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42] 갑자기 찾아온 불안, 무대 공포증
‘발표의 신'이라 불렸던 한 직장인이 있었다. 올해 승진 후 상사 앞에서 새해 사업 계획을 발표하던 중, 갑자기 감당할 수 없는 불안이 찾아왔고, 천금 같은 기회를 망쳐버리고 말았다. 흔히 ‘무대 공포증'이라 부르는 ‘실행 불안(performance anxiety)’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경험이 많으면 불안이 줄어들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불안은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다. 무대 공포라고는 없을 것 같은 베테랑 배우나 가수 중에도 실행 불안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있다.
실행 불안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우선 생리학적 각성이 과도해진다. 손 떨림, 과도한 땀 흘림, 짧은 호흡, 빠른 심장박동, 그리고 입 마름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하면 극도의 공포에 숨이 멈출 것 같은 공황 증상까지 나타난다. 또 ‘머리 회전이 멈춰버려 발표를 다 못 하면 어떡하나' ‘목소리가 안 나오면 어떡하나' 같은 부정적 생각이 끝도 없이 머리를 맴돈다. 이러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실제 인지 기능의 저하 현상이 와 결국 발표나 공연을 망치게 된다. 그 뒤엔 자존감 저하와 절망 또는 분노 같은 정서적 반응이 이어질 수 있다.
실행 불안이 찾아왔을 때 ‘불안해하지 말자’며 감정을 직접 조절하려는 ‘마인트 컨트롤’을 하게 된다. 하지만 불안이 심한 경우에는 강하게 마음을 조절하려다 오히려 심적 저항을 불러와 불안이 더 증폭하기 쉽다. 불안을 찍어 누르며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기보다, ‘괜찮아, 불안할 수도 있어’라며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고 마음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이완 요법이 효과적이다.
긴장하면 그 긴장감이 신경계 등을 통해 전달돼 손도 떨리고 심장도 빨리 뛰는 등 몸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인데, 이런 몸의 반응이 다시 마음을 더 불안하게 해 신체 증상도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기 쉽다. 그래서 긴장되었을 때 이를 적극적으로 풀어줄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평소에 훈련해놓는 것이 필요하다. 복식호흡 같은 이완 요법도 연습을 해두면 도움이 되며, 명상 요가 같은 이완 요법도 도움이 된다. 발표가 없을 때도 평소에 꾸준히 이완을 연습해 기본적인 긴장도를 낮추는 것이 좋다.
불안 반응이 매우 강하거나 아직 이완 기술이 충분히 익숙하지 않을 때는 비약물적 요법만으로는 불안이 잡히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때는 무대 공포의 불안 반응의 악순환을 차단해 주는 약물 처방에 대해 전문가와 상의해 보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약물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어 무대 공포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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