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질문하고 듣는 연습의 플랫폼
[경향신문]
최근 아이폰 기반 애플리케이션 ‘클럽하우스’가 단연 화제다. 클럽하우스는 오로지 음성만을 기반으로 한 오픈 마이크 플랫폼으로 모더레이터가 방을 만들고 해당 방의 주제를 제시하면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스피커로 올라와 발언하거나 리스너의 자리에서 이야기를 듣는다.
라디오나 팟캐스트처럼 기존 미디어 중에도 음성을 기반으로 한 매체나 플랫폼이 없었던 것이 아닌데 어째서 유독 클럽하우스만 이 정도로 화제가 될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며칠 동안 클럽하우스를 돌아다녔다. 며칠 둘러본 것만으로 클럽하우스가 왜 잘나가는지 그 이유를 거창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한 가지 발견한 것은 있었다. 사람들에게 질문이 너무 많다는 것, 그리고 질문에 답하고 싶은 사람 또한 너무 많다는 점이었다.
유저(사용자)는 자신의 사진, 그리고 자신의 커리어를 간단하게 적은 바이오를 게시한다. 즉 클럽하우스 속의 자아는 자신의 커리어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클럽하우스에서 가장 자주 마주할 수 있는 방들은 대부분 이러한 직업과 관련된 방이다. 개발자들끼리 모여서 수다를 떨거나, 방송 분야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 또는 아나운서 모임 등 같은 분야의 직종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고민을 나누기도 하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나 매사추세츠공대(MIT), 실리콘밸리 등 해외에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입사 노하우 등을 공유하는 방까지 종종 볼 수 있다. 취업준비를 하는 학생들에게는 무료로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멘토링 공간이겠거니 생각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공간의 특성 때문인지, 내실을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음에도 오로지 충고만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또한 넘쳐났다. 전문 이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내가 그 분야는 잘 모르지만…’으로 시작하는 소위 꼰대짓이 시작되기도 했다. 듣지 못하고 말하는 것에만 강박을 가진 군상이 많았다. 오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듣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오로지 자기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타인의 시간을 가져가는 사람도 많았다.
클럽하우스가 보여주는 가능성이란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 우리는 나에 대해 쓰고, 다른 사람의 글을 가볍게 스쳐 읽는 것에만 익숙해졌다. 하나의 텍스트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텍스트 속의 단어가 주는 감상을 강박적으로 쏟아내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이런 시대에서 우리 주변의 타인과 타인의 이야기 전체에 귀 기울이고, 동시에 타인에게 목소리의 감각으로 질문을 던지며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은 소중하다.
물론 클럽하우스가 꼭 딱딱한 질의응답만 가득한 간이 면접장이지만은 않다. 성대모사를 주고받거나 작업을 하면서 잔잔한 음악을 듣는 방처럼 기존의 팟캐스트 형식의 방들도 많으니 말이다. 기회가 된다면 클럽하우스에 들어가 내가 얼마나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인지 한번 점검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융희 문화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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