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한나, 빌리 아일리시..팝스타들이 손 맡기는 그녀
“정말 잊을 거야?/ 날 떠나보낼 수 있어?”
미 그래미 시상식의 최연소 퀸 빌리 아일리시(20)와 라틴팝의 떠오르는 별 로살리아(28)가 만나 지난달 23일 공개한 노래 ‘로스 바스 아 올비다르(Lo Vas A Olvidar·넌 결국 잊겠지)’. 이 둘의 만남만큼이나 화제가 된 것은 뮤직비디오 속 네일아트(손톱 장식)였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뮤직비디오에서 이 둘은 파도를 닮은 듯한 손톱 장식을 하고 나와 손동작만으로 이별의 아픔을 전한다. 미국 10대들의 패션 우상인 이들은 원래도 긴 손톱 유행을 이끄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튜브 뮤직비디오에는 “대체 이 놀라운 손톱 장식은 누가 한 거야?” 등의 댓글이 달렸다.
두 팝스타의 손톱을 담당한 사람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소진네일(Sojinail)’을 운영 중인 한국인 오소진(30) 대표다. 아일리시와 로살리아 외에도 리한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비요크, 에이셉 로키, 릴 나스 엑스, 칼리 우치즈 등 유명 팝스타의 손톱을 담당하고 있다. 그를 이메일과 소셜미디어 대화로 인터뷰했다.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가 한국 국적과 미 영주권을 가진 오 대표는 원래 미 의류 회사 아메리칸어패럴에서 마케팅과 홍보 일을 담당했다.
“부모님 뜻에 따라 퀸스대학에 진학해 인문학을 전공했지만 어릴 적 꿈이었던 아티스트의 길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우연히 미 힙합 가수 카녜이 웨스트와 일을 같이하며 스쿠버다이빙과 네일 아티스트 일을 취미로 배웠는데 그때 ‘바닷속 아름다움을 손톱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자격증을 따고 네일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오 대표 작품의 특징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독특하고 기하학적인 무늬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소재도 가리지 않는다. 3D 프린터기를 사용한 네일 아트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이번 뮤직비디오에서는 유리를 재료로 썼다.
“로살리아가 오랜 단골이라 작업을 같이하게 됐어요. 뮤직비디오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 화려한 네일 디자인으로 희망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조명 빛을 반사하는 유리를 소재로 썼고, 유리 아티스트 그레이스 왈드로의 도움을 받아 함께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할 때는 예뻤는데, 지우는 게 고역이었어요. 아세톤으로 조금씩 녹여가며 지우다 보니 한 시간 반 넘게 걸렸어요.”
오 대표는 네일 디자인 영감을 자연에서 받는다고 했다. “자연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나 책을 자주 봐요. 직접 여행하며 찍은 사진을 보고 디자인을 구상하기도 해요.”
그의 독특한 작품들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인기다. 최근에는 아이슬란드 출신 배우 겸 가수인 비요크의 촬영을 돕기도 했다. “비요크 의뢰가 들어왔는데 장소가 아이슬란드라 코로나 때문에 갈 수 없었어요.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네일 디자인을 조율하고, 손톱에 붙일 작품을 미리 만들어 아이슬란드로 보냈습니다.”
오 대표는 네일 작업할 때 자연 친화적이냐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손톱이 덜 손상되는지, 꾸민 장식들은 환경을 덜 파괴하는지를 신경을 많이 써요. 될 수 있으면 무독성 제품을 쓰려고 하고요. 결국 모든 건 자연에서 시작돼, 자연으로 돌아가는 거니까요.”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