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장소에 있던 남성 참고인 조사조차 안 해?

[KBS 제주]
[앵커]

설날 저녁, 제주 시내 한 오피스텔 상가에 불을 지른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고 전해드렸는데요,

KBS 취재 결과, 범행 현장에는 방화범 말고 또 다른 남성도 있었는데, 경찰은 이 남성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천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밤이 깊지 않은 저녁 시간, 두 남성이 오피스텔 상가 문 앞으로 다가옵니다.

한 남성이 문을 향해 발길질을 시작합니다.

일행인 다른 남성에게는 따라오라는 듯한 손짓도 보냅니다.

결국, 문을 부순 남성은 건물 안에 들어가 불을 질렀습니다.

[노문택/경비 당직자/경찰 신고자 : "불이 1m 정도로 세 군데가 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연기로 자욱했으니까요. 소화기 못 찾았으면 또 당황해서 못 껐을 수도 있었습니다."]

방화범은 이곳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하지만 밖에 있던 또 다른 남성은 그대로 달아났습니다.

불을 낸 50대 남성은 방화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는데, KBS 취재 결과, 밖에 있던 남성에 대한 경찰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망을 봤는지 등 범행 가담 여부를 알아내려는 '참고인 조사'조차 진행되지 않았던 겁니다.

형법에는 다른 사람의 범죄를 방조한 사람에 대해서도 처벌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전문가들은 밖에 있던 남성이 방화를 예상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지켜본 것만으로 공범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정웅석/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 : "방화죄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어떤 특별한 증거를 다루지 않는 한 공동정범으로 보는 게 대부분 판례 입장입니다. 그러니까 수사는 해봐야겠죠."]

경찰은 "방화 혐의로 입건된 50대 남성이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해 공범 확인이 어렵다"면서도 디지털 포렌식 분석과 참고인 출석을 요청하는 등 공범 여부를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박천수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부수홍

박천수 기자 (parkcs@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