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따상 노리는 주린이..증권신고서는 읽어보셨나요?"
공모주 열풍에 묻지마청약 안돼
내가 속한 업종부터 투자공부를
기업 증권신고서는 정보의 보고
기업가치·공모가 적절한지 파악
보호예수등 FI 성향 살필수있어
◆ 증시 조정기 투자전략 ◆
전례 없는 공모주 투자 열풍을 바라보는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사진)의 생각은 어떨까. 박 연구원은 국내에서 IPO 보고서를 가장 오랫동안 작성해온 애널리스트다. 그의 주 전공은 중소형주(스몰캡)인데, 시야를 넓혀보자는 차원에서 공모주 시장을 살펴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2016년 첫 월간 보고서를 발간했으니 딱 5년이 지난 셈이다. 매일경제신문은 그를 만나 공모주 투자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IPO 보고서를 쓰게 된 계기는.
▷스몰캡 종목만 하나하나 뜯어보니 편견에 사로잡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년 전 IPO 보고서를 쓰기 시작한 게 스스로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산업과 재무제표를 보는 걸 넘어 전반적인 시장 상황을 분석하고 상장 기업 실무자들도 만나니 대단히 흥미로웠다.
―보고서는 어떻게 작성하나. 최근에 뜨거워진 공모주 열풍을 실감하는가.
▷지난 한 달 동안의 IPO 시장 데이터를 추리고, 상장을 앞둔 기업 중 굵직한 곳들의 증권신고서를 분석 정리한다. 신고서에서 투자자들이 읽어야 할 특이 사항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필두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의 자금 담당자와 미팅한 내용을 담기도 한다. 이 정도만 담아도 보고서 분량이 100쪽을 훌쩍 넘는다. 애널리스트라는 직업 특성상 핵심 고객은 기관투자가와 법인이다. 예전에 비해 IPO와 관련된 백데이터를 요청하는 곳이 부쩍 증가했다. 공모주 투자를 진지하게 하는 곳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개인들도 유선 전화로 종종 문의를 주는 걸 보니 공모주가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부각된 건 틀림없다.
―공모주 청약 시 개인투자자가 꼭 챙겨볼 부분이 있다면.
▷상장 예비심사에 통과한 기업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증권신고서를 게재한다. 300쪽 넘는 분량이라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긴 쉽지 않다. 하지만 공모가를 적절하게 산정했는지는 꼭 살펴봐야 한다. 통상 비상장기업은 동종 업계 상장사의 주가 추이, 재무 상태 등을 참고해 기업가치를 책정한다. 산정 방식이 신고서에 상당 부분 설명돼 있다. 이걸 읽어보며 그 회사가 속한 업종의 대표 기업은 뭔지, 비교기업으로 택한 곳은 적절한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상장 전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도 잘 살펴봐야 한다. 요새 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이나 사모투자펀드(PEF)가 참 많다. 여러 회사의 주주 현황을 보다 보면 굵직한 VC가 계속해서 등장하곤 한다. 이들의 투자 성향과 선호하는 주식 보유 기간(보호예수)을 따로 확인해놓는 것도 공모기업을 분석하는 포인트다. 초보에게는 쉽지 않겠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감이 조금씩 잡힐 거다.
―'따상' 때문에 공모주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졌다.
▷공모주를 받으면 '무조건 먹는다'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 그건 투자가 아닌 투기에 가깝다. 수요예측 결과 시장 상황, 유통 물량 등에 따라 공모주 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작년에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가 따상 릴레이를 이어갔지만 극히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시장 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올해도 공모시장은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과한 수익률을 기대하고 '묻지 마 청약'에 나서는 건 적절하지 않다. 공모 기업을 분석하고 공부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개인투자자에게 조언을 건넨다면.
▷모르는 산업부터 공부하는 개인들이 너무 많다. 공부는 언제나 바람직한 일이지만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자기가 몸담고 있는 산업'부터 제대로 분석하기를 권한다. 내 일을 단순히 과업으로 여기지 말고, 전문가 못지않게 잘 알고 있는 산업처럼 여기라는 얘기다. 동종 업계 사람들과 교류하다 보면 비상장 주식을 살 기회도 잡을 수 있다. 그렇게 본인의 소속 업종부터 관심을 갖고 비상장 주식, IPO 공모주, 상장 이후 주식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보는 건 어떨까 싶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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