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팔때 빈집털어라"..과매도 실적株 주목

고준혁 2021. 2. 16.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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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연초부터 한 달 반 동안 코스피 약 20조원 순매도
"연기금, 총자산 증가 규모 따지면 추가 매도 가능성"
"기관, 이익과 무관한 매도로 추후 순매수 더 확실할 것"
1분기 구사되는 빈집털이, 기관 장기 매도로 상반기까지 가능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기관이 과매도한 종목을 노리는 일명 ‘빈집털이’ 전략이 올해는 더 빛을 볼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의 경우 올해 들어 하루도 순매수한 날이 없는 등 기관의 과매도로 빈집이 더 잘 보이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통상 연초 국한됐던 빈집털이 전략은 이러한 기관 매도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2분기까지도 통할 거란 전망도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연기금, 5~6월까지 판다

1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기관은 연초부터 이날까지 코스피에서 총 19조781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기관이 지난 한 해 25조5373억원을 순매도한 것에 비하면 두 달이 채 안 된 기간 동안 대규모의 주식을 내다 판 셈이다. 특히 연기금은 올해 들어 순매수를 기록한 거래일이 없다.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33거래일 연속 코스피에서 순매도했다. 역대 최장 기록이다.

이같은 기관 순매도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기관을 구성하는 주체 중 가장 매매 규모가 큰 금융투자(증권사)는 유동성공급자(LP) 역할 등으로 기계적 매매 성향을 띤다. 투자신탁(운융사)의 경우 지수가 횡보 또는 하락하는 구간에선 펀드 환매가 속출할 수밖에 없어, 매도가 나오게 된다.

연기금의 경우도 전략적 자산배분(SAA)을 통해 향후 수년간의 포트폴리오 목표 자산 비중을 결정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매수에 제약이 있다. 미리 정한 틀에서 벗어나면 이를 맞춰야 하는 것이다. 연기금은 코로나19 이후 주식 비중이 늘고 채권이 줄어든 부분을 지속해서 원래대로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 전망이 긍정적일 경우 전술적 자산배분(TAA)을 통한 적극적인 투자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이탈 범위(최대 5%포인트)가 정해져 있어 한계가 있다. 시장 환경이 좋아 주식을 대규모로 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셈이다. 절대량으로 볼 때 지금까지 연기금의 매도 규모는 매우 크지만, 순자산 대비해선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2022년도 자산배분 목표 비중이 공개되는 5~6월까진 매도가 지속될 걸로 예상된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이후 연기금의 순매도 규모가 매우 큰 건 사실이나 2008~2009년 대비 주요 연기금들의 총자산이 2배 이상 증가한 점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매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기대할 수 있는 건 2022년도 자산배분 목표 비중이 공개되는 시점인 5~6월인데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이 바뀐다면 매수로 전환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S-Oil, 대한유화 등 에너지 업종 등 ‘빈집’

연기금을 필두로 한 기관 매도세가 상반기까지 이어진다는 전망은 기관 빈집털이 전략을 더 선명하게 할 것으로 분석된다. 빈집털이는 주로 연초에 적용되는 전략으로, 기관이 ‘한 해 농사’를 계획한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기관 스스로 지난해 많이 팔았던 종목 중에서 올해 투자할 만한 대상을 골라내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이에 통상 1분기엔 기관이 1년간 대규모 팔았던 종목에서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는 기업의 주가 수익률이 양호했다. 현재 기관 매도는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는 게 아닌 중립적인 성격으로, 오히려 이런 빈집털이는 더 성공적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관의 과매도 구간이 이어진다면 빈집털이 전략은 2분기까지도 유효할 수 있을 걸로도 점쳐진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관들이 펀더멘털, 이익과 무관하게 매도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과매도가 된다면 빈집털이 전략은 더 선명해진다”며 “주가와 실적의 괴리를 항상 염두에 두고 투자하는 기관은 과매도 후 실적이 받쳐주는 종목을 꼭 순매수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반기는 실적과 수익의 연동성이 강한데, 하반기로 갈수록 내년에 대한 기대감에 대한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라며 “이에 기관 매도가 지속된다면, 실적 팩터와 항상 연동하는 빈집털이가 올해는 상반기 말까지도 유효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하나금융투자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기관의 순매수 강도가 높은 종목 중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코스피 상장사는 한솔케미칼(014680), 풍산(103140), 만도(204320), 효성티앤씨(298020) 등이다.

고준혁 (kotae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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