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 선생 조문 김미숙 "이제 누가 힘든 일 나서주실까.."

강재구 2021. 2. 15.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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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소외된 이들이 싸우던 '거리'에서 살아온 그는 병상에서도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백기완 선생(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폐렴 증세로 병원에 입원해 병마와 싸우면서도 의식이 있을 때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단식으로 요구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글귀를 남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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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선생 별세]빈소 추모 분위기
이웃돕기 바랐던 고인 뜻 따라
근조 화환·근조기 돌려보내고
추모 글 쓸 수 있게 리본 비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기완 선생 의빈소를 찾은 김용균 재단 김미숙 이사장이 백선생의 장녀 백원담 교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백기완 선생이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쓰신 글귀는 ‘김미숙 어머니 힘내라’ ‘김진숙 힘내라’였습니다.”(송경동 시인)

평생을 소외된 이들이 싸우던 ‘거리’에서 살아온 그는 병상에서도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백기완 선생(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폐렴 증세로 병원에 입원해 병마와 싸우면서도 의식이 있을 때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단식으로 요구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글귀를 남겼다고 한다.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도 ‘선생의 정신’을 따랐다. 빈소에서는 근조 화환이나 근조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정치권 인사들과 노동계·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조화를 보내왔지만 ‘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 장례위원회’(장례위)는 모두 돌려보냈다. 양기환 장례위 대변인은 “생전 조화를 살 돈으로 어려운 이를 돕기를 바랐던 백 소장의 뜻을 따랐다”고 설명했다. 대신 장례위는 조화 대신 추모 글을 쓸 수 있는 추모 리본을 빈소에 비치했다고 밝혔다.

빈소엔 조화 대신 백 소장이 불끈 쥔 주먹과 양팔을 펼친 모습이 담긴 대형 흑백사진 2장이 놓였다. 사진을 놓은 노순택 사진작가는 “추모의 의미도 있지만 장례의 엄숙함을 강조하기보다는 백기완 선생이 살아생전 무엇을 외쳤는지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 불끈 쥔 주먹과 양팔을 펼친 모습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조문이 시작되면서 정치권과 시민사회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선생이 마지막까지 ‘힘내라’고 했던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조문 뒤 “백 선생님 같은 분들이 계셔야 그런 분의 말씀대로 손을 잡고 가면 되는데 갑작스레 운명을 하셔서 많이 안타깝다”며 “이제 누가 이런 힘든 일에 나서주실까, 이런 마음이 들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빈소를 찾은 김제남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민주주의를 위해 한평생 바치신 큰 어른이 세상을 떠났다. 고인께서 평생 꿈꾸신 노나메기 세상에서 영면하시길 빈다”고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조문하고 “마음속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영전에 불러드리고 싶었다. 장산곶매로 부활하셔서 평화와 통일로 가는 우리 겨레의 앞날에 길잡이가 되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도 빈소를 찾았다.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지며 코로나19를 고려해 조문객 간 2m 거리를 유지하고,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다. 민주노총 16개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지역 분향소가 마련되고 온라인 추모관(baekgiwan.net)도 문을 열었다. 온라인 추모관에는 “소외받고 상처받은 이들이 있는 현장에서 크게 소리치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많이 그리울 겁니다” “험한 세월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 “선생님의 삶과 뜻 이어받아 행동하는 것이 살아있는 자들의 몫일 것입니다” 등의 추모글이 올라왔다. 강재구 장필수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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