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 시내 장갑차 첫 진입..인터넷도 차단 '일촉즉발'
유혈사태 우려 시민들 불안
'수지 구금'은 17일까지 연장
[경향신문]
미얀마가 일촉즉발 상황에 놓였다. 15일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10일째 이어진 가운데, 군 병력이 시위 중심지 양곤에 대거 포진했다. 유혈사태 우려가 커지자 미얀마 주재 미국대사관은 자국민에게 자택 대기를 촉구하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양곤 도심에 모인 시위대는 “야간 체포를 멈춰라” “범죄 그만” 등 군부를 비판하는 팻말과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 사진을 들고나왔다. 시민들은 장갑차에 “우리는 군정권을 원하지 않는다”는 글귀를 붙이는 한편 “미얀마를 구하기 위해 도와달라”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전날 군은 병력을 대거 양곤으로 이동시켰다. 쿠데타 이후 수도 네피도 도심에는 장갑차와 군 병력이 포진해 있었지만, 양곤 시내에 장갑차가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가디언은 시위 발생 이래 최대 규모의 병력이 양곤에 배치됐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 영상에는 시민들이 시내 중심가를 가로지르는 장갑차를 향해 쿠데타 불복종 운동으로 상징되는 ‘냄비 두드리기’를 하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도 담겼다.
군 병력이 양곤에 배치된 지 몇 시간 뒤부터는 인터넷이 차단됐다. 네트워크 모니터링 단체 넷블록스는 미얀마에서 이날 오전 1시(현지시간)부터 인터넷 접속률이 평소의 14% 수준으로 떨어져 사실상 전면적 차단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젊은층이 주축이 된 시위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위를 조직하고 군부의 폭력을 폭로해왔다. 인터넷이 끊기면서 군부의 시위 강경 진압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미얀마 미국대사관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자국민에게 자택에서 대기할 것을 촉구했다.
군부가 평화시위를 하는 시민들을 향해 발포하는 등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현지 매체를 인용해 군부가 14일 북부 까친주 발전소 인근에서 시위대를 해산하려고 물대포와 총기를 발포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군부가 발전소에서 전기를 차단하고 야밤 기습체포를 하려 한다며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군이 발포한 총기가 고무탄인지 혹은 실탄인지와 사상자 발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미얀마의 국립병원 의료진, 교사, 각 부처 공무원, 국영 철도회사 근로자, 항공 관제사 등이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기 위해 출근을 거부하고 있다. 인권단체 버마캠페인의 활동가 와이 힌 핀트 톤은 트위터에 “군부가 두려움과 불안정을 부추기기 위해 그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지 고문의 구금 기간도 17일까지 이틀 연장됐다. 지난 3일 군부는 불법 수입된 무전기를 소지·사용한 혐의(수출입법 위반)로 수지 고문을 기소했고, 법원은 이날까지 그를 구금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금 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추가 기소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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