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못 막으면 '맑고 깨끗한 봄날' 보기 힘들어진다
"오염물질 배출 저감 정책 시급, 중국 등 주변국과 협업 중요"
바람이 그치니 이 기간 동안 초미세먼지 농도는 올라가기만 했다. 서울 기준 11일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50μg(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으로 지난해 평균치(21μg)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12일에는 65μg, 13일과 14일에는 70μg까지 치솟았다. 고농도 초미세먼지 현상은 15일 북서풍이 강하게 불면서 해소됐다.
○늘어나는 대기정체 현상
15일 기상청에 따르면 일평균 풍속이 초속 2m 이하인 국내 대기정체일은 2011년 203일에서 2020년 230일로 늘었다. 초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이 자주 발생한 2019년의 대기정체일은 236일에 달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대기 내 ‘기온역전’ 현상도 대기정체의 원인 중 하나다. 통상 대기 중에서는 지상의 따뜻한 공기와 상층의 차가운 공기가 서로 자리를 바꾸는 대류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차가운 공기가 더 무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상층 공기가 지상보다 더 따뜻해지면서 대류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나온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는 “기온역전 현상은 지표면이 차가워지는 겨울과 봄에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반도에서 고농도 초미세먼지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계절은 겨울과 봄이다.
○미세먼지 저감정책과 중국 협업 강화
대기정체로 발생하는 고농도 초미세먼지 현상을 줄이기 위해선 기후변화 대응과 배출 저감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대기정체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야 고농도 초미세먼지 수준을 낮출 수 있다.
2015년 전국 초미세먼지 농도 측정을 시작한 환경부는 2017년 9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 수립을 계기로 본격적인 초미세먼지 배출 저감 정책을 펴고 있다. 주로 오염물질을 많이 내뿜는 배출원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국 635개 대형 사업장 굴뚝에 원격감시장치(TMS)를 설치해 오염물질 배출량과 배출농도를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은 보조금을 지급해 폐차를 지원하고 매연저감장치를 부착하게 했다. 그 결과 TMS를 부착한 대형 사업장의 초미세먼지 및 오염물질 배출 총량은 2018년 12월 1만9894t에서 2020년 12월 1만3518t으로 약 32% 줄었다.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숫자도 같은 기간 234만4000여 대에서 134만7000여 대로 43% 감소했다.
2009년 12월부터는 초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이 많이 발생하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배출원을 집중 관리하는 ‘계절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시기에는 석탄발전소 가동을 멈추거나 줄이고, 불법 소각과 오염물질 배출 단속을 강화한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수도권 내 배출가스 5등급 차량들의 운행도 제한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밀접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중국과의 협업도 강화했다. 2015년부터 전용통신으로 실시간 대기질 측정 자료를 공유하는 양국은 2019년부터는 측정치에 각자의 예보정보도 교류하고 있다. 2020년에는 회의만 30여 차례를 진행하며 양국의 저감정책 방식과 효과를 공유했다. 이번 계절관리제가 3월에 종료되면 그 성과를 평가한 뒤 다음 계절관리제 등 대책을 수립할 때 함께 공조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저감정책 수행과 주변 국가와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록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대기정체 현상이 많이 발생하는 등 기상 상황이 갈수록 녹록지 않다”며 “그럴수록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는 저감 정책을 꾸준히 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편서풍 계열의 바람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의 특성상 중국과의 협업이 필수라는 의견도 있다. 김철희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대기 오염물질이 국경을 따져가며 비껴가는 것은 아니다”며 “초미세먼지, 오존 등 기후변화로 인해 일어나는 대기 변화는 한중 양국이 함께 문제를 들여다봐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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