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찬 작사 '아기다람쥐 또미' 부를 수 있겠습니까

최우리 2021. 2. 1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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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동화작가 한예찬(53)씨는 동화책뿐 아니라 동요 노랫말도 썼다.

특히 25년 전 만들어져 지금도 유튜브 콘텐츠로 수십만회씩 재생되는 동요 '아기다람쥐 또미'의 노랫말이 유명하다.

한씨가 쓴 책들은 서점과 도서관에서 회수 및 열람 제한이 시작됐지만, 이미 널리 불리는 노랫말의 경우 자율적 퇴출 말고는 마땅한 처리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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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성추행' 동화작가에 분노 확산
유치원·유튜브서 즐겨 부르는 동요
한씨가 노랫말 쓴 113곡 중 하나
음반은 물론 초등 교과서 실린 적도
작곡가 "가사를 바꿀 수도 없고.."
시민들 "집에도 한씨 책 있어" 격앙
대출한 도서관에 "기사 전달" 반응도
게티이미지뱅크

초등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동화작가 한예찬(53)씨는 동화책뿐 아니라 동요 노랫말도 썼다. 특히 25년 전 만들어져 지금도 유튜브 콘텐츠로 수십만회씩 재생되는 동요 ‘아기다람쥐 또미’의 노랫말이 유명하다. 한씨가 쓴 책들은 서점과 도서관에서 회수 및 열람 제한이 시작됐지만, 이미 널리 불리는 노랫말의 경우 자율적 퇴출 말고는 마땅한 처리 방법이 없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한씨의 저작물은 15일 기준 113개다. 주로 종교음악 또는 동요 가사 저작물이다. 이 가운데 1996년 문화방송(MBC) 창작동요제 은상을 받은 ‘아기다람쥐 또미’는 한씨가 가사를 썼고, 이어 한씨는 이 곡과 같은 제목의 동화도 썼다. 환경보호 필요성을 담은 동화였다. 2005년 7~9살 여자 어린이들로 구성된 그룹 ‘칠공주’가 이 노래가 실린 음반을 발표했다.

이 곡은 2009년 교과개정으로 검인정을 통과한 교학사 초등학교 3~4학년용 음악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지금은 교과서에서 빠졌지만 유치원 등에서 여전히 많이 불린다. 서울 용산구의 한 유치원 교사는 제목을 말하자 바로 노래를 부르며 “유치원에서 많이 들려주는 노래”라고 했다. 음악 관련 사이트에는 이 곡이 실린 유치원 아이들을 위한 앨범 수십개가 검색된다. 구독자가 140만명이 넘는 한 동요·동화 유튜브 콘텐츠 업체는 이날 곧바로 ‘아기다람쥐 또미’ 콘텐츠를 비공개 처리했다.

이 노래 작곡가인 조원경씨는 한씨의 아동 성추행 사실을 전해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조씨는 “이 노래를 듣고 부르며 자란 아이들이 많다. 이미 많이 알려진 노래라 가사를 바꾸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 고민된다”고 했다.

인지도 있는 동화작가가 아동을 성추행했고, 유죄판결 뒤에도 그의 책이 팔리고 있다는 <한겨레> 보도를 본 학부모 등은 “우리 집에도 그 책이 있는데 충격적이다” “아이가 서점에 가면 매번 넋이 나가서 읽었다”며 도서관 열람 제한 등 적극적 조처를 요구했다. 그림책 관련 온라인 카페의 한 회원은 “자주 가는 도서관에서 작가 검색을 해보니 아이들이 많이 보는지 ‘대출 중’이 꽤 보인다. 도서관에 이 기사를 전달하겠다”고 했다.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서울시교육청 소속 16개 어린이도서관은 일단 15일부터 한씨의 책 열람·대출을 막았다. 문화체육관광부 도서정책기획단 관계자는 “국립도서관의 열람 제한 사례와 함께 지역 공공도서관에 해당 작가의 1심 실형선고를 안내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초등학교 도서관 등에서 이 조처를 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신두철 교육부 민주시민교육과 과장은 “학교의 경우 도서관운영위원회가 책 선정과 폐기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다만 이런 논란이 생겼을 때 위원회에서 어떤 논의를 해야 하는지 법적 근거는 없기 때문에 폐기 논의 등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학교 밖 도서관도 도서관발전위원회 등의 결정을 따르도록 돼 있으나 사정은 비슷하다. 

출판평론가인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자율적 퇴출을 강조했다. 장 대표는 “책 내용이 아닌 저자의 행위가 문제가 되는 경우 소비자운동으로 시장이나 도서관에서 자연스럽게 퇴출시키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노현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유치원위원장은 “공립유치원에 이 사실을 적극 알려서 해당 작가의 책이 현장에서 활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우리 임재우 김미향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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