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민주주의 훼손 대가 치르도록 한국도 목소리 내야"[파워인터뷰]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2021. 2. 1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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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주재 美대사 지낸 데릭 미첼 국가민주주의연구소 대표
2012∼2016년 미얀마 주재 미국대사를 지냈던 데릭 미첼 국가민주주의연구소(NDI) 대표는 이번 미얀마 쿠데타를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어떻게 지키느냐에 대한 첫 번째 시험’으로 규정하며 한국을 비롯한 미 동맹국들이 미얀마 문민정부가 쿠데타로 무너지는 것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NDI 제공
《“미얀마 쿠데타는 미국과 동맹국의 국가안보와 이해관계를 위협하는 사안입니다. 한국도 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에서 미얀마 주재 미국대사를 지냈으며 워싱턴 외교가의 손꼽히는 아시아 전문가로 평가받는 미 싱크탱크 국가민주주의연구소(NDI)의 데릭 미첼 대표(57)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미얀마 사태는 민주주의란 가치를 어떻게 지키느냐를 두고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맞이한 첫 번째 외교시험대”라며 “민주주의 절차와 국민 선택을 훼손하려는 시도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

미첼 대표는 미 유명 외교안보 대학원인 터프츠대 플레처스쿨을 졸업하고 NDI,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같은 싱크탱크에서 일했다. 2009∼2011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수석부차관보를 거쳐 2011년 4월 미얀마 담당 미국특사로 발탁됐고 2012년 7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미얀마 주재 미대사를 지냈다. 미국은 1988년 미얀마 군부의 반정부 시위대 유혈진압에 반발해 당시 미대사를 소환했다. 이후 24년간 양국 외교관계가 단절됐던 터라 당시 그의 대사 부임이 큰 주목을 받았다. 미얀마 사태에 대한 그의 진단과 제언이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첼 대표는 “미 외교정책 관점에서 미얀마는 동남아시아의 ‘잃어버린 조각’ 같은 국가였다”며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및 민주화를 통해 아시아의 역동적 성장 흐름에 동참하려던 미얀마에 군부가 다시 등장했다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수십 년간의 군부독재를 끝내고 2015년 11월에야 출범한 문민정부가 쿠데타로 무너지는 것을 방관해선 안 되며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얀마 주재 미대사로 발탁될 당시 임명 배경은.

“국방부에서 아시아 정책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내가 ‘미얀마 특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특사 신설을 입안하고 의회가 이를 검토, 승인하는 데까지 1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자리가 확정되자 ‘특사를 맡아 달라’는 제안이 왔다. 당시 행정부는 아시아 정책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었고 미얀마에 외교적으로 더 많이 관여하기를 원했다. 각종 제재로 고립돼 있던 미얀마를 다시 열어젖히고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정립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자 했다.”

―미얀마는 어떤 곳인가.

“매우 특별하고 아름다운 나라다. 한 번이라도 여행해본 사람이면 ‘이런 경험을 그 어디에서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할 것이다. 특히 여러 부족들로 이뤄진 다양성의 나라다. 불교국가임을 자랑스러워하지만 역사적으로 다양한 종교를 받아들이고 관용해온 나라이기도 하다. 전략적 차원에서는 천연자원 보고이자 인도양으로 접근하기 위한 거점 지역이며 동아시아와 남아시아를 연결하는 요충지다.”

―양국 관계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 특히 대중 정책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미국의 외교정책 관점에서 미얀마는 ‘잃어버린 조각’ 같은 곳이었다. 우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 더 많이 관여하기를 원했다. 특히 아세안을 거점으로 삼아 미얀마와의 관계 정상화를 시도하려 했다. 하지만 오랜 제재로 고립돼 있던 미얀마에서 이를 실천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아시아가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라면 미얀마 또한 그 일부가 될 필요가 있다. 미얀마는 (민주화 이후) 나라를 개방하며 진화해왔다. 그런데 군부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 또한 시험대에 오른 것 같다.

“그렇다. 단순히 중국과의 외교정책 차원이 아니라 더 넓은 의미에서 민주주의란 가치를 어떻게 지키느냐에 대한 첫 번째 시험이다. 군부가 민주주의 절차와 선택을 훼손하려 하는 시점에 우리가 이를 외면해선 안 된다. 이런 결정을 하려는 나라에 대해 반드시 그 비용을 치르도록 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그렇게 형편없이 취급될 때 한국, 미국, 일본,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등 어떤 나라도 강하게 대응해야 하고 심각한 비용을 부과해야 한다.”

―미국이 미얀마를 제재하면 미얀마 군부가 그 반발로 중국과 밀착해 미얀마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만 키워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얀마 사태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중국을 넘어서는 것이다. 중국이 아시아태평양 역내에서 권위주의를 앞세우고 이를 (주변국에) 심기 위한 자원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맞다. 다만 미얀마 군부 또한 중국의 영향력이 미얀마에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 나라에 자부심을 갖고 있고 중국이 간섭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과 가까운 관계로 알려져 있다. 민주 투사인 수지 고문이 2015년 11월 집권한 후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을 방조하면서 많은 비판이 제기됐다.

“미얀마에서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만큼의 역동적인 경제 발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주의 발전 또한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수지 고문 혼자만의 잘못은 아니다. 해결에 50년이 넘게 걸리는 문제를 5년 내에 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는 이 문제에 책임이 있는 군부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의 역할 또한 매우 제한적이었다. 수지 고문의 집권은 미얀마 국민의 민주적 선택이었다. 다만 그가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많은 공감과 리더십을 원했던 사람들이 실망한 것은 맞다.”

―미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제재를 비롯한 강경책을 사용할 때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어떤 종류의 제재를 부과하느냐가 중요하다. 군부를 정확하게 겨냥해 군부의 사업 및 여기에 관여하는 사람들을 제재해야 한다. 미얀마 전체나 미얀마 국민에게 타격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1일 쿠데타로 민주 정부를 뒤엎고 권력을 장악한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65)은 사령관 자격으로 군이 보유한 여러 기업의 이권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그의 세 자녀 또한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미첼 대표는 이 부분에서 특히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이 미국의 대응에 동참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얀마 상황에 대한 대처가 한국의 이해관계와 직결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국의 국가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한국이 민주적 가치를 존중하고 민주주의의 편에 선다면 미얀마 군부에 비용을 부과해야 한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태국 같은 동남아시아 동맹국은 미얀마 사태에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국가가 한목소리를 내는 게 가능할까.

“나라마다 각자의 접근 방식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겠지만 그래도 협력해야 한다. 이런 일(쿠데타)은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함께 보내야 한다. 모두가 미국과 반드시 똑같은 입장을 취할 필요도 없다. 예를 들면 한국은 한국 입장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비용을 부과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 또한 한국만의 방식으로 할 수 있다.”

―북한과 미얀마의 군사 협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가.

“내가 미얀마에 있을 때 많이 우려했고 관심 있게 들여다본 문제였다. 국방부에서 근무했던 이력 때문에 그 관계에 대해 알고 있었다. 미얀마의 민주화로 양국의 군사 협력이 많이 감소했다고 알고 있다. 다만 완전히 중단됐는지는 모르겠다.”

―NDI는 어떤 싱크탱크이고 어떤 일을 해왔나.

“냉전시대였던 1983년 설립됐고 전 세계 55개 도시에서 활동해오고 있다. 여러 나라의 민주화 기반 마련을 돕고 민주주의에 관한 좋은 선례를 연구하고 공유한다. 표현의 자유, 권력 분립, 시민사회 활동, 정당 구성 및 선거 같은 민주주의 체계 구축을 돕는다. 민주주의를 이뤄내는 일은 자연스럽게 그냥 되는 게 아니다.”

―최근 한국은 대북전단금지법으로 민주주의 및 인권 측면에서 비판받고 있다. 민주주의를 위해 오랫동안 일한 전문가 입장에서 어떻게 보는가.

“북한을 향해 손을 내미는 문재인 정부가 그들을 자극하고 싶지 않다는 것은 이해한다. (한반도) 긴장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사람들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있고 늘 이를 위한 투쟁이 있어왔다. 대북전단금지법은 실망스럽다. 특히 제3국에서의 활동까지 법이 금지하는 부분이 그렇다. 과해 보이고 이상하다. 북한을 달래려고 애쓴다고 그것이 꼭 평화를 가져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데릭 미첼 미국 국가민주주의연구소(NDI) 대표
△ 1964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출생 △ 버지니아대 학사(외교학),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석사(법학 및 외교학) △ 1986∼1988년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외교업무 담당 보좌관 △ 1988∼1989년 대만 영자신문 ‘더 차이나포스트’ 에디터 △ 1993∼1997년 NDI 아시아 및 러시아 담당 선임연구원 △ 2001∼2009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국장 △ 2009∼2011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수석부차관보 △ 2011∼2012년 미얀마 담당 미국특사 △ 2012∼2016년 미얀마 주재 미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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