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낭비까지 용인하지는 말아야[동아광장/최종찬]
적극 재정 필요하지만 곳곳 비효율 산적
공무원 증원에 공공기관 수익성 악화 우려
낭비적 재정 운용은 사회정의마저 해친다
우리나라는 경기부양 대책으로 지난해와 올해 연속으로 매년 100조 원가량 국채를 발행하고 그 결과 금년 말 국가부채는 1000조 원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여당은 우리나라의 작년 국가부채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44%로 외국에 비해 낮아 큰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낙관할 형편이 아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명대로 세계 최저의 저출산 추세가 지속되며 복지비가 급속도로 늘어나 국가부채비율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무원과 군인연금은 이미 고갈되어 재정에서 매년 수조 원을 지원하고 있다. 2040년 말경에는 사학연금도 고갈되고 2050년경에는 국민연금도 고갈된다. 급속한 고령화로 건강보험 지출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19년 노인 비중은 15%인 데 비해 건강보험 지출 중 노인의료비 비중은 42%다. 건강보험 적립금은 2024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1994년 일본의 국가부채비율은 60%였는데 2020년에는 250%가 되었다. 최근 일본 고령화 비율은 28%인데 2050년 우리나라 고령화 비율은 40%로 전망된다. 그 시기가 도래하면 우리나라 국가부채비율은 과연 얼마나 될까.
기업은 경영이 어려워지면 불요불급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는 재정낭비를 줄이려는 노력이 전혀 안 보인다. 재정운용의 비효율 사례를 살펴본다.
여당은 4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일률적으로 다 주고 아울러 취약계층에는 추가적으로 더 주자고 주장해왔다. 코로나19로 전체 경제는 어려워졌지만 소득이 줄지 않거나 호황으로 소득이 늘어난 계층도 있다. 세입 부족으로 국채를 100조 원이나 발행하면서 소득이 줄지도 않은 공무원, 공기업 직원, 호황 업종 근로자까지 왜 지원해야 하나.
문재인 정부는 공약으로 임기 중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인구가 줄고 있고 인공지능과 온라인 서비스 등이 발달하는데 대규모 증원은 타당한가. 농촌 지역에는 학생 수보다 교직원이 더 많은 학교도 있다. 공무원은 채용하면 해고도 불가능하여 인건비 부담도 막대하다.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을 위한 재정부담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공무원 못지않게 신의 직장으로 여겨지는 공기업 경영 부실은 심화되고 있다. 구태의연한 낙하산 인사가 지속되고 경영평가 시 수익개선 항목의 비중은 줄이고 채용 확대, 정규직 전환 등의 비중은 늘려 경영개선을 잘한 기업들이 오히려 불리한 경영평가를 받게 됐다. 그 결과 2020년 3분기 공기업 인원은 2016년 대비 29% 급증하고 339개 공공기관의 당기순이익은 2016년 15조6000억 원에서 2019년 6000억 원으로 급감했다.
과거 정치권의 압력에 의한 비효율적 사업이 추진되는 경우가 있어 이를 막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절차를 만들었다. 현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예외를 확대해 비효율적 사업의 남발을 초래하고 있다.
재정규율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예가 현재 국회에서 추진 중인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다. 가덕도는 2016년 동남권 신공항 검토 시 3개 후보지 중 꼴찌를 하고 공사비도 김해 신공항보다 5조 원이나 더 큰데도 타당성 검토와 환경영향 검토 등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 앞으로 예산실은 다른 지역의 공항, 도로, 철도 등 예산 요구를 무슨 명분으로 거절할까.
경제가 어려울 때 재정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재정 낭비에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낭비적인 재정지출은 경제적 효율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정의를 해친다. 불요불급한 인프라 투자나 공무원 증원, 공기업 지원에 돈을 쓰면서 취약계층 지원을 소홀히 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금년 예산의 10%만 구조조정하면 50조 원 이상의 국가부채를 줄일 수 있는데 구조조정 노력은커녕 비효율을 증대시키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정부가 정부개혁실을 설치하여 정부개혁을 대대적으로 실시한 이후 제대로 된 정부개혁이 없었다. 그동안 공공부문에 비효율이 많이 누적되었을 것이다. 내년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대대적인 정부개혁이 필요하다.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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