안도 거론된다.
최대10조원→3조원→?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 측이 승기를 잡았지만 합의금 규모나 합의 시점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인정, 2~4년의 유예를 둔 10년 간 미국 내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다.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합의가 필수다.

3년여 간 이어진 쟁송 과정에서 예상 합의금도 계속해서 달라졌다. 소송 초반 LG 측은 SK가 인력빼가기에 대해 사과하고 수천억원 규모 합의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이 격화되면서 합의금은 향후 판매분에 대한 기술비용까지 '10조원+α'까지 회자됐다.

배터리업계는 ITC 판결을 전후해 LG 측이 2조8000억~3조 원 가량을 잠정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SK 측 안은 이에 반해 8000억원대에 머물렀다. LG가 판결 직후 "이제는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라"고 촉구한 것은 이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합의금 도출까지는 아직 수차례 단계가 남았다. 조만간 ITC가 상세한 판결 결과문을 공개할 예정이다. SK의 영업비밀 침해가 어느정도 수준으로 인정되는지가 명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결과문을 놓고 양쪽이 다시 한 번 해석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최종 판결로부터 60일 이내 이뤄질 수 있는 미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는 가장 큰 변수다.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SK측의 미국 사업에 숨통이 트인다. 소송 범위가 댈라웨어 지방법원 소송 등으로 달라진다. 합의 규모도 작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거부권이 최종 행사되지 않는다면 LG가 유리한 지점을 점한 가운데 본격적인 합의금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거부권 행사 여부가 결정된다고 합의 시한이 지나는건 아니다. SK측이 항소법원 항소를 선택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ITC가 폭스바겐 등에 배터리를 납품할 수 있도록 유예를 둔 '판결일로부터 2년'이 사실상 합의 시한이 될 수 있다. 바이어와 관계가 배터리 납품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현금 안 되면 지분으로? 분리막 합작사 탄생하나
LG화학 중국 난징 1공장 전경/사진=LG화학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업부문이 코로나19(COVID-19)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적자(-2조5688억원)를 냈다. 배터리부문에서도 3000억원대 적자를 냈다. 그래도 투자를 멈출 수는 없다. 미국은 물론 폴란드 등에 조단위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 현금이 달린다.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도 합의금 책정을 허투루 했다간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투자비용 부담이 큰건 마찬가지다. 중국 등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 부담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최대한 유리한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한다.

그러면서 국내외 상황도 완전히 무시하긴 어렵다.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에 한 획을 그은 소송인만큼 지켜보는 눈도 많다. 대체로 ITC 판결에 수긍하는 분위기지만 폭스바겐과 포드 등 당장 배터리 납품 공백을 겪게 된 업체들은 속이 탄다. SK배터리공장을 유치한 조지아주도 비상이 걸렸다.

SK그룹과 LG그룹 양쪽의 상황을 감안할 때 계열사 지분을 넘기는 방안도 검토될 전망이다. 아직 전망은 이르지만 상반기 상장(IPO) 최대어로 꼽히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협력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 제조사다. 2019년 4월 출범해 그해 매출 2630억원, 영업이익 806억원을 냈다. 시작에 불과하다. 창저우 공장에 이어 중국과 폴란드에 공장을 짓고 있다. 2019년 기준 3.6억㎡인 생산량은 2023년 18.7억㎡로 늘어난다.

증시에선 상장 후 기업가치가 5조~6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분은 SK이노베이션이 90%를 들고 있다. 역시 전망은 이르지만 LG가 지분을 넘겨받아 주요 투자자가 된다면 배터리 생산구조 상 SK가 보유한 지분의 가치도 올라갈 수 있다는게 매력적이다.

다만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배터리 핵심 특허 중 하나인 분리막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SK입장에서는 분리막 계열사에 LG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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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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