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 등 주요도시에 장갑차.. "무력진압 임박"
군부 쿠데타 발발 2주째로 접어든 미얀마의 주요 도시에 군용 장갑차가 등장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쿠데타 반대와 군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되면서 군부의 강제 진압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쿠데타 발발 뒤 장갑차가 전국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BBC 등 외신과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14일 밤(현지 시각)부터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을 비롯한 미얀마 주요 도시 곳곳에 장갑차들이 진입했다. 양곤 시내 반군부 시위대 집결지인 술레 사원 앞에만 10여대의 장갑차가 배치됐다. 양곤의 미얀마 중앙은행 앞에도 장갑차가 배치되자 시위대들이 몰려와 군부 퇴진과 구금된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석방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군인들과 대치했다.
장갑차 배치 후 유혈 충돌 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5일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군경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발포(opened fire)했다고 현지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통신은 한 학생이 “일부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확한 부상자 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군경이 이날 고무탄을 사용한 것은 확인됐으나 실탄 사용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국적인 시위 상황이 전파되는 상황에서 15일 오전 1시부터는 인터넷 접속이 8시간 동안 차단됐다 복구돼 군이 본격적인 진압을 앞두고 통신 수단 차단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유혈 사태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사회의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토머스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15일 트위터에 “급습과 체포, 군용 차량 배치, 인터넷 차단 등 일련의 상황들은 미얀마 장군들이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미국·영국·독일·캐나다·EU 등 미얀마 주재 서방 15국 대사들도 군부를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내고 “합법적 정부를 전복시킨 것을 항의하는 시위대에 대한 폭력 행사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한편 군부에 의해 가택연금된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구금 기간은 당초 15일까지였으나 법원 결정에 따라 17일까지로 연장됐다고 수지의 변호인이 밝혔다. 앞서 군부는 불법 수입한 무전기를 소지하고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로 아웅산 수지를 기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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