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총기규제 강화".. 공화당-총기협회의 벽 이번엔 넘을까

뉴욕=유재동 특파원 2021. 2. 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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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 참사' 3주기 맞아 美의회에 총기규제 강화 법안 주문
펠로시 의장도 "정부와 보조 맞출것"
미국인 57% "규제강화 찬성"에도 공화당 반대-총기협회 로비 걸림돌
“총기 폭력을 끝내고 학교와 공동체를 보다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이다. 지금이 바로 행동할 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 성명을 내고 이같이 밝히면서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 마련을 의회에 주문했다. 이날은 플로리다주의 한 고교에서 10대 퇴학생의 무차별 총기 난사로 17명이 희생된 이른바 ‘밸런타인데이 참사’ 발생 3년째가 되는 날이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이날 성명을 내고 “민주당 주도의 상원과 함께 우리는 미국 국민이 요구하는 (총기 규제) 법안들을 만들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와 보조를 맞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미 의회는 그동안 총기 규제를 위한 강력한 법안 마련을 여러 번 시도했는데도 총기 소유를 허용하는 수정헌법 2조 옹호자들의 반발과 전미총기협회(NRA)의 막강한 로비에 막혀 바이든 행정부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성명을 통해 “오늘 우리는 총기 사고로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모두를 위해 애도한다”며 총기 관련 법안의 상식적인 개혁을 의회에 요청했다. 구체적으로는 총기 판매 시 신원조사를 강화하고, 공격용 총기나 대용량 탄창의 판매 금지, 총기 제조업자에 대한 면책 조항 제거 등을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부터 총기 규제를 위한 법안 마련을 주도하는 등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 왔다.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3월 미시간주의 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선 한 노동자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한 노동자가 “당신이 우리의 총을 다 빼앗아 가려고 한다”며 따지고 들자 그는 격하게 반응하며 총기 범죄를 막아야 한다는 것일 뿐 소유 자체를 금지하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생각은 끊이지 않는 총기 사고에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더 힘을 받고 있다. 지난해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57%의 미국인은 더 엄격한 총기 규제를 원했고 43%만 현행 또는 더 느슨한 수준의 규제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에는 백악관의 실세로 통하는 수전 라이스 국내정책위원회 국장이 총기 사고 피해자 및 활동가들과 이 문제로 화상 회의를 열면서 정책 추진 속도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총기 규제 강화 의지가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미 의회는 그동안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예방책을 논의해 왔다. 하지만 강력한 규제 법안을 요구하는 민주당과 규제 강화에 미온적인 공화당이 번번이 맞서면서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했다. NRA의 막강한 정치권 로비력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NRA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바이든이 이기면 수정헌법 2조는 가망이 없고 여러분은 총을 빼앗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58명의 목숨을 앗아간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반자동소총을 자동소총으로 변환시켜 주는 ‘범프 스톡’ 장치의 판매를 금지하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규제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달 판매된 총기는 1년 전에 비해 80% 급증해 200만 정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으로 총기 구입이 어려워질 것에 대비해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생겨난 것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각종 폭동 사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등도 구매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편지를 전해 주고 싶다며 총기를 소지한 채 백악관에 접근한 66세 여성이 미등록 총기 소지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30분경 이 여성은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을 직접 만나려 한다”며 동행한 남성과 백악관 검문소 통과를 시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신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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