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식 생색내기" vs "반쪽이라도 다행"..자영업 완화 조치 첫날 (종합)
음식점주들 "예약주문 늘고 뜸했던 단골손님들도 연락와"
(전국=뉴스1) 이상휼 기자,유재규 기자,이종재 기자,조준영 기자,이지선 기자,남승렬 기자,황희규 기자,김용빈 기자,김아영 기자 = "밤 10시가 넘으면 코로나가 더 극성을 부린다는 주장, 검증된 거 맞나요?"
15일 뉴스1 취재진이 전국 각지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완화를 두고 냉소적이었다. '생색내기에 불과한 땜질식 조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비록 완화된 조치임에도 불만 섞인 볼멘소리가 나오는 까닭은 그간 극심한 경제적 타격으로 '폐업' 위기 등 삶의 기반이 무너지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보다 통큰 완화조치를 기대했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이다.
손님들은 쫓기듯이 허겁지겁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된다면서 연장을 환영했지만, 자영업자들 특히 유흥업소 업주들은 강경한 목소리로 정부 정책을 질타하는 등 의견이 엇갈렸다.
수도권 일대 주당들은 '1시간 연장' 조치로 "2차가 가능해졌다"면서 반색했다. 택시기사들도 골목마다 귀가하지 않은 손님들이 다소 늘어난 만큼 반기는 분위기였다.
밤 9시 무렵이면 호가를 불러야 가까스로 잡을 수 있었던 '대리기사'들도 연장 조치를 환영했다. 9시 무렵이면 그날 하루 일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태반이었기에 황금시간대에 비싼 요금을 불러야 했다. 1시간 더 늘어나면서 한두 건이라도 더 뛰어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1시간 연장으로는 큰 효과 내기 어려워"
인천지역 노래방·목욕탕 업주들의 불만은 여전했다. 김병길 ㈔인천시노래연습장업협회장은 "영업시간 1시간 연장으로는 큰 효과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노래방은 평상시 밤 7~8시 영업 준비를 하고 밤 9시부터 영업이 활성화된다. 식당 등에서 1차를 마친 손님들이 밤 9시를 전후해 노래방으로 2차를 오기 때문인데, 밤 10시까지 영업할 경우 1시간 남짓 영업하고 문을 닫아야 한다.
이 때문에 노래방 업주들은 차라리 밤 9시부터 밤 12시까지 영업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들어주지 않고 있다. 김 회장은 "회원들의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며 "사정이 같은 수도권 노래방협회장들과 의논해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사우나·찜질방 운영이 금지되는 목욕탕 업주들도 분통을 터트렸다. 영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진 탓이다. 미추홀구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A씨는 "비록 목욕탕 몇 군데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긴 했지만 이는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라며 "목욕탕만 이렇게 영업을 제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경기도지회 수원시지부 김영헌 사무국장은 "이번 수칙에는 나이트클럽이랑 일반클럽에 춤을 못추게 돼 있던데 그럼 어떤 손님들이 오겠나. 현실성 없는 완화조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충북에서 1종 유흥업소를 운영 중인 이모씨(35)는 "손님이 늦게 드는 업종 특성상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5인 이상 사적모임을 제한하는 행정명령도 계속 유지돼 받아들이는 업주 입장에서는 그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집합금지 행정명령에 따라 장기간 강제 휴업을 해야 했다.
단순히 문을 닫는 문제에서 그치지 않았다. 상가 임대료나 주류 결제와 같은 고정비는 차치하고서라도 직원 월급마저 챙기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가게 문 자체를 열지 못하고 열더라도 손에 쥐는 이득이 없는 상황. 수개월째 반복된 일상은 이씨에게 5000만원이라는 빚만 안겼다. 이씨는 "왜 이렇게 다른 업종과 차별을 두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면서 "제한이든 지원이든 동등하고 형평성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서 유흥주점 운영하는 박모씨는 "일반적으로 손님들이 몰려드는 시간이 1차를 마친 오후 9시 이후인데 1시간 뒤에 다시 나가야 한다면 누가 오겠느냐. 영업 정상화에 도움 안 된다"고 잘라말했다.
광주시 첨단동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송모씨(60·여)는 "첨단지구에 있는 90여개 유흥업소 업주 모두가 지난번과 같이 점등 시위을 할 지 논의하고 있다"며 "무슨 기준으로 방역수칙을 완화하는지 모르겠다. 국가의 형평성 없는 방역수칙으로 유흥업소 업주들만 죽어나간다"고 호소했다.
◇"반쪽짜리 완화라도 어디냐, 희망의 불씨 품는다"
전북 전주시 중화산동의 유흥골목은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부터 활기를 띠었다. 꺼졌던 간판 불이 켜지고 에어라이트가 세워졌다. 업주 B씨는 "5인 이상 사적모임을 제한하는 만큼 반쪽짜리 완화"라고 꼬집는 한편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우선은 희망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구의 최고 번화가 동성로는 '클럽골목' 일대에 젊은이들이 붐볐다. 20~30대가 주로 찾는 삼덕동 일대는 간단하게 1차를 마친 젊은이들이 신속히 2차 장소를 물색하는 등 발걸음이 분주했다.
광주에서 택시로 생계를 이어가는 최모씨(58)는 "그동안 사납금 채우기도 힘든 날이 종종 있어서 시간제한 없는 영업이 반갑다"고 밝힌 뒤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니 가끔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도 보여 또 다시 대유행이 오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면서 시민들의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강원 춘천시의 애막골‧강대후문, 원주 단계‧단구택지 등 먹자골목 상점가는 활기로 가득했다. 원주 단계동 메인거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신모씨(40대)는 "코로나 이후 매출이 90% 가까이 떨어졌고, 밤 10시까지 연장했을 때는 매출에 큰 차이가 없었다"며 "그동안 손해본 걸 생각하면 '5인 이상 집합금지'도 해제됐어야 했는데, 그나마 이번에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면서 매출이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C씨는 "2차 장사를 하는 호프집의 입장에서 기존의 9시와 10시는 말도 안되는 시간이었다"면서도 "단체손님은 받을 수 없지만 영업 제한 시간이 없어진 탓에 마음은 한결 가볍다"고 말했다.
천안 불당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D씨는 "코로나가 터지고 예약주문이 줄어들었는데 오늘은 3배 가까이 늘었다"며 "그동안 방문이 뜸했던 단골손님들도 온다고 연락받아 기쁘게 음식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국PC카페대책연합회 김기홍 대표는 "수도권 내 4000여곳의 PC카페 업계는 24시간 업종이기 때문에 야간직원을 새로 채용 해야하는데 다시 확산돼 2.5단계로 상향되면 우리는 직원을 해고해야 해 불안감이 크다"고 역설했다.
한편으로 완화된 조치로 인해 다시 코로나19가 확산될까봐 우려하며 시민 각자가 방역수칙을 준수해달라는 당부도 있었다. 상무지구 치평동의 맥줏집 점주 한모씨는 "거리두기 단계 하향 조정은 조금 섣부르지 않나 싶다"며 "손님을 오래 받아 좋긴 하지만, 확진자가 우리 가게에 들러 감염증을 확산시킬 수 있단 생각에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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