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능 논란 속 접종 땐 '백신 불신' 우려..'11월 집단면역' 빨간불
[경향신문]
고령층 접종 AZ에만 의존…정부 수급계획 ‘문제’ 지적
“한 차례 연기된 백신, 어떤 근거로 접종 권고하나” 비판
정부가 올해 1분기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에서 만 65세 이상 고령층을 일단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효능 논란이 식지 않은 상태에서 접종을 강행할 경우 백신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을 부추겨 오히려 접종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발생률·치명률·사망률이 고루 높아 백신 접종이 시급한 고령층의 접종이 늦춰지고 집단면역 형성 일정도 차질을 빚을 수 있어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15일 2~3월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계획 브리핑에서 “만 65세 이상 요양병원·시설 입소자·종사자에 대해 접종을 미루게 된 점을 방역당국 입장에서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응추진단은 전체 요양병원·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 약 64만9000명 중 만 65세 미만 27만2000명을 대상으로 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오는 26일부터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으로 만 65세 이상 대상자 약 37만7000명의 접종 시기가 당초 예정했던 1분기가 아닌 2분기로 넘어간 것이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둘러싼 만 65세 이상 고령층 효능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들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은 검증됐지만 고령층 효과를 확인할 통계적 데이터가 없다는 이유로 일부 유럽 국가에서 접종연령을 낮추거나 결정을 보류하며 논란이 커졌다.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지만 ‘맞으면 효과가 있을 수 있다’와 ‘절차상 맞지 않다’는 양론이 맞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심사 과정에서 반복된 논란은 이후 열린 질병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와 전문가 자문위원단 회의에서도 재연됐다.
정부의 최종 판단은 원칙론으로 기울었다. 고령층 대상 접종이 시급하다고 해도 향후 순조로운 백신 접종을 위해 이 연령대에 대한 예방 효과를 확실히 짚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효능의 확실한 근거 없이 고령층 접종을 장려·설득할 명분이 없는 데다, ‘백신 불신’이라는 더 큰 걸림돌을 마주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 단장은 “예방접종전문위에 참석한 13명 중 10명이 ‘만 65세 이상은 근거를 확인한 후 접종하자’는 수정안에 동의했다”며 “(전문가 자문단에서도) 접종해야 한다는 전문가와, 늦추자는 전문가가 모두 ‘백신 효능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접종률이 낮아질 수 있어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줬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발생률·치명률·사망률이 높은 만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이 연기된 것을 두고 “오히려 백신 신뢰를 훼손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한 차례 고령층 접종이 연기된 백신을 어떤 근거로 접종을 권고할 수 있을지 매우 걱정스럽다”며 “정부 발표는 결정을 내렸다기보다 결정을 미루고 문제를 피해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상반기 공급물량 대부분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위주로 편성한 정부의 백신 수급계획도 문제로 지적된다. ‘고령층 효능 불확실’이라는 변수가 전체 접종계획에 차질을 빚을 만큼 고령층 접종을 전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의존한 것이 현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수급 불확실성 해소 등 남은 수단 내에서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 단장은 “노바백스 백신(2000만명분)도 계약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공급 일정이 확정되면 종합해 만 65세 이상 접종계획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양병원·시설 입소자·종사자 등 만 65세 이상 고령층 37만여명이 2분기로 넘어가며 당초 방역당국이 예상했던 2분기 접종 대상자 900만명은 937만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전체적인 접종 일정 자체가 조금씩 지연될 뿐 아니라 2분기 이후 접종 체계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단장은 “2~3월 접종계획에서 일부 조정한 내용이 (당초 목표인) 11월 집단면역 형성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잔여 접종 대상이) 3분기까지 넘어가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조형국·이창준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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