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문 닫자.. "2차는 모텔에서" 몰려가는 젊은이들

유채연 기자 2021. 2. 1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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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영업시간 제한 '틈새' 찾아.. 숙박업소에서 새벽까지 술자리
4인 이하땐 방역위반 아니지만 코로나 확산 방지 취지 어긋나
영업 1시간 늘었지만 업계 시큰둥.. 전문가 "면적당 인원제한 검토를"
“포차 대신 ×× 어때?”

14일 오후 9시경 서울 성동구에 있는 한 숙박업소 입구.

묘한 문구의 입간판이 놓인 업소 주변은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으로 문을 닫은 주점 등에서 빠져나온 사람들로 상당히 붐볐다. 이들 대다수는 술과 안줏거리가 가득한 봉지를 양손에 들고 있었다.

역시 커다란 봉지를 든 김모 씨(20)도 “일행 3명과 함께 모텔로 ‘2차’ 하러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솔직히 한잔하다 보면 9시쯤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쉽잖아요. 근데 요새 편의점 같은 데서 술을 사서 숙박업소에서 먹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요. 영업시간 제한이 10시로 완화돼도 술집이 문을 닫으면 계속 이용할 생각이에요.”

○ 2차 술자리로 숙박업소 북적북적

최근 영업시간 제한으로 주점이나 음식점 문을 닫으면 더 이상 술을 마실 공간이 없는 시민들이 숙박업소를 이용해 음주를 이어가는 분위기가 늘고 있다. 원칙적으로 5명 이상 모임 금지만 지키면 방역수칙 위반은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의 취지에는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생 김모 씨(27)도 최근 숙박업소 2차를 경험해봤다. 김 씨는 “술집이 9시에 셔터를 내리니까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다들 그렇게 한다’며 모텔로 향했다”면서 “간만에 친구들이랑 새벽 3시까지 술자리를 즐겼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 씨(27)는 “워낙 술자리 장소로 숙박업소를 찾는 이들이 많다 보니 다인실은 예약도 힘들 지경”이라며 “2인 전용실에 4명이 들어가겠다며 업소 측과 실랑이를 벌이는 이들도 최근에 봤다”고 전했다.

숙박업계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던 입장에서 고객이 찾아오는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객실 정원을 초과하는 인원은 숙박이 불가하다”는 방역당국의 지침은 그대로라 이를 어겼다간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 물론 일부 업소는 이런 고객들을 상대로 편법 영업을 벌이기도 한다.

서울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송모 씨(30)는 “방역지침상 2인 이상 숙박 손님은 아예 받지 않으려고 한다”며 “하지만 4명이 방 2개 잡고 한 방에 모여 술을 마시는 건 솔직히 막을 수가 없다”고 난감해했다. 또 다른 숙박업소 측도 “2명이 먼저 들어온 뒤 몰래 한두 명씩 더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반면 정모 씨(35)는 “한 업소는 ‘방만 2개 잡으면 상관없다’며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숙박업소 밀집 거리에 있는 편의점과 음식 배달업체 등도 때 아닌 호황을 맞았다. 한 편의점 직원 정모 씨(24)는 “주점 영업 제한이 시작된 뒤 오후 9시부터 손님들이 술을 바구니째 들고 줄을 설 정도”라고 했다. 배달업체 직원 양모 씨(21)는 “오후 9시 영업제한 조치 이후 모텔로 배달하는 건수가 2배 가까이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 “영업 1시간 늘린다고 무슨 소용”

15일부터는 영업시간이 1시간 연장돼 주점 등은 오후 10시까지 영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관련 업소들은 “효과가 미미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는 15일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흥업종의 현실을 반영한 영업시간 지침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최원봉 사무국장은 “통상 오후 8시경 문을 여는 유흥업소에 10시 영업 제한은 간판 불 켜자마자 문 닫으라는 뜻”이라며 “그간의 손실을 보상하지 않으려고 명목상 영업을 허용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음식점이나 주점 업주들도 숙박업소 좋은 일만 시키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 구로구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김혜리 씨(58·여)는 “본격적으로 매상을 올리는 시간대를 고려하면 그저 구색만 갖춘 느낌”이라며 “문을 열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명확한 근거 없이 시간만 제한하면 이를 납득 못 하고 숙박업소 같은 틈새를 찾는 이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방역당국이 제시하는 ‘한 칸 띄어 앉기’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킨다는 전제하에 면적당 인원 제한 등 유연성 있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채연 ycy@donga.com·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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