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1위' 백내장, 당장 수술할 필요 없어
국내 수술 1위 질환은 백내장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달 31일 발간한 ‘2019년 주요수술통계연보’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이 45만9,062명으로 가장 많았다. 백내장 수술이 10만명당 수술 건수에서도 1,305건으로 1위였다.
급속한 고령화 탓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수술 건수 급증으로 과잉 진료 논란을 비롯해 안내염 부작용 사태 등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최근 3년간(2017~2019년) 접수된 안과 소비자 상담은 1,635건이고 이 가운데 백내장 상담은 523건(32%)으로 가장 많았다. 백내장 수술은 10분 만에 끝나는 ‘간단한’ 수술로 여기기 쉽지만, 예민한 눈을 다루는 수술이기에 환자 상태에 따라 까다로울 수 있다.
◇30~40대 ‘젊은’ 백내장 크게 늘어
백내장은 눈 속 수정체(렌즈)가 혼탁해지면서 시력을 떨어뜨리는 눈 질환이다. 백내장이 생기면 안구 통증 또는 분비물이 생기고, 시력이 떨어진다. 또한 물체가 겹쳐 보이는 복시(複視), 어두운 곳에서 시력이 회복되는 증상인 주맹(晝盲) 등이 나타난다.
노화ㆍ외상ㆍ포도막염ㆍ전신 질환 합병증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한다. 가장 흔한 것은 노화에 의한 노인성 백내장으로 50세 이상 연령층에서 가장 흔히 발병한다. 게다가 최근 30~40대 ‘젊은’ 백내장 환자도 늘고 있다. 무분별한 스테로이드 안약ㆍ잦은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푸른 파장 빛이나 자외선에 대한 노출 시간이 많아지는 것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백내장 진단은 산동제(散瞳劑ㆍ동공이 커지도록 하는 안약)를 점안한 후 세극등 현미경을 이용해 백내장 진행 정도와 양상을 파악한다. 이후 백내장 치료를 위해 안약과 알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백내장 진행을 늦출 뿐 근본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없애고 인공 수정체를 넣는 것이다. 이형근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인공 수정체는 영국 안과 의사인 해럴드 리들리에 의해 처음 고안돼 1949년에 최초로 사람에게 삽입된 이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백내장 수술은 각막의 가장 자리를 2.2~3㎜ 정도 작게 절개한 뒤 혼탁한 수정체를 들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수정체를 싸고 있는 얇은 막(1㎛ 두께)의 주머니는 그대로 두고 알맹이인 수정체만 도려낸다. 그러나 수정체 주머니 막이 워낙 얇기에 수술하다 찢어지거나 손상될 때가 없지 않다.
이 때문에 백내장 진단을 받았다고 당장 수술할 필요는 없다. 수정체 혼탁이 발생한 위치나 환자 개개인이 느끼는 증상 등에 따라 수술 시기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백내장 초기라면 약물 치료로 진행 속도를 늦추면서 자신의 수정체를 최대한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김재휘 김안과병원 안과 전문의는 “백내장 수술 시기 기준은 환자마다 다른데 이는 개개인이 느끼는 불편감과 눈 상태 등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전문의는 “백내장 초기에 수술한 사례와 중반 정도 진행된 이후 수술했을 때 결과는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난다”며 “다만 수술 시기가 아주 늦어지면 녹내장 등 합병증 위험이 커지므로 백내장이 있다면 꾸준히 정기검진하면서 진행 양상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광언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교수는 “백내장을 예방하려면 휴식을 취할 때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등을 시청하기보다 눈을 감고 외부 자극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 때부터 더욱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수술 후 안내염, 점안주사제 탓
최근 백내장 수술을 받은 뒤 급증한 안내염은 점안주사제 오염 때문으로 확인됐다. 안내염은 안구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를 말한다. 문제된 백내장 수술 보조 요법제(점탄 물질)로 사용하는 유니메드제약의 점안주사제 ‘유니알주 15㎎(히알루론산나트륨)’은 품질 부적합이 확인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판매 중단 및 허가 취소됐다.
앞서 식약처와 질병관리청은 백내장 수술 후 진균성 안내염이 단기간에 100건 이상 발생했으며, ‘안과 수술에 쓰이는 점탄 물질(OVD) 의약품 부작용이 의심된다’는 대한안과학회와 대한안과의사회의 보고에 따라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박성표 대한안과학회 홍보이사(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안과 교수)는 “최근 백내장 수술 후 급증한 안내염은 점안주사제 오염이라는 이례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백내장 수술로 인해 안내염이 생길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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