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 잡아라"..여권 잠룡들 잇따라 '텃밭 호남행'
[앵커]
여권 잠룡들이 설 명절을 맞아서, 잇따라 호남을 찾았습니다. 지난달 말, 이재명 경기지사가 광주를 찾은 데 이어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정세균 총리가 지난 10일, 잇따라 광주와 전남을 방문한 건데요. 차기 대선주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선, 여권의 전통적인 '집토끼'인 호남 민심을 잡아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입니다. 관련 내용, 조익신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 여당 잠룡들 잇단 '호남행'…약무호남 시무대권? >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는 말인데요.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이런 버전으로도 통합니다. '약무호남 시무대권(若無湖南 是無大權)' 호남이 없으면 대권도 없다. 민주당에서 대선에 도전하려면, 호남 민심의 지지 없이는 어렵다는 이야깁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민주당이 배출한 대통령들 모두, 호남의 지지를 얻어 당선이 됐습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 과정이 드라마틱했습니다.
[노무현/당시 새천년민주당 대선경선 후보 : 정정당당하게 민주당 깃발을 들고 김대중 대통령 사진 들고 정면돌파 해서 37% 받아 왔습니다. 이번에 다시 저 노무현이 정면돌파 해서 50% 받아 오겠습니다. 어떻습니까?]
[한화갑 후보 득표수 280표 이인제 후보 득표수 496표 노무현 후보 득표수 595표…]
'광주의 기적'이라고 부르곤 하죠? 광주의 선택에 힘입어, 지지율 2%였던 후보가 청와대까지 입성했으니 말입니다.
여권 잠룡들, 이제 대선 레이스가 눈앞입니다. 오는 6월에서 7월, 예비경선을 치르고 8월 중순부터는 순회 경선에 돌입하게 됩니다. 대선 경선을 앞둔, 마지막 민족의 대명절. 설을 그냥 보낼 순 없겠죠? 이낙연 대표와 정세균 총리가 지난 10일 나란히 호남을 찾았습니다.
이 대표는 1박 2일 일정으로, 전남 나주의 한전공대 부지 등을 방문했습니다.
[이낙연/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10일) : 혁신도시와 그 주변에서 이루어진다는 것, 우리 남도 사람들로서는 설레는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성공 기원!]
'우리 남도'란 표현이 눈에 쏙 들어옵니다. 이 대표, 전남 출신에 전남지사까지 지냈죠? 여기는 내 고향이다란 점을 분명히 한 듯합니다. 사실 이 대표의 호남 방문,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입니다. 지난달에도 광주 양동시장을 찾았었는데요. 당시 이 국밥집을 들렀습니다. 이 대표 자리에 써 붙여진 안내 문구 보이시나요? '노무현 대통령, 국밥 드신 자리'. 노 전 대통령이 지난 2002년 대선 경선을 앞두고, 이 식당을 방문했었다고 하는데요. 국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던, 바로 그 자리라고 합니다. 이 대표가 국밥을 맛있게 먹은 이날은 문 대통령이 사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날이기도 했습니다.
[2021년 신년 기자회견 (지난달 18일) : 두 분의 전임 대통령이 지금 수감되어 있는 이 사실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입니다. 또한, 두 분 모두 연세가 많고 또 건강이 좋지 않다, 라는 말도 있어서 아주 걱정이 많이 됩니다. 그래도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 라는 생각입니다.]
사면론 때문엔 이 대표가 곤욕을 치렀었죠. 대선주자 지지율도 크게 꺾였는데요. '우리 남도'의 영향일까요? 광주·전남에선 이 대표가 여전히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지율 1.2%, 정세균 총리도 바쁜 광주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정 총리도 광주 양동시장에 들렀는데요. '노무현 국밥집' 앞도 지나쳤다고 합니다. 식당 주인이 "국밥 먹고 가시라" 이야길 했지만 "오늘은 못먹고 갑니다" 사양을 했다고 하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정 총리, 아직까진 대선주자이기 이전에, K방역을 책임진 사령탑입니다.
[정세균/국무총리 (지난 10일) : 광주는 기민한 대응으로 코로나19의 거센 불길을 빠르게 잡아나갔습니다. 집무실에서 쪽잠을 자며 비상근무를 계속한 이용섭 광주시장님과 자정을 넘긴 퇴근이 일상이 된 공직자 여러분의 헌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총리직을 내려놓기 전까진, 대선 행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겠죠? 다만 '노무현 국밥'을 먹지 못하는 대신, 총리여서 할 수 있는 일들도 있습니다.
[정세균/국무총리 (지난 10일) : 광주의 희생으로 대한민국은 민주화를 이룩했습니다. 이제 광주의 배려심과 광주인의 넓은 포용심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주인공이 되어야 합니다. 호남과 광주도 충분히 누리고 더불어 잘 살아야만 합니다. 수소 경제가 광주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사실 여권 주자 가운데 설을 앞두고, 가장 먼저 호남을 찾은 건 이재명 경기지사입니다. 지난달 말, 나홀로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는데요. 눈 내리는 묘역에 홀로 선 이 지사의 모습. 코로나19 때문에 나홀로 참배에 나섰다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짠한 느낌이 듭니다. 명실상부한 대선주자 1위죠. 이번 설 연휴 기간에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오차범위 밖에서 선두를 유지했습니다.
일부에선 광주에서 보여준 이 지사의 유독 '짠한' 모습이 고도의 정치적 연출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비록 지지율은 1위지만, 당내에선 여전히 '비주류'죠. '비호남'에, '비문'입니다. 최근엔 스스로를 '향·소·부곡민'에 비유하기도 했었는데요. 심지어 탈당설까지 불거져 "내 사전에 탈당은 없다" 직접 진화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주류에게 핍박받는 유력 대선주자. 묘하게 이분과 겹칩니다.
[노무현의 눈물 한 방울이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이 지사가 비주류인 점을 강조하면, 강조할수록 문재인 정부와 자연스럽게 차별화가 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다만, 이 지사가 그냥 비주류는 아닙니다. 정치적 위상이 예전과 달라진 건 분명합니다. 지난 2018년엔 실제로 당에서 쫓겨날 위기에 몰렸었죠? 당시엔 야당에서 걱정을 해줄 정도였습니다.
[김영우/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2018년 10월) : 당내 문재인 정권의 실세로부터 자진 탈당 압력을 받으신 적이 혹시 있으신가요?]
[이재명/경기지사 (2018년 10월) : 그것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거의 의견이나 판단에 관한 것이어서 말씀드리기가 좀 어려운데 그런 말씀 하시는 분이 있었지요. 저보고 고려하라 이런 것이었기 때문에 제가 안 하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선거 때마다 늘 전략적 선택을 해왔던 호남. 이번엔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 지켜볼 일입니다.
< 이재영·이다영, 국가대표 '무기한 박탈'…또 다른 학폭 의혹도 >
대한민국 여자 배구를 이끌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았던 이재영, 이다영 자매. 뛰어난 실력에 끼까지 넘쳐 배구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었죠. 두 선수, 지난해부턴 한팀에서 뛰며 찰떡 호흡을 자랑했습니다.
[이다영/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선수 (지난해 7월 29일) : (팀을 바꾸고 나서의 어떤 느낌들이 있잖아요?) 걱정했던 거와 달리 조금 손발이 잘 맞아서 깜짝 놀란 것도 있고 아무래도 대화도 많이 하고 옆에서 많이 도와줘서 걱정 없이 잘 되는 거 같아요.]
[이재영/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선수 (지난해 7월 29일) : 어떻게 보면 코트장에서 다영이 세터 역할이 정말 중요한데 다영이가 조금 책임감을 가지고 팀을 잘 이끌었으면 좋겠고 자기 위치에서 조금 더 성실히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 자매들의 호흡. 누군가에겐 악몽같은 기억이었습니다. 학창시절, 동료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던 겁니다. 두 선수는 자필 사과문을 올리고,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 용서를 구하겠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두 자매의 어머니죠? 국가대표 출신 배구선수, 김경희 씨가 팀 전술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습니다. 김씨는 지난해 배구협회가 주관한 '장한 어버이상'을 받기도 했죠.
[정용철/서강대 스포츠심리학과 교수 (YTN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이번 케이스 같은 경우 실력 이외에도 친족의 영향력까지 있어서, 다른 영향까지 있어서 동료들 간의 엄청난 권력의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이런 권력에 의해서 그냥 폭력이 일어나지 않거든요. 분명한 권력의 차이가 있을 때 벌어지는데 그런 권력의 차이를 훨씬 더 증폭시켰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1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듯합니다. 소속팀인 흥국생명은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정지를 내렸습니다. 대한배구협회는 두 선수의 태극마크를 떼기로 했습니다. 국가대표 자격을 무기한 박탈하기로 한 겁니다. 도쿄올림픽 티켓을 따내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지만, 본선 무대에는 설 수 없게 됐습니다.
배구계의 학교 폭력. 쌍둥이만의 문제는 아니었나 봅니다. 나도 피해를 당했다, 다른 선수들을 향한 추가 폭로도 이어졌습니다. OK금융그룹 선수들이죠. 송명근, 심경섭 선수도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이 됐고, 두 선수 모두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또다른 프로여자 배구 선수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도 나왔습니다.
잇단 폭로에, 배구계도 긴장한 모습인데요. 한국배구연맹은 내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학교 폭력 근절방안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선수들의 학폭 문제, 배구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지난해엔 야구계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벌어졌었죠. NC의 지명을 받았던 김유성 선수가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을 행사했던 사실이 밝혀지며, 지명이 철회됐습니다.
[백종덕/NC 홍보팀장 (JTBC '아침&' / 지난해 8월 28일) : 프로야구에서 불법적인 행위나 비윤리적인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오늘 문재인 대통령은 황희 문화체육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며 "체육분야 폭력 근절에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 주문을 했는데요. "체육 분야는 국민에게 많은 자긍심을 심어줬지만, 그 그늘에선 폭력이나, 체벌 등 인권 문제가 제기돼 왔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심석희 선수와 고 최숙현 선수 사건 때도 체육계의 부조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지시했었는데요.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 그 뿌리가 생각보다 깊고, 단단한 듯합니다.
오늘 국회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여당 잠룡들 잇단 '호남행'…약무호남 시무대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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