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13] 메릴린 먼로의 방한
“快活한 웃음과 함께 美女俳優 「몬로」孃 入京”. 1954년 2월 18일 조선일보 기사 제목이었다. 그해 1월 14일 메이저리그 야구 스타 조 디마지오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 메릴린 먼로는 일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던 중 한국을 방문해 유엔군 장병들을 위문해달라는 미군 장성의 요청으로 예정에 없던 한국행을 단행했다.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거의 모든 질문이 먼로에게만 쏟아지고 급기야 ‘미스터 먼로’라 불린 디마지오는 끝내 동행을 거부했다.
2월 16일부터 3박 4일 동안 먼로는 서울을 비롯해 대구, 포항, 동두천, 인제 등에서 10차례나 공연하고 배식 봉사를 하는 등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눈발이 날리는 야외무대에서 드레스 차림으로 어깨를 드러낸 채 속삭이듯 노래했다. 반주를 맡았던 피아니스트는 “먼로는 노래를 잘 부를 필요도 없었다. 그냥 거기 서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고 회상했지만 먼로는 자신이 출연한 많은 영화의 주제곡을 직접 부른 당당한 가수였다. 나는 서부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에서 그가 부른 주제가를 특별히 좋아해 한동안 스마트폰 링톤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사망한 지 육십갑자 거의 한 바퀴가 돌았건만 메릴린 먼로는 여전히 뭇 남성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그러나 먼로는 흔히들 말하는 ‘멍청한 금발(dumb blonde)’이 아니다. 그는 몸짓, 대사 그리고 노래까지 연기에 버무려낸다. 연세가 지긋한 이들은 1962년 케네디 대통령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줄 때 그의 끈적끈적하고 뇌쇄적인 허스키 보이스를 기억할 것이다. 그는 목소리에도 농염을 실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가 만일 지금 다시 태어난다면 ‘미녀 배우’가 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런 몸매로는 요즘 데뷔조차 하기 어렵다. 남자들은 기실 흐벅진 여성을 몽상하는데 미디어는 왜 자꾸 깡마른 여인만 내세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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