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 선생 서울대병원 빈소에 각계 조문 행렬(종합2보)
(서울=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15일 오전 타계 소식이 알려진 백기완(향년 89세) 통일문제연구소장의 빈소에는 정치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를 비롯해 시민들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조문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이 날 오후 2시께부터 여야 인사들이 먼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를 찾았다.
유족이 조문을 받기 시작한 직후 빈소를 찾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는 기자 시절에 백 소장과 맺은 인연을 언급하며 "국회의원 시절에도 재벌개혁과 검찰개혁이 힘들 때마다 힘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박용진·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박 의원은 "백 선생님이 1992년 대선 후보로 출마했을 때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해 영광으로 기억된다"며 "휘날리는 머리카락으로 항상 저희 곁에 계실 줄 알았는데 씁쓸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를 포함해 장혜영·류호정·강은미 의원, 권수정 서울시의원 등 정의당 관계자들도 빈소를 찾았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도 오후 3시 43분께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 고문은 1964년 한일회담 반대 운동 당시 백 소장을 처음 만나 민주수호청년협의회 등 민주화 운동을 함께한 과거를 회고했다.
김진애·최강욱·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들도 빈소를 방문했다.
최강욱 의원은 "앞서서 가셨으니 산자로서 고인의 뜻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원혜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년 백기완 선생이 민족통일을 위해 한 노력은 앞으로도 살아서 우리 통일을 앞당길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오후 4시 42분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이상주의자로 살다 가셨지"라는 짧은 말을 남겼고, 송영길 의원과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도 잇따라 조용히 조문을 마치고 떠났다.
남인순 의원과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함께 빈소를 방문했으며, 김 부의장은 "한 시대가 가는 것을 느낀다. 백기완 선생님 말씀과 정신은 모든 사람 가슴 속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오후 5시 37분께 취재진 앞에 서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더니 "언제나 길에서 만났던 분이다. 이 시대의 절망하는 사람들 앞에 언제나 함께하셨다"며 "선생님이 가신 길을 열심히 뒤따르겠다"고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1987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를 출범할 때 충남대 운동장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강연해주신 일이 생생하다"며 "노동자와 민중의 벗이 돼 사신 삶을 이어가야 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비정규직 노동자나 농민, 세월호 가족 등 이렇게 민초들의 삶에 중심을 둔 분은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며 "늘 광화문 광장에는 백기완 선생님의 자리가 놓여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사회계·종교계 인사들도 장례식장을 찾았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조문 후 "평소 든든하게 생각했던 어르신이다. 한평생 일관되게 황야를 걸어오신 분이다"라며 "선생님의 뜻을 이어받겠다는 다짐을 하며 인사했다"고 말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우리 민중운동의 큰 어른이자 나에게 큰형님 같은 분이 가시니 정말 허전하고 아쉽다"고 말했다.
박종철기념사업회 관계자라고 밝힌 이모(55)씨도 "백 선생님이 초대 이사장님이셨다"며 "많은 사람이 자기가 선 자리에서 싸울 수 있도록 용기를 주셨다"라고 밝혔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지선 스님은 "통일을 보고 완전 민주화되는 걸 보시고 떠나게 하지 못한 이 후학들은 굉장히 죄스럽고 한스럽다"며 슬픔을 드러냈다.
김미숙 김용균 재단 대표는 "오늘 아침 부고 소식을 들었는데도 또다시 일어나실 줄 알았다"며 "큰 어른, 큰 별이 져 많이 아쉽다"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김종기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우리 사회의 큰 버팀목이 돼주신 선생님께서 이렇게 가셔 비통하다"며 애도했다.
백 소장을 따라 민중운동에 함께한 인연을 추억하며 빈소를 찾는 시민들도 있었다.
서울역 인근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A(56)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빈소에 흰 국화를 두고 기도했다.
A씨는 "1987년 대선에 출마하셨을 때 선거를 돕던 대학생이었다"며 "민주화 운동의 원로로 솔선수범하시며 마지막까지 고생하셨으니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공지영 작가도 빈소를 찾아 "대학 시절 선생님 집에 놀러 갔던 기억과 제 첫 차를 선생님 대선 후보 전용차로 드렸던 기억이 난다"며 "마음속으로 너무나 존경했던 분"이라고 밝혔다.
장례식장에 조화나 화환, 근조기는 눈에 띄지 않았다.
장례위원회는 "선생님의 뜻에 따라 조화를 받지 않는다. 선생님은 (생전) 조화를 보낼 값으로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으로부터도 (문재인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내겠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날 빈소에 공지영 작가,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기석 성공회대학교 총장 등이 조화와 화환 등을 보냈지만 장례위원회는 모두 돌려보냈다.
ze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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