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박영선 첫 TV토론 격돌.."대혼란 걱정" "질식할 느낌" 공방

박광연 기자 2021. 2. 16.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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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왼쪽), 박영선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100분 토론’에서 서울시장 후보 경선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우상호·박영선 예비후보가 15일 첫 경선 TV토론에서 서로의 핵심 공약에 대해 공방을 벌였다. 우 후보는 ‘서울시 대전환’으로 상징되는 박 후보의 ‘21분 콤팩트 도시’ 공약에 대해 “대혼란이 될지 걱정이 많다”고 지적했고, 박 후보는 우 후보의 한강변 주택공급 공약을 두고 “상상하면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우 후보는 ‘협치와 소통’을, 박 후보는 ‘추진력’을 강점으로 강조했다.

우·박 후보는 이날 MBC <100분 토론>을 통해 진행된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첫 TV 토론에서 공방을 벌였다. 지지율에서 밀리는 우 후보는 박 후보에게 공격적 질의를 이어간 반면, 박 후보는 공격보다 자신의 공약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는 모습이었다.

우 후보는 “날카롭게 질문드리겠다”고 예고한 뒤 자신이 주도권을 가진 토론을 이어갔다. 우 후보는 박 후보가 “서울시 대전환”을 내걸며 1호 공약으로 제시한 ‘21분 콤팩트 도시’ 방안을 처음 문제 삼았다. 우 후보는 “서울 25개 구청과 충돌·마찰이 있을 수 있다”며 “이게 서울시 대전환이 될지 대혼란이 될지 걱정이 많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25개 구청은 행정 개념이고 21분은 생활권의 개념”이라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우 후보는 박 후보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시절 “주 52시간제 법안 찬성을 반성한다”는 발언을 거론하며 “입장을 번복해 이번에는 주 4.5일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우 후보가 해명을 요구하자 박 후보는 “전통 제조업체는 주 52시간 맞추는 것이 힘들기에 정부 지원이 우선됐어야 한다는 뜻이었다”라며 “안전 관련 일을 하는 공무원들은 주 4.5일제로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공약의 의미를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100분 토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박영선 경선후보와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후보는 한강변을 개발해 대량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우 후보 공약을 지적하고 나섰다. 박 후보는 “한강변 조망권의 공공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우 후보 공약을 상상하면 질식할 것 같은 서울의 느낌이 든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우 후보는 “조망권을 해치지 않고 주택을 지을 수 있는 곳은 전체 강변도로 70㎞가 아닌 15~20㎞ 정도”라며 “이 곳들에는 저층의 타운하우스를 만들고 조망권이 상관 없는 곳은 15~20층 정도로 지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오세훈 전 시장 때 강변에 고층아파트를 많이 지었는데 흉물이 됐다”며 “잘못된 건축을 반복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밖에 박 후보는 우 후보를 공격하기 보다는 자신의 정책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철도 위에 주택을 짓겠다는 우 후보 공약에 대해 “좀 더 면밀히 생각해보셔야 한다”고 말한 수준이었다. 박 후보는 우 후보에게 환경 공약 설명을 요구하며 자신의 환경 공약인 ‘수직정원 도시’를 부각시키려 했다. 박 후보는 “5000그루의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수직정원이 환경 문제와 미세먼지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 후보가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기 보다는 흉물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번 보궐선거의 최대 화두 중 하나인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두 후보는 다소 다른 공약을 내놨다. 박 후보는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평당 1000만원의 반값 아파트를 5년 안에 30만호 공급하겠다”고 말했고, 우 후보는 “강변도로와 철길 위 공공용지를 활용해 공공주택 16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우 후보는 박 후보의 강남 재건축·재개발 방침을 두고 “전체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강남부터 먼저 개발하겠다는 뜻이 아니고 하나의 예를 들은 것”이라며 “먼저 강북에 있는 30년 이상 된 낡은 공공임대주택을 개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100분 토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우상호 경선후보와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2·4 부동산 공급대책’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다. 박 후보는 “신혼부부와 청년을 위한 맞춤형 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았다”며 “서울시장이 되면 보완책을 내놓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1·2인가구에 20~25평 주택을 대량 공공분양하는 방안”을 보완 방안의 하나로 제시했다. 반면 우 후보는 “야당과 전문가들 의견을 반영한 획기적 정책”이라며 “정부 정책이 성공하도록 서울시에 전담팀을 만들어 신속히 인허가를 처리하고,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해 사업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민생 대책으로 우·박 후보는 각각 ‘강북 경전철 조기 착공’과 ‘소상공인·청년 무이자 대출’을 꼽았다. 우 후보는 “서울의 가장 큰 문제는 강남과 강북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강북 지역의 경전철 노선 계획을 조기 착공해 강북지역 교통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소상공인과 무주택 청년을 위한 5000만원 무이자 대출을 시작하겠다”며 “시중은행 자금을 활용해 서울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고 서울시가 이자를 내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이력을 내세우며 ‘행정경험과 추진력’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중기부 행정경험이 서울시 일과 상당히 많이 연관돼있다”며 “즉시 서울시장으로서 어느 부분이 가장 미흡한지 발견해서 매워낼 수 있는 추진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 후보는 “우상호의 경쟁력은 진심에 있다”며 “가장 민주당다운 후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자신을 “협치와 소통의 달인”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주요 선거 전략으로 우·박 후보는 각각 ‘지지층 결집’과 ‘본선 경쟁력’을 내세웠다. 우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가 나와서 양자대결하면 상황이 녹록치 않다”며 “범민주 진보진영 지지층이 총결집해야 이번 선거를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전략은 “그 다음”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 후보는 “본선 경쟁력에서 어떤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장 경선에서의 승리가 불확실한 우 후보와 경선 승리 이후 본선을 내다보고 있는 박 후보의 각기 다른 처지가 반영된 전략으로 해석된다.

두 후보는 오는 17일과 25일에도 TV토론을 할 예정이다. 22일과 24일에는 라디오 토론이 예정돼있다. 민주당은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당원투표(50%)와 시민 여론조사(50%)를 거쳐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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