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구조실패' 해경 지휘부 무죄.. 재판부 "비판 감수할 것"

이현주 2021. 2. 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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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10명 전부 무죄 
"관리 부실했지만 형사책임 묻긴 어려워"
검찰 "선고 결과 납득 어려워.. .항소할 것"
김석균 "재판부에 감사하고 유족엔 죄송"
유족들 분통 "이럴 거면 지휘부는 왜 있나"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승객들을 제대로 구조하지 못해 400여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해양경찰청 지휘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참사 당시 해경에 대형 선박사고를 수습할 역량이 부족했고 조직 상급자들에게 관리부실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고 봤지만, 과실로 승객들을 다치거나 사망하게 한 형사적 책임까지 지게 하긴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양철한)는 15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56) 전 해경청장과 김수현(64) 전 서해해경청장, 김문홍(63) 전 목포해경서장 등 해경 지휘부 10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참사 당일 조치사항이 담긴 공문서에 '퇴선 명령'을 포함시킨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로 재판에 넘겨진 김문홍 전 서장과 이재두(60) 전 목포해경 3009함장에 대해선 각각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의 초점은 구조본부를 꾸린 해경 지휘부가 선내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던 승객들을 퇴선시키고,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임무를 다했는지에 맞춰졌다. 대검찰청 산하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은 해경 지휘부가 구조세력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세월호와 교신을 시도하거나 교신 유지에 실패해 제대로 된 구조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봤다. 구조세력이 도착한 후에는 세월호 선장·선원과의 교신을 통해 승객 퇴선 유도 조치를 하지 않았고, 현장 구조에 나선 경비정이나 헬기가 방송 등을 통해 퇴선을 유도하지 않은 점이 업무상과실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당시 현장지휘관 역할을 했던 김경일(63) 전 123정장은 2015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그러나 검찰의 이 같은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우선 구조세력이 도착하기 전 진도VTS(해상교통관제센터)에서 세월호 측과 교신하는 상태였으며, 해경 지휘부 역시 가능한 통신수단으로 세월호와 교신을 시도하는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구조세력 도착 후에도 선내에 머물던 승객들이 제대로 구조되지 못한 건, 해경 지휘부보다는 세월호 선장·선원들과 123정 등 구조세력 책임이 더 크다고 봤다. 이준석 당시 세월호 선장은 진도VTS에 '승객들에게 탈출 시도하라고 방송했다'고 교신한 뒤 실제론 방송을 하지 않고 선원들과 함께 먼저 세월호를 탈출했다. 123정 역시 지휘부에 '승조원들을 세월호에 승선시켜 퇴선을 유도하겠다'고 보고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구조의무를 방기하고 탈출하는 상황을 예상할 수 없었을 것으로 판단되고, 당시 123정 보고내용에 따라 승조원들이 승객들을 퇴선시키고 있다고 상황을 오인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판결에 대한 외부 비판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재판부는 선고를 끝낸 뒤 "세월호 사건은 피해자 가족들과 국민들에게 큰 상처를 준 사건으로, 재판부 판단에 대해 여러 평가가 내려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재판부 판단을 지지하든 비판하든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눈물을 훔치며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무죄를 선고받고 법정을 빠져 나온 김석균 전 해경청장은 "공정하고 현명한 판단을 해 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면서도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희생자 가족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과 위로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법원 판단에 분통을 터뜨렸다. 김종기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수백 명의 사람이 죽게 될지 판단을 못했기 때문에 죄를 물을 수 없다면, 현장요원은 왜 있고 지휘부는 왜 있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이정일 변호사는 "향후 다른 참사에서도 현장 보고가 제대로 안 되거나 통신수단이 미흡하면 지휘부에 언제든지 면죄부를 주겠다는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검찰도 "1심 법원의 선고 결과를 납득하기 어려워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해경 지휘부 전원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검찰이 '무리한 기소' 또는 '부실 수사'를 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해경 지휘부 기소 사건은 세월호 특수단 출범 후 기소한 첫 사건으로, 검찰의 유일한 수사성과로 평가받았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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