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등 수도서 멀수록 법인세율 낮춰.. 우리도 통큰 지원 필요"

이종승 기자 2021. 2. 1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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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민주당 국가균형발전특별위원장-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대담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국가균형발전특별위원장(왼쪽)과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지역균형 뉴딜 추진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우 위원장과 김 위원장은 “국회가 국가 균형발전을 뒷받침할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지역균형 뉴딜이 한국형 뉴딜의 핵심”이라고 밝힌 이후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한국형 뉴딜 예산 160조 원 중 75조 원(47%)이 지역균형 뉴딜에 투입된다.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 등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산업육성책을 담고 있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는 권역마다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느라 분주하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국가균형발전특별위원장과 김사열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구체적인 발전 전략을 논의했다. 우 위원장과 김 위원장은 지역과 수도권의 조화가 국가 균형발전의 최종 목표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2004년 ‘국가 균형발전 원년’ 선포 후 17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하자면….

▽우 위원장=국가 균형발전은 ‘수도권 일극(一極)’ 체제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에서 시작됐다. 1970년대부터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행정수도 건설 비전을 제시해왔다. 혁신도시 등의 영향으로 2013∼2016년 수도권 인구가 순유출하는 효과도 있었다. 2000∼2010년 수도권 기업 1만3000여 개가 지방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균형발전 정책이 추진력을 얻지 못하면서 다시 수도권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됐다.

▽김 위원장=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로 153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옮겼다. 지역인재 채용률 25.9%에 이르는 등 성과도 있다. 하지만 정권에 따라 국가 균형발전의 중요도가 달라지면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진 게 아쉽다. 수도권 인구 집중을 한동안 지연시키는 효과는 분명히 있었지만 최근 들어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인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했지만 지역소멸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시급한 대책은 무엇인가.

▽우 위원장=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5곳이 지역소멸 위험지역이다. 지난해 3, 4월 수도권 유입 인구가 2만7000여 명인데 75.5%가 20대다. 대학 진학과 구직을 위해 상경한 청년들이었다. 그만큼 지방의 교육과 일자리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미다. 지역에서 대학 진학부터 결혼, 육아, 자녀 교육까지 해결할 수 있는 정주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김 위원장=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생겨야 하는데 공공기관만으로 한계가 있다. 결국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 스위스와 이스라엘 등은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법인세율을 낮춰준다. 기업에 5년, 10년 단위로 혜택을 주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인들이 ‘지역에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 통 큰 지원이 필요하다.

―대통령 신년사에서 한국판 뉴딜의 중심을 지역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지역균형 뉴딜의 성공을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김 위원장=재정투자 심사를 간소화하는 등 세부 지원방안도 준비 중이다. 중앙부처의 공모 사업에 ‘균형발전지표’를 반영해 낙후된 정도에 따라 차등 지원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수도권에 버금가는 경제생활권을 만들기 위해선 인근 지자체가 협력하는 초광역권 전략도 필요하다.

―초광역권 협력 프로젝트는 어떤 형태로 추진되나.

▽김 위원장=지난해 11월 초광역 협력 프로젝트 53건을 발굴했다. 이 중 13건을 선정해 기획 비용 50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지역별 나눠주기식으로 예산을 내려보내서는 균형발전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시도 단위 정책에서 벗어나 수도권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춘 지역 권역을 만들어야 한다.

▽우 위원장=수도권 일극이 아닌 다핵 연계형 메가시티로 여러 개의 발전 축을 만들어야 한다. 이른바 ‘3+2+3’ 광역권 전략이다. 수도권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충청권이 큰 축이고,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은 행정통합형 메가시티를 구축하는 것이다. 전주-새만금, 강원, 제주는 강소 독립형 메가시티로 만드는 전략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부울경 메가시티, 새만금 지역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 위원장=부울경은 인구 규모와 산업구조 면에서 이미 경쟁력을 갖췄다. 두바이, 싱가포르 등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점을 꼽자면 항공 인프라다. 24시간 운항이 불가능한 김해공항으로는 동북아시아의 물류 허브가 되기에 한계가 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내부순환 철도망까지 생기면 정주 여건도 훨씬 개선된다. 새만금도 가능성이 무한대로 열린 지역이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국내 선두이고, 중국을 주 타깃으로 하는 서해안 시대의 주요 거점이다.

―장밋빛 미래만 떠올리기엔 지역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청년층의 유출을 막아야 하는데 2021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영호남 지역 대학의 4분의 3이 사실상 미달이었다.

▽김 위원장=지방대학을 갑자기 바꾸는 건 어렵다. 시설투자에는 시간이 걸린다. 대학 통폐합 등 구조조정과 특성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대학은 교수 등 인적자원이 곧 경쟁력인데 부산대와 부경대, 창원대와 경상대를 합치면 정원이 서울대보다 많아진다.

▽우 위원장=서울 강남을 봐도 좋은 학교가 있으면 사람이 몰린다. 지역대학의 위기는 교육뿐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의 성패와도 직결돼 있다. 지방대 졸업생이 지역에서 취업하는 기회도 넓혀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그칠 게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지역 졸업생을 채용해야 한다. 교육자치도 중요하다. 지역특성에 맞는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권한을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김 위원장=프랑스는 인구정책을 설계하면서 교육을 중요시했다. 보육비 지원뿐 아니라 대학 학비도 없애 양육 부담을 줄였다. 한국도 지방대학의 학비 지원을 고려할 만하다. 사립대는 국립대 수준으로 정부가 지원해주고 차액은 대학이 부담하는 형태다. 학령(學齡)인구 감소에 따라 정원도 줄여야 하는데, 전국 대학에 동일한 비율이 적용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벚꽃 피는 순서로 망한다’는 말이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국회 차원의 국가균형발전특별위원회 구성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우 위원장=4월 보궐선거 영향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국가 균형발전은 정파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야당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국회가 할 일이 많다. 균형위의 심의·의결은 강제성이나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국가 균형발전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초광역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규제 완화도 국회 몫이다.

―정책의 추진력을 높이려면 균형위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위원장=지역을 살리려면 경제, 교육, 문화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몇몇 부처의 단편적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균형발전 정책을 총괄하는 행정위원회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대통령 자문기구 수준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균형발전 역사가 오래된 프랑스는 2000년대 초부터 국가기관으로 격을 높여 정책 추진력을 높였다. 현재 국회에도 관련법이 발의된 상태다.

―국가 균형발전은 지역에 대한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수도권과 지역의 상생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수도권의 국제 경쟁력 강화나 수도권 내 불균형 문제도 중요한 과제다.

▽우 위원장=국가 균형발전을 얘기하려면 당연히 서울, 수도권의 비전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서울에서 빠져나가는 기능을 새로운 미래로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은 홍콩을 대체해 아시아의 금융허브가 될 잠재력을 갖췄다. 국회가 세종으로 이전하면 그 자리를 글로벌 4차산업 아카데미와 벤처창업혁신센터로 바꿀 수 있다. 서울이 세계 금융과 4차산업의 인재, 자본이 만나는 글로벌 경제수도가 되는 것이다. 서울이 지방의 인재와 자본을 빨아들이는 게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의 젖줄 역할을 해야 한다.

▽김 위원장=당연히 수도권에서 동의해줘야 지역균형 뉴딜도 추진력이 생긴다. 균형위도 수도권을 결코 도외시하지 않는다. 그동안 광역시도 간의 불균형에 집중했다면 최근엔 지역 시군구 단위로 시야를 넓히고 있다.

진행=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정리=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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