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이자상환금'..정부는 부풀리고 국회는 '삭감 후 선심성'으로
[앵커]
여유 자금을 관리하는 이 '공공자금 관리기금'은 잘 쓰여지고 있을까요?
취재해봤더니 이 기금에 '수상한 예산'이 있었습니다.
매년 국회 심사과정에서 수 천억 원, 어떤 해엔 1조 원 넘게 깎이지만, 아무도 삭감에 반대하지 않는 예산, '국고채 이자상환금'이라는 항목입니다.
심사 과정에서 어떤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걸까요.
김빛이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올해 정부 예산안에서 국회가 가장 많이 삭감한 항목은 '국고채 이자상환금' 입니다.
정부는 세수가 부족할 때 국채를 발행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이자를 따로 마련해두는 예산입니다.
국채 금리 예측치를 높일수록 예산 규모는 커지겠죠.
기재부는 지난해 실제 발행 금리보다 2배 가량이나 높은 2.4% 금리를 가정해 21조 1천억 원을 국회에 제출했는데요.
국회는 "이자 비용이 너무 높게 잡혔다"며 9천 억을 깎았습니다.
기재부의 과도한 금리 계산, 올해만의 일이 아닙니다.
최근 10년간, 해마다 적게는 1천 9백억에서 많게는 1조 6천억 원이 국회 심사과정에서 깎여 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의원들이 늘려달라 요구한 지역구 SOC 예산은 4천 억에서 1조 3천억 원까지 매해 증액됐습니다.
정부는 일부러 이자비용을 늘려잡고 국회는 이를 삭감한 뒤 '지역구 예산'으로 나누는 행태,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하승수/세금도둑잡아라 대표 : "(국회 심사과정에서) 한 3조, 4조를 늘리더라도 거기서 이 삭감된 부분이 빠지는 거죠. 그렇게 해서 전체 예산 증액 규모가 적게 보이게 만드는..."]
국회와 예산 당국의 최종 산정 방식도, 논의 과정도, 회의록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여야 간사와 기재부 관계자만이 참여하는 이른바 '소소위'에서 의원들의 '민원성 예산'을 늘린 이자의 감액 규모를 결정하는 식으로 '예산 총액'을 맞춘다는 의심, 피할 수 없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의원 : "'이자' 부분은 큰 덩치를 가지고서 그리고 이해관계가 별로 없어서. '아이, 거기서 그러면 거기서 5%로 깎을게요' 2%p만 낮추면 조 단위의 돈이..."]
밀실 합의 없애야 '눈속임' 예산 사라진다며 법안 발의도 계속됐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김해영/前 민주당 의원/법안 발의 : "(소소위에서) 여야가 서로 주고받는 그러한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런 것들을 완전하게 공개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나."]
[신상진/前 국민의힘 의원/법안 발의 : "'가재는 게 편'이라고 국회에 여러 소요되는 예산에 대해서는, 서로 이견없이 좋게 좋게 그냥 넘어가는..."]
정부와 국회는 적재적소 예산편성을 내세우지만 이면에서는 이해타산에 따른 나눠먹기 행태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빛이랍니다.
촬영기자:안용습/영상편집:박경상/그래픽:고석훈 최창준
김빛이라 기자 (glor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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