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MB국정원 사찰, 피해 의원들이 직접 정보공개 청구한다
판 키우는 민주당 vs 국민의힘 "정치공작"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대상으로 거론되는 전ㆍ현직 국회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정보 공개 청구에 나선다. 이에 따라 피해자 개인 정보 유출 우려 등으로 지지부진했던 진상 규명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4ㆍ7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악재를 맞은 국민의힘은 “국정원의 정치 공작”이라고 반발하지만, 사찰 피해가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국민의힘이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정부 때인 18대 국회(2008~2012년) 현역 의원이었던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진상 규명을 위해 내가 불법 사찰을 당했는지 여부에 대해 국정원에 개인적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민주당 차원의 진상 규명과 별도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시 18대 의원이었던 안규백 민주당 의원도 “(개별 정보 공개 청구에 나설)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면서 “우선 당과 상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현 전 민주당 의원은 "18대 국회 때 수집한 나에 관한 정보 모든 것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하겠다"면서 "국정원에 남아있는 모든 자료를 폐기하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전 민생당 의원 역시 “이명박 정부 때 내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참여 등 국정원이 싫어할 만한 행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내 정보는 무조건 있을 것”이라며 “정보공개 청구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홍영표 의원, 이종걸 전 의원 등도 정보공개 청구에 긍정적이라고 한국일보에 밝혔다.
직접 나선 의원들... 진상규명 돌파구 되나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은 청와대 민정수석 지시로 18대 국회의원 299명 전원과 언론인, 연예인 등 900~1,000여명의 인물 동향을 파악했고 국정원은 이런 자료를 여전히 보유 중이다. 단순 동향 파악이 아닌 명백한 불법 사찰에 해당하는지는 자료를 보고 따져 봐야 하지만, 사찰 자료 공개엔 진척이 없다. 사찰 자료를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국회 정보위 등에 내놓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저촉돼 곤란하다는 것이 국정원 입장이다.
안민석 의원처럼 본인이 직접 정보공개 청구 절차를 밟으면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없어진다. 국정원 역시 지난 9일 “법률과 판례에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관련 정보를 성실히 제공하고 있다”며 협조할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의원 개인이 받을 수 있는 것은 본인 관련 자료로 한정되지만, 과거 국정원이 의원들의 개인 정보를 얼마나 샅샅이 들여다봤는지 유추하는 핵심 근거가 될 것이다. 자료가 공개되면 큰 파장이 일 것이라는 뜻이다.
'불법 사찰 이슈' 판 키우려는 민주당
간만에 호재를 만난 민주당은 판을 키우려 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찰 의혹에 대해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반드시 진상을 밝혀야겠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는 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16일 전체회의에 박지원 국정원장을 불러 사찰 목록 등 관련 자료 제공을 요구할 예정이다.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국가정보기관의 사찰성 정보 공개 촉구 및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 결의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15일 오후 기준 40명 넘는 범여권 의원들이 결의안에 공동 제안자로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 "선거 전 정치공작 의심"
민주당은 이번 사찰 의혹이 일반인 사찰 피해자들이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소송의 대법원 판결이 최근 나오면서 불거진 것으로, 보궐선거 등 정치 일정과 무관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의혹을 적극 키우는 데는 정치적 의도가 있을 것으로 의심한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인 정진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정원이 불을 지피고 여당 대표까지 바람잡이로 나서는 것을 보니 뭔가 거대한 정치공작이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라며 “사라진 줄 알았던 국정원의 정치 공작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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