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새 사무총장에 나이지리아 출신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선출

이윤정 기자 2021. 2. 1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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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세계무역기구(WTO) 새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가 지난해 7월 15일 스위스 제네바의 WTO 본부에서 열린 사무총장 후보들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제네바/EPA연합뉴스


세계무역기구(WTO) 새 수장에 나이지리아 출신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66)가 선출됐다. WTO의 26년 역사상 여성이, 또 아프리카 출신이 사무총장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WTO는 15일(현지시간) 이사회를 열고 164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오콘조이웨알라를 사무총장으로 추대했다고 밝혔다. 오콘조이웨알라는 3월 1일 업무를 시작하며 임기는 2025년 8월 31일까지다.

WTO는 지난해 회원국 선호도 조사에서 다수 표를 받은 오콘조이웨알라를 추대하려 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정부가 반대하면서 선출 절차가 교착상태에 빠졌다. 미국은 오콘조웨이웨알라와 함께 결선에 올랐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지했다.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세계은행에서 25년간 근무하며 부총재를 지낼 정도로 국제 사회에서 인지도가 높다. 유 본부장도 현직 통상장관으로서의 전문성과 ‘K방역’ 위상을 앞세워 근소한 격차로 경쟁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이 끝까지 오콘조이웨알라를 지지하면서 선출이 미뤄지자 유 본부장은 지난 5일 후보를 사퇴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 중국과 일본도 선거 시작 때부터 나이지리아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한국인 출신 사무총장에 반대했다. 결국 다자주의 복귀를 내걸며 지난달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오콘조이웨알라 지지를 선언하면서 공석 5개월여 만에 WTO는 새 수장을 찾게 됐다.

오콘조이웨알라는 추대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코로나19라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초래한 매우 큰 손상에서 완전하고 신속하게 회복하려면 강력한 WTO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조직은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협력을 통해 우리는 WTO를 더 강력하고 보다 더 기민하게 대응하며 현실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 필요한 정책적 대응을 구체화하고 실천하기 위해 회원국들과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콘조이웨알라는 나이지리아에서 재무 장관을 역임하고 20년 넘게 세계은행에서 근무한 재무·경제 전문가다. WTO의 업무인 통상 분야 경험은 없지만 오랜 기간 국제기구에서 일한 만큼 정치력과 협상력이 강점으로 꼽혀왔다.

그는 197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지역경제개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나이지리아에서 재무장관을 두 차례 지냈고, 2006년에는 외무장관을 잠시 맡기도 했다. 나이지리아에서 여성이 두 부처 장관을 지낸 건 그가 처음이다.

그는 25년을 세계은행에서 개발경제학자로 근무하며 국제무대에서 인지도를 높였다. 지난 2012년에는 세계은행 총재 자리를 두고 한국의 김용 전 총재와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쳐 국내에서도 이름이 낯설지 않은 인물이다. 이 외에도 그는 세계은행 개발위원회 의장(2004년)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국제통화 및 재무위원회 위원(2003∼2006년, 2011∼2015년) 등을 지냈다.

오콘조이웨알라가 WTO 수장 자리에 오르기는 했지만 그가 앞으로 4년의 임기 동안 해야 할 일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축소된 글로벌 무역의 회복, WTO 분쟁 해결 절차에서 대법원 역할을 하는 상소 기구의 재정비, 주요 회원국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 수산물 남획을 막기 위한 보조금 지급 금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놓여 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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