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이나 빈집에 남겨진 세 살배기, 아무도 몰랐다니
구미 빌라 아동 사망 사건
이웃들 “아이 울음 못 들어”
친모 살해·학대 여부 파악
동거인·가족들 수사도 확대
경북 구미 빌라에서 세 살배기 여자아이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아이 친모의 동거인과 부모 등으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친모의 살인 혐의 입증과 숨진 아이를 방치하고 학대하는 데 다른 가족들이 가담했는지 등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구미경찰서는 자신의 딸(3)을 빈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된 친모 A씨(22)의 가족과 이웃 등을 상대로 한 탐문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수사 내용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를 토대로 아이가 살해됐는지, 방치된 채 굶어서 숨졌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사망 원인과 A씨의 학대 여부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이날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지난해 8월 초 자신이 살던 구미시 상모사곡동의 한 빌라에 태어난 지 2년6개월 된 딸을 혼자 둔 채 약 1㎞ 떨어진 다른 곳으로 이사갔다. 이후 그는 한 차례도 딸을 두고 온 집을 찾지 않았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 빌라에 홀로 남겨두고 떠났다. 아이가 죽었을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딸은 지난 10일 빈집에서 주검으로 발견되기 전까지 아무런 보살핌도 받지 못했다. 시신은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장기 등이 부패한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 시점으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A씨가 집을 떠난 직후 아이가 숨졌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같은 빌라 아래층에 살던 A씨 부모와 이웃 주민은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경찰조사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그 빌라 다른 층에 거주하고 있는 부모와 평소 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의 외할머니는 “계약기간이 끝나가지만 A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빌라 주인의 말에, 주인이 보관 중인 보조 열쇠로 문을 열고 빈집에 들어갔다가 아이의 시신을 발견했다.
A씨는 딸이 숨진 채 발견되기 전까지 가족 및 주변인에게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는 최근까지 숨진 딸의 명의로 구미시가 매달 지급하는 양육·아동수당을 받아왔다. 시는 A씨에게 약 96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의 동거인이 숨진 여아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A씨는 동거인과 함께 살던 곳으로 숨진 딸의 전입신고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수사팀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A씨 이외에 다른 사람이 여아 사망에 개입했거나 사전에 (방임 사실을) 알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가적으로 수사한 뒤 혐의 적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기간이 끝나는 오는 19일쯤 수사를 마무리하고 송치할 예정이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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